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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Sep 18. 2022

회사에서 우리가 신입사원들에게 기대하는 것들

"신입의 때를 벗지 말아 주세요!"

  최근 우리 회사에 신입사원이 입사하였다. 신입사원이 들어올 때 기존 직원들은 약간의 기대감과 설렘을 갖게 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배들이 5명이나 있는데도 새로 들어오는 신입 후배에 대해 입사하기 전부터 궁금해했다. 그래서 면접관으로 참여한 선배들한테 물어본 경우도 있었다. 결국 입사 전부터 그의 신상은 이미 다른 팀원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도 다른 팀 선배들이 그런 마음이었다는 생각을 해보니, 뭐 이렇게 나를 어필하려고 노력했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새롭게 들어오는 신입사원에 대해 이렇게관심이 많은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새로운 이야깃거리

  우리는 신입이 들어오면 관심이 많다. 이미 신상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그신상을 체적으로 파고든다. 신입의 입장에서 보면 취조당하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기존 팀원들은 그의 새로운 이야기 흥미진진하다. 그의 학창 시절은 어떠했는지, 취미는 뭔지, 주량은 어떻게 되는지, 왜 우리 회사에 왔는지 등 물어볼 것 천지다. 이렇게 새로운 신입에 대해 관심을 크게 보이는 것은 기존 팀원들 간의 대화는 별 새로운 점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신상 파악은 다 되었고, 그들의 말투와, 성향까지도 파악이 다 되었기에 기존 팀원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또는 이미 들어본 얘기를 다시 늘어놓는 경우도 많기에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기존 팀원들끼리도 신입사원에 대해 서로 신상을 캔 것들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눈다. 신입사원의 존재만으로 팀에 뭔가 활력이 생기는 듯하다. 그만큼 기존 팀원들은 매일 똑같은 일상이 너무 지겨워서 새로움을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입사원 시절에 대한 회상

  신입사원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항상 나오는 문구가 있다. "내가 신입일 때는 말이야..."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 팀원들은 신입이 들어왔을 때 자연스레 본인들의 신입 시절을 회상한다. 항상 그 추억은 힘들고 고되며, 극복 과정은 아름답다. 그러다 보니 신입이 들어왔을 때 본인들이 겪었던 신입 시절 이야기들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물론 그 이야기 속에는 지금 들어온 신입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충고도 섞여있다. 심지어 그 신입은 고개를 위아래로 헤드뱅잉 하듯이 흔들며 과한 리액션으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에, 그들은 더욱 신이 나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추억까지도 억지로 꺼낸다. 나 또한 그랬다. 신입사원에게 내가 입사했던 시절의 회사 분위기, 나를 괴롭혔던 팀원들, 소심한 복수극, 성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 등을 과도한 제스처를 하면서 늘어놓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신입일 때도 똑같이 당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때의 난 선배들의 옛 시절 회사 얘기가 재미있었고, 어떻게 회사 생활을 해 나갈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 어쨌든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기존 원들은 본인들의 신입 시절을 다시금 회상하게 되고, 운이 좋으면 그 신입 시절의 마인드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업무적으로 기대하는 게 또 하나 있다. 물론 신입이 들어와서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하고, 현업의 업무를 나누어하는 것은 기본 의무이다. 그 외에 현업에서 기존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도 도저히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 때, 신입사원의 그 톡톡 튀는 새로운 관점의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문화 관점에서 새로운 신입들의 아이디어를 갈구한다. 기존 팀원들은 회사에 일해 오면서 지금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기업문화라는 게 시대에 맞게 항상 유기적으로 변화해야 하기에, 회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서 신입들의 젊은 생각들이 젊은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항상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하게 된다. 기존 팀원들이 아무리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 봤자 나오는 것들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신박한 아이디어 하나만 내줘도 그는 그 해에 할 일은 다 했다고 본다. 우리 회사에서도 물론 신입사원을 뽑으면 기업문화 아이디어를 그의 머릿속에서 뽑아내는데, 그중 하나는 회사에서 업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회사에게 일정 부분 비용을 받아 활동하고, 그에 대한 성과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아이디어였다. 그 신입사원은 한 해동안 팀장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신입사원에게 기존 팀원들이 고정관념에 빠져 절대 가질 수 없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현업 아이디어를 은근 기대하곤 한다.


는 신입사원이 들어와 회사에 적응하면서 점차 안타까워하는 점이 있다. 바로 채 몇 달이 안되어서, 기존 팀원들처럼 동조화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에게 있어서는 생존 본능 상 기존 팀원과의 행동 양식이나 사상을 맞춰가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지만, 나는 그래도 신입사원이 최소 1년 이상은 신입사원의 때를 벗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입은 신입 나름의 역할이 있고, 그 속에서 회사가 기대하는 바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회사에 신입이 들어오면 퇴사부터 걱정한다. "이 신입은 언제까지 버틸까? 어디 회사에 이력서를 쓰고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신입에게 있어 이 회사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신입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 것인지 헷갈린다. 어쨌든 이제는 그런 기대감들을 조금씩 내려놓기도 해야겠다는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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