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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Oct 17. 2022

80년대생도 의아한 MZ세대의 회사 생활들

"문화의 변화는 모든 세대가 만들어 가는 것"

  나는 이전 글을 통해 내가 후배들을 통해 겪은 회사생활의 MZ세대의 특징을 다뤘었다. 대략 요약해보면, 공정성을 요구하고 회사와 개인을 분리하며, 저녁 회식을 싫어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회사 후배들이 나에게 솔직하게 표현해 준 것을 정리한 것이지만, 이게 일반적인 MZ세대의 특징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왜냐하면 나도 MZ세대에 속하지만 후배를 통해 새롭게 깨달은 바가 많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알다시피 1980년대 생부터 2010년대 초반 생의 넓디넓은 범위를 갖는 세대이다. 어쩌다 이렇게 폭넓은 세대의 범위가 하나의 용어만으로 묶였는지 모르겠다. MZ세대와 관련된 특징을 담은 기사와 글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같은 MZ세대에서도 자신이 속한 세대의 특징들을 보고 있노라면 의아한 경우가 많다. 오늘은 많이 남용되고 있는 MZ세대라는 용어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갖고자 한다. 지금부터 80년대 생이자 MZ 선봉대인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회사 생활 특징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칼퇴해보겠습니다!

  MZ세대의 가장 큰 오해 중에 하나가 회사와 개인의 삶을 분리함으로써 오는 '무책임함'이다. 마치 회사 일을 내팽개치고 개인 생활만 챙기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과거에 회사에만 종속되어 개인의 삶을 오롯이 회사에 바치고는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버려지는 불합리한 모습을 아버지 세대를 통해 간접 경험했다. MZ세대는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회사에만 목메지 않도록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맞추려는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회사 문화에 있어서 개인이 이러한 '워라밸'의 개념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회사에서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세대도 MZ세대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선배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을 온라인상에서는 시원하게 또는 일부 과장되게 털어놓는다. 이게 왜곡되어서 MZ세대의 특징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특징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이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선배들이 업무가 쌓여서 야근을 불사하고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내 일 아니라는 듯이 '칼퇴해보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MZ 후배는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워라밸을 챙기기 위해 본인이 맡은 업무를 내팽개치고 업무시간이 종료되면 바로 짐 싸고 나가는 무책임한 모습을 현재 통용되는 MZ세대라는 용어에 녹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의아한 생각이 든다.


저녁 회식은 참석 못하겠는데요!

  코로나 이후로 저녁 회식 문화는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점심 식사나 선물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도 저녁 회식의 빈도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코로나 전에는 분기마다 최소 두 번씩은 여러 사유로 회식이 잡혔던 것 같은데, 코로나가 극심한 시기엔 전혀 회식이 없었고,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진 않았지만 지금은 반기에 한 번 정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Z세대가 저녁 회식을 참여하는 것을 극혐 하듯이 표현되고 있다. 물론 이런 저녁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른 대안이 있는데 꼭 저녁에 술을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막상 저녁 회식이 잡히면 참석 못하겠다고 표현하는 사람은 잘 없다. 아무리 MZ세대가 당당한 세대로 표현되지만, 모두가 참석하는 회식에서 나만 쏙 빠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개인적으로 내 주변에선 그런 위풍당당한(?) 태도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억지로 끌려가든 자발적으로 참석하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하는 저녁 회식은 대부분 참석하고 있다. MZ세대라도 회사 생활이 사회생활의 일부이고, 회식도 회사 생활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녁 회식은 참석 못하겠는데요!'라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MZ세대는 흔치 않다. 개인적으로 나도 MZ이지만 회식을 기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회식을 통해 구성원들의 새로운 매력도 볼 수 있고, 회사에선 말하지 못한 새로운 소식도 듣게 는 뜻밖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 퇴사하겠습니다!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MZ세대는 포기가 쉽다는 인식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시대적인 상황과 사회적 현상을 같이 놓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예전보다 회사가 주는 월급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진 현실이 있다. 예전엔 꼬박 나오는 월급만 저축하면 집을 사서 늘려가는 게 가능했다. 물론 당시에도 직장인이 집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월급만으로는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다. 그러니 투잡, 쓰리잡에 부업에 투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세대에게 포기가 빠르다는 말은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퇴사라는 결심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이유를 MZ세대라는 특징에서 찾기보다는 그 사람 전체의 삶을 토대로 찾아보는 게 맞다. 왜냐하면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적성이 나와 맞지 않아서, 돈벌이가 생각보다 적어서, 더 좋은 기회가 있어서, 인간관계에 트러블이 생겨서,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서,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등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다. 당당히 아무렇지 않게 퇴사하는 모습을 MZ 세대만의 특징으로 치부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퇴사할 때 정식 프로세스를 갖추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만 한다면, 당당한 자세로 퇴사를 말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무책임하게 퇴사를 통보하고 나가버리는 일부 몰상식한 소수 인원에 대해 모든 MZ세대가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MZ세대의 선봉대이자 80년대 생인 내가 생각하는 'MZ세대가 겪는 회사 생활에서의 오해'를 다루어 보았다. 문제는 너무나 넓고 다양한 세대를 하나의 용어로 묶어버린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겠다. MZ세대의 특징이라고 인터넷에 떠도는 것들이 실상 모든 MZ세대를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이 아니라 '대부분'을 나타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전 글에서도 내 회사 후배들을 통해 깨달은 특징을 MZ세대와 묶어서 표현하였지만, 이게 꼭 MZ세대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 그저 회사 문화가 이들로 인해 더욱 포용적이고 발전적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젠 MZ세대라는 용어를 다루는 데 있어서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남용하지 말아야 하겠다. 구성원이 삶을 살아가면서 생기는 인식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변화하고 그로 인해 회사 문화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 변화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결국 구성원의 몫이다. 단, 그런 변화를 한 세대에게만 독박(?)을 씌우는 것은 불합리하다. 모든 세대가 함께 변화에 기여해야만, 모든 세대가 행복한 문화로 자리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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