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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shim Nov 11. 2024

가을의 향연, 갈대와 억새

(수수한 자연미가 최고의 미)


가을철 자전거타고 강변을 가면 가장 많이 볼수있는 풀들이다. 특히 늦가을부터 다음해 봄이 도래하기 전까지 오래보는 수변식물과 이다.  


솔직히 나는 이 두개의 차이점을 근래까지 몰랐다. 강변에 펼쳐진 억새의 은빛물결 장관속으로 진입해 보니 이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피어났다  


열흘전 금강을 따라 자전거 라이딩을 했다. 가을은 수목시들어지는 철이라 무엇을 볼게 있을까 했는데 완전 착오였다. 오히려 볼 것이 더 많았다. 바로 강변에 수변식물들이 멋지게 보여주는 군무 군락이었다. 내가 살던 고향이 순천인데 대대라는 마을에 어릴 적부터 가끔 놀러가던 곳이다. 가 봐야 허허벌판 같은 바다근처에 갈대만 우거져서 별로 볼것이 없는 것으로 알았다. 이제는 이곳이 보물단지 같은 곳으로 변했다. 환경의 중요성을 각인하는 한국 최초의 수변 국가정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국 유일의 수변 관광지가 되어 일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이 물려드는 곳이 되었다.


여름에는 갈대가 만든 한없이 펼쳐진 녹색 물결을 보여주지만 가을에 들어서는 갈색으로 뒤덥힌 갈대밭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가끔 순천을 지날 때  갈대밭에 잠깐 들어가 보면 오감이 작동한다. 바다 내음, 두눈에 가득  갈대 군락, 흔들리는 잎의 바람소리 등, 그 다음은 맛이다. 근처에서 꼬막 정식을 반드시 먹고 온다.


철학자 파스칼 명언에 나오는 귀절은 많이 들어봤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이다. 생략된 앞 귀절이 사실 더 큰 의미가 있다. 인간은 자연중에서 가장 언약한 존재란다. 별 볼일 없는 인간의 존재 값어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인류는 타 종과 달리 머리를 고 생각해서 인류는 자연계에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지배종으로 존재를 증명한 거다. 그 결과로 만물중 영장류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우두머리 영장류 인간이 된 특징은 대뇌가 발달되고 손과 발을 이용하는 것 그리고 두눈이 초점을 맞추어 입체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환경 적응을 가장 잘 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인류보다 휠신 오래동안 존속해 온 종이 있다. 바퀴벌레이다. 동물 중에서 바퀴벌레가 오랜 생명력을 가진 이유는 다양한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 모든 것을 소화하는 식성, 그리고 종의 번식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등이다.

식물중에도 오랜 역사를 가진 종이 있다. 그중 하나가 갈대이다. 화석 등의 기록을 보면 약 3천만년 전부터 존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종 또한 강인한 생명력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수 있는 능력이 바로 오래 존속이유가 된다.




갈대는 대표적인 수변식물이다. 또한 유사한 서식지에 함께 존재해온 군락 식물로 억새가 있다. 이 둘은 비슷한 점도 많지만 중요한 차이점 또한 가지고 있다. 대충 비교해 보자.  


갈대(reed) 


어려운 학명보다 단순히 reed 로 알려졌다. 생각하는 갈대(thinking reed) 라고 말할때도 사용된다. 주로 습지나 강가에서 서식하고 물속에서도 서있다. 키는 제법 크다. 우리 키로 보면 위를 처댜봐야 할 정도로 약 3-4M 급이다. 안양천이나 북한산 변을 자전거로 가다 만져보기도 해서 안다. 줄기 또한 큰 것은 나의  손가락 정도로  다. 단단하게 되어 있었다. 쉽게 흔들린다는 선입감 때문인지 몇 번 흔들어보았지만 제법 튼튼했다. 억새는 이에 비해 아주 약해 보인다. 줄기 안은 비어있다.


그래서 고대 수메르인들이 갈대를 잘라 이것으로 맥주를 마시는 빨대로 썻다고 한다. 갈대는 여름과 가을부터 꽃이 핀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 수수처럼 보였다. 가을에는 작은 꼿들이 모여 큰 이삭을 이룬다. 여름에는 자주빛을 띄다가 가을부터 갈색을 띤다. 갈대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마치 대나무처럼 군데 군데 마디가 있어서이다. 억새와 비교해서 거칠고 짙은 색상이면 갈대라 보면 된다. 번식력으로 보면 억새가 더 좋다.


갈대는 주로 뿌리를 통해서만 번식하는 경향이 있다. 개체수에서도 억새와 함께 있으면 열세를 느낄 정도이다. 습지나 물가에서만 잘 자라기 때문에 환경조건이 억새보다 약한 편이다. 갈대의 용도로 초기 이집트에서 파파루스의 종이를 만드는 데도 사용이 되었다. 또한 잉카족들은 갈대로 배를 만들어 사용을 했다. 지붕을 덮는 초가집 재료로도 이용했다.



억새(silver grass, flame grass) 


일반 명칭에서 의미하듯 은색으로 보이거나 불 타는듯한 모양을 보이고 있다. 갈대와 비교해서 보기에 은색으로 아름답고 바람에 더 잘 흔들리면 분명 억새로 봐야 한다. 한번만 서로 비교하면 분명히 말 수 있다. 억새의 주된 생태계는 산지나 풀밭등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되지만 또한 수변에서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오히려 갈대를 제치고 수변에서도 더 많이 보이는 군락을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높이는 보통 우리 성인들 키보다 큰 정도이다. 갈대와 공동으로 섞여있으면 중학생 사이에 키큰 성인 농구선수처럼 분명 차이가 난다.


줄기는 갈대보다 완연히 가늘다. 그리고 줄기 안은 완전히 꽉 차있다. 우리가 쉽게 꺽을 정도로 가늘다. 주로 은색으로 보이는 것이 꽃이 되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정도도 매우 쉽게 흔들려 은색의 물결 패턴을 이루고 있다. 억새는 매우 강한 번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빠르게 억새풀 군락을 이룬다. 억새는 바람에 의해 꽃가루와 씨앗이 퍼지기 때문에 군락을 이루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만 본다면 갈대보다 억새가 번식 우수종이 된다.   



가끔 사람들은 이러한 수변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일부는 그럴수도 있지만 그 광대한 자연계를 어찌 인간의 개입으로 할수 있을까. 그래서 자연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억새의 아름다운 은색  물결은 특히 역광에서 발광체처럼 보여 너무 아름답다. 붉고 노란 색색의 꽃들이 이들을 보면 괜히 부끄러워 할 정도다. 가꾸지 않은 이놈들은 자연그대로 조경용 식물이 된다. 그래서 많은 공원에서 장식용으로 인기가 있는 식물이 되고 있다.  



끝으로, 생각나는 대로 갈대 vs.억새의 비교를 해 본다.   


사랑하올 어머니 vs. 돌아 거울을 보는 누이


나르치스 지향  vs. 골드문트 지향 


칭기즈칸 vs. 테르모필레의 300용사


소수파(멘셰비키) vs. 다수파(볼세비키)


당당히 고개 덜 숙이고 vs.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이고


평판에 초연하고  vs. 평판 신경쓰는 (역광에서)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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