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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hira Nov 23. 2024

[스쿼시+영화] 운동으로 얻는 삶의 Insight-3

스포츠게임과 레벨/계급/차이/성(性) (feat. 슬픔의 삼각형 이미지)

[스쿼시 예찬] 1. 스쿼시와 공간에서의 위치 

[스쿼시+영화] 2. 개인적인 스쿼시 경험과 긴장

의 후속편입니다. 순서는 상관 없습니다. :)

내가 좋아하는 극저음 목소리를 가진 두 배우의 스쿼시치는 장면이 등장하는 <하이-라이즈>, 그리고 왠지 비슷한 주제인 듯한 <슬픔의 삼각형>

※ 이미지에 의한 영화 <챌린저스>, <슬픔의 삼각형>, <와일드 로봇>의 스포 있음!



03. 스포츠 게임과 레벨/계급/차이/성(性)


최근 스쿼시장에서 함께 게임을 치던 중급반의 청년은 파워/스피드의 레벨을 비롯해 허를 찌르는 방향전환을 즐긴다는 측면에서 나와 치는 스타일이 꽤 비슷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파워가 쭉쭉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슬슬 반사각을 이용한 방어력(보스트샷/백월샷)을 연습하지 않으면 나중엔 결국 받아치지 못하겠구나 싶어졌다. 멘탈 터닝샷이란 웃기는 별칭이 있는 뒷벽공을 꼭 익혀보고 싶었기에, 난 안그래도 파워형(1넥)인 내 라켓에 텐션을 탱탱하게 잡아줄 (댐프너)까지 장착했다. 출력이 좀더 높아져 뒷벽까지 때리는 날이 오면 그 땐 나에게 컨트롤형(2넥)인 헤로우 라켓을 선물해주리라! :D 한동안 증기/안개/공상이란 뜻이 있는 Vapor 이름의 하얀색 라켓에 혹했으나, "지금 이 라켓도 님 실력에 과분함~!" 이라는 강사님의 팩폭에 꾹~ 참고 있던 차였다. ㅎㅎㅎ

3각형이 그려진 내 3번째 라켓인 노랑/블랙의 헤리티지~! 줄이 다소 헐겁던 차에 최근 파워형으로 맞춰줄 상대방이 생겼길래 미니언즈 댐프너를 장착해 텐션이 다시 쫀쫀해졌다. :)

첫 라켓은 아빠가 쓰셨던 윌슨-해머(애칭 묠니르) 물려받았으나, 줄/션을 풀어놓지 않아 라켓 프레임 금이 가서 써보진 못했다. 실질적으로 처음 내돈내산 두번째 라켓은 헤드-사이아노, 세번째는 고렙분들이 우르르~ 사길래 유행을 쫓아간 테크니파이버헤리티지였다. 그리고 내가 아빠에게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heritage)은 운동을 좋아하고 체력이 꽤 좋은 건강한(했던?) 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최근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체지방이... 따흑!)

<슬픔의 삼각형> 에서 자본력의 차이로 전통적인 성역할과 다소 뒤집힌 관계였던 주인공 커플

실은 그 청년은 2년쯤 전~휴관 전까지 다음시간대 회원이었으나 모델처럼 부담스러운? 외모/체격에 눈길을 확 끌었었다. 자기네 초급반 크루 중에서 가장 잘치게 되자 그 딱지를 떼고 싶었는지 앞 타임 중급반인 나에게 와서 게임을 요청해 기억에 남았다. 그땐 중급반 중 내가 제일 만만하게 이기기쉬운 최약체로 보였나?란 생각에 존심이 상해 그럼 레벨차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마! 하며 찍어 누른 적이 있었다. 반년이 훌쩍 넘는 센터의 공사가 끝나자 막 타임이 사라져 나와 같은 시간대 중급반으로 컴백한 그 아인 예전에 밟혔던 걸 기억하면서 내가 가위바위보 할 때 언제나 주먹 먼저 내는 습관이 있단 걸 바로 캐치했다. ㅋㅋㅋㅋ (난 얼핏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결정/공을 상대에게 넘긴 뒤, 선빵보다는 다음 리액션을 즐기는 성향이다.)

<챌린저스> 에서 선공을 쉽게 날리지 못하는 아트와 선공을 자유롭게 마구 날리는 패트릭

마치 본인의 젊음/외모 매력적인 걸 안다는 듯, MZ 청년은 시크한? 개인옷을 입으며 향수를 뿌리고 다녔다. 평소 머스크한 향을 좋아하는 편이었으나, 운동할 때만큼은 좀 역하게 느껴졌다.(안그래도 호흡이 빨라 숨이 막히는 운동인데 대체 왜 향수를 뿌리고 오는건지;;) 도 못고를 만큼 빡시게 몇번 굴려주자, 그때부턴 향수를 안뿌리고 오기 시작했다. 아름다 이 청년이 내게 "살려주세요"라며 "이 공마저 받아치시면 어떡하냐"고 칭얼거리자 주책맞게도 웃음이 터지긴 했다. 아... 혜리의 군대짤 속 조교가  느낌이었을까? (남자의 애교 무섭긴 하구나;; 이 여우같은 것! ㅋ)

아놔~ 이러면 무장 해제가 안될 수가;;;

복귀 후 초반 한달은 긴장도가 높은 이 고강도 운동에 아직 적응이 덜 된 것인지 나보다 체력이 한참 떨어져 몸도 좋은 젊은 애가 왜이렇게 약해 빠졌지?라며 의아했었다. 어느날부턴 한참 땀나도록 몇게임 치르고 난 뒤, 띠동갑이 넘는 듯한 이 무서운 아해(feat. 이상의 <오감도>) "빈코트 있던데 저희 몰래 남아서 좀만 더 치다갈래요?"라며 체력 또한 따라붙기 시작했다. "원래 운동하고나면 허기져서 뭘 먹게되는 게 정상인거죠?"라며 자긴 끝나면 항상 파스타를 먹는다며(밤 10시에?!) 시덥잖은 사담을 건네자, 순간 김희애x유아인의 옛 드라마 속 피아노 장면과 영화 <슬픔의 삼각형> (性)/계급 구도가 떠오르며 경각심이 들었다. 어후~?! 보이는/들리는 것에 혹지 말고 내 주제/위치를 알며 정신을 똑띠 차리자~!

<밀회>의 피아노 듀엣 장면과 욕망/계급 피라미드의 전복을 역하게 담아낸 <슬픔의 삼각형>

실은 올해 <파일럿>을 보며 난 성인지 감수성이 조정석 못지않게 무딘 편이라 오히려 역으로 내쪽에서 실수를 저지를 위험이 꽤 있(었?)겠다는 자각을 했다. 자유로운 쏠로인 난 딱히 남녀를 안가리고 아름다움재능을 찬양?하며, 평소 친한이들과 SNL식?의 농담을 즐겨왔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상대와의 친밀도와 분위기를 봐가며 날리는 내 드립/칭찬?이 다들 쾌하길래 혹시 수위/(line)을 넘는다면 꼭 제지해달라 말해놓긴 했으나... 흠... 내 의도가 어떻든 감수성상대적일테니...

<슬픔의 삼각형> 에서 배가 전복되고 나면, 이들의 계급구도와 성역할은 다시한번 뒤집어지는데...

속칭 MZ세대의 넓은 기준에는 나를 포함시켜주는 것 같다만, 아무래도 윗 세대의 남초집단 서열문화가 매우 익숙하고 솔직히 편안하기까지한 난 M의 거의 끝자락에 속한 꼰대인지라, 요즘 부쩍 민감해진 분위기에 눈치를 좀 챙겨야겠단 생각을 하던 차였다. 솔직히 라떼?는 청춘때 서로 간의 차이/다름에서 생겨난 긴장에 이끌리는 것이 디폴트였기에, 요즘엔 왜이렇게 서로 적대적인지 다소 나이브한 난 이해를 잘 못하는 편이긴 하다. 매인권/성평등 교육을 받아오곤 있으나, 최근 개봉한 영화들을 보저런 실수는 뭣모르고 나도 하겠구나~란 경각심이 들었다. 아무래도 달라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적응해나가는 재/사회화필요한 것 같더라는...

성 역할과 상하관계를 미러링한 코미디 영화 <파일럿>


+ 운동/게임을 통한 차이의 인식과 사회스포츠


예전에 학교나 회사에서 탁구를 칠 때, 의외로 지인들이 내게 운동 만큼은 절대로 안지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름 중간서 왠만해선 쉽게 안밀리는 편인데, 나에게 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꼭 자신이 이기는 판이 나올 때까지 치려 하길래 남자들에겐 (꽤 귀여운?) 운동부심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feat. <바비>) 오랜기간 외동이었던 난 평소에는 승부욕/경쟁심대단히 약한 편이었지만, 운동/게임만큼은 남자들한테 지는걸 싫어했다. 어릴 때 이 통하는 형제자매를 꼭 갖고팠기에 비슷한 또래인 세자매 사촌들과 매일 같이 어울리면서, 상대적으로 가 빨리 자랐고 외향적이던 내가 이들 사이에서 결핍된 든든한 남자형제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난 굳이 부모의 관심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뭐든 젠틀하게 양보해주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한참 뒤 드디어! 태어난 내 늦둥이 남동생은 아쉽게도 로보트/스포츠를 안좋아하고 요리/귀여운 인형 좋아해서 내심 섭섭하기도 했다. 동생 가 나보다 커지고 둘다 엄마와 똑같던 목소리에서 갑자기 한순간에 아빠처럼 바며 내 남(사)친들을 질투하자, 그제서야 내가 얘한테 형이 아니고 누나라는 자각을 했었다. 체격/힘 차이가 벌어지자, 어릴 때처럼 레슬링하고 놀다간 내가 코피 터지거나 기절한다는 걸 깨달으며 서로 조심하기 시작했다. (성격은 여리해도 헌병으로 차출될만큼 내동생도 체격이 꽤 좋다.) 그나저나 난 성(性) 역할이 전복된 경우가 많아서인지 <바비>를 볼 때도 희한하게 KEN들의 심정에 공감해버려 쬐~끔(실은 꽤?ㅋ) 불쾌하게 관람했었.

<바비> 에서 엿볼 수 있는 KEN들의 허세작렬 운동부심 :D

당구기계과 출신 여자선배한테 배웠는데, 그저 같이 노는 것에 만족해버려서인지 들였던 시간에 비해 구력이 잘 안늘었다. 같은 음악동아리에서 나보다 3기수 앞서 똑같이 마녀라는 별칭이 붙었던 지휘자 출신인 그 선배가 기계과 특유의 역학부심으로 나이많은 아저씨들을 재밌게 요리하는 걸 구경하는게 마냥 흥미로웠던 것 같다. 마치 어린시절 내기 바둑을 하던 부모님 옆에서 바둑돌로 알까기하며, 그저 누가 이기든 아이스크림이 생기기만을 바라던 것과 비슷한 심정이었달까? :)


학교앞 당구장 퀸이었던 그녀는 졸업 후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퇴근하고 난 뒤 밤마다 갓 복학한 후배(내게는 선배)들과 공들의 경로를 함께 시뮬레이션하길 즐겼다. 그리고 동아리 CC에서 이제 막 깨졌던 날 밤마다 당구장으로 불러내 시간을 떼우며 실연의 상처회복하게 해주었다. 들마저 집에 가면 그 선배는 좀더 남아서 아저씨들과 3구를 즐겼고, 쪼렙이라 끼지도 못하 나는 그마저도 멍~하니 구경하다 새벽 3~4시쯤에 들어가곤 했었다. (feat. <오후 네시>) 어쩌면 형들을 대신해 기사(knight)처럼 그녀 옆을 지켜줘야한다 생각했던 것 같기도... 

그렇게 난 스포츠/게임이 곧 현실의 불안/결핍을 해소하는 힐링/대체물로서 꽤 유용하단 걸 깨닫게 되었다. 이후로는 멘탈흔들릴 때마다 를 비우고  쓰는 운동을 하면서 해소하곤 했다. 그러고보니 윗공대(혹시 기계과?) 출신이라던 스쿼시치는 그 청년은 어릴적 그 기계과 선배와의 당구 구경力 덕에 내가 공칠 때마다 뭔가 재미있는  찾아보려는 습성이 묻어나 웃기는 게임 상대라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챌린저스> 에서 그녀가 원하던 길은 어디/누구였을까?

한편 20대초 첫 직장에서 과장님을 탁구로 압살했다며 해맑게 좋아하던 철없는 날 보면서, 군대를 경험했던 복학생 형들이 사회스포츠 좀 하라는 꿀팁을 전해주었다. 덕분에 재미있어서 더 치고플 땐 기를 쓰며 이기려들고(자극시키고), 이제 충분하거나 지루해 끝내고 싶음 아슬아슬하게( 아쉽게) 혹은 대충 치다가 지면 된다는 요령을 익혔다. ㅋㅋㅋㅋ 만약 관계의 구도 역전되었을 땐 눈치껏 그 반대로 실행하면 된다. 어차피 (아마추어) 스포츠는 그저 다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연대하기 위함이니 말이다. 

이건 어쩌면 내가 한화이글스 팬이라 이런 마인드 변화하는 게 가능했던 걸지도;; 승패 따위? 췟!! 그래도 올해 이글스 로답게 한 계단 올라갔다! 바닥을 치고 한발짝 앞으로 나아갔으면 그걸로 된거다! Good Job~! 칰힌이 아닌 이상에야 독수리도 언젠가 가을 날아오를 때가 있겠지... :D

<와일드 로봇> 의 가을이 오기전 비행 연습~!
<와일드 로봇> 에서 결국 자신이 속해 있어야할 무리를 찾아 날아오른 철새/기러기 브라이트빌
햄스트링 부상으로 준결승전에서 중도 포기한 라미 아슈어와 결승에 진출한 고티에 (꽤 멋진 라이벌 관계였던 두사람)
<챌린저스>의 엔딩 : 욕망의 랠리 끝에서 과연 승리라는 결과가 가장 이루고픈 것이었을까? 혹 자신이 아직 이 곳에 함께 살아있다는 그저 긴장된 순간이진 않았을까?



To be Continued...


00. 스쿼시의 특성

01. 스쿼시와 공간에서의 위치(position)

02. 개인적인 스쿼시 경험과 긴장(stress)

03. 스포츠 게임과 레벨/계급/차이/성(性)

04. 스쿼시와 충돌/매너/의도

05. 스쿼시와 템포/시간/효율

06. 자아의 미러링과 장소애착

07. 기회를 쫓는 근성과 회복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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