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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Sep 08. 2022

MZ세대는 왜 회사에서 그토록 공정을 외치는가?

"참신함의 눈, 그리고 배려의 말"

  지난번에 쓴 MZ세대와의 회사 생활에 대한 글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조회수가 만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소중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 

"면접에서는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놓을 것처럼 얘기하더니, 막상 회사에 들어오면 공정을 주장합니다." 

  아마도 내가 쓴 글의 내용 중 '90년 생들이 회사에서 부당함을 주장한다'는 내용을 읽고 쓴 댓글인 듯했다. 아마도 이 분은 직장에서 새로 들어온 MZ세대에게 서운함을 느꼈던 듯하다. 그래서 내 의견을 달기 전에 MZ세대 중간 격인 후배 5인방과 얘기를 나눴고, 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해 보려니 댓글로는 충분치 않아서 이렇게 또 장황하게 글을 쓴다.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들어왔는데!!

  내가 10년 전 취업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취업이 점점 힘들진다는 얘기는 종종 나왔었다. 회사가 인건비가 비싼 국내 인력 대신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여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인건비가 싼 인력들을 활용하는 추세였다. 그때 다행히 난 무적의 공대생이었고, 지원한 회사를 다 붙지는 못했지만 합격한 몇 군데 중 골라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배 5인방은 내가 들어왔을 때 보다 훨씬 취업 준비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입사 시기도 좀 늦어진 듯했다. 영어성적, 인턴 경험, 공모전 수상 경력, 해외 봉사 활동 등 이력서를 빼곡히 만드느라 많은 노력들을 해 온 것이다. 그렇게 해도 너무나 높은 경쟁률로 인해 서류에 번번이 탈락하고, 겨우 겨우 극심한 경쟁을 뚫고 우리 회사에 들어온 것이다. 그들도 알고 있다. 이렇게 힘들게 들어왔으니, 좀 더 공정하게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린 공정한 대우로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줘야 하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우리 직전 세대에서는 회사가 성장하는 재미를 많이 느꼈다. 그에 따라 개개인의 가시적인 성과가 돋보였으며, 그 성과들로 승진과 점차 늘어나는 연봉에 뿌듯함을 느끼며 일했었다. 정말로 회사가 발전하고 성장하니, 가정의 평화가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 2.5프로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에서는 예전처럼 그런 눈부신 발전을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오히려 반대로 회사의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업종도 존재한다. 어쨌든 전통 산업인 우리 회사 기준으로 보면 후배 5인방은 정체되어 있는 회사에 겨우겨우 들어와 보니, 회사는 항상 위기라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나라도 위기, 경제도 위기, 회사도 위기... 알게 모르게 이 위기 3인방이 MZ 후배 5인방 목을 졸라왔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후배들은 앞으로의 본인이 '선배들처럼 좀만 참고 노력해서 회사도 발전하고 나도 눈부신 업적을 남겨야겠다'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 회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지금 당장 우리는 일 한 만큼 공정한 대가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가장 최근에 들어온 후배는 입사하자마자 이직 준비를 한다. 항상 준비해놓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게 사회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뿐인데요

  MZ세대는 플랫폼과 SNS 활동에 아주 능통한 세대이다. 그만큼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로움이 넘치고, 그러한 자유로움이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사회적으로 이전 세대를 억압하였던 유교사상이 세대를 거칠 수록 점차 희석되고 있는 듯하다. 사회적인 분위기와 과학의 발전이 그들을 한껏 자유롭게 했다. 그러다 보니 능동적으로 불합리한 것에 분노할 줄 알고, 선행을 베푼 가게 사장님을 돈쭐(?) 낼 줄 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불합리한 업무 분배나, 불공정한 고과, 합당하지 않은 성과급 등 회사에 오면 우리 MZ세대는 분노할 것 천지다. 새로운 문화에 우리 이전 세대 상사들은 당황했고, 어쩌면 서운한 감정까지도 들었을 수 있다. 그들이라고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을 모를까? 알면서도 조직을 위해, 회사를 위해 침묵하고 참아 온 것이다. 하지만 M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자유롭게 표현해 왔기에 회사에서도 당연하게 공정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공정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이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당한 대우와 불합리한 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엄청나게 딱딱한 이 사회와 조직을 그나마 물렁물렁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회사에서 이러한 MZ세대의 공정함에 대한 요구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전 세대와의 갈등을 조장하며,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 이전 세대는 참신함의 눈으로, MZ세대는 배려의 말로 공정이라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융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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