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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Oct 05. 2022

회사에서의 '자발적 혼밥'이 좋은 이유

"회사 점심시간을 온전한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기"

  나는 코로나 이후로 회사에서 '자발적 혼밥'을 하고 있다. 자발적이란 누가 시키지 않고 스스로 행한다는 것이고, 혼밥은 혼자서 밥 먹는다는 것을 줄여서 말한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식당에는 칸막이가 설치되고 한 칸 띄어 앉기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이랑 식당까지는 같이 가더라도, 배식을 받고 앉아서 먹을 땐 오로지 혼자였다. 처음엔 굉장히 어색했다. 우리 팀은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 전용 팀 자리를 암묵적으로 만들어놓고, 그 자리에 모두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 이 문화를 코로나가 확 바꿔 놓은 것이다. 분명히 팀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가 불러온 마법 같은 변화가 내심 반가웠다. 그러다 최근 들어 코로나가 잠잠해지니, 칸막이는 유지되었지만 슬슬 띄어앉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식사를 했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하지만 나는 그 무리에 끼지 않기로 했다. 나 스스로 자발적 혼밥을 자처한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에서의 자발적 혼밥이 주는 좋은 점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만의 페이스대로

  자발적 혼밥이 좋은 이유 첫 번째는 오로지 나의 시간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사를 하러 가는 시간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일을 하다 보면 식사시간보다 좀 일찍 마무리될 때가 있고, 늦어지는 경우도 생기는데 허둥대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식사를 하러 갈 수 있다. 물론 12시부터 1시까지 딱 1시간의 점심시간이 주어지므로, 최대한 11시 55분에 가려고 노력한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당에 가면 메뉴를 눈치 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다. 한식, 양식, 건강식 코너가 있는데, 요즘엔 체중관리를 위해 건강식을 주로 먹는 편이다. 건강식의 장점은 먹는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시간을 벌었다! 이제 구석자리로 가서 앉는다. 최대한 남들의 시선을 피해야만, 내 옆에 아는 사람이 올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핸드폰을 열고 오늘의 뉴스나 커뮤니티 눈팅을 하면서, 샐러드를 우걱우걱 먹는다. 난 또한 밥도 빨리 먹기 때문에, 어쩔 땐 식사를 다 마치는데 5분도 안 걸릴 때도 있다. 좀 놀랐던 것은 언젠가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갔는데, 그때서야 팀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12시 3분. 나는 혼자 11시 55분에 칼같이 가긴 했지만,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3분밖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살짝 민망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남은 점심시간을 온전히 내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활용법

  자발적 혼밥으로 얻은 소중한 시간, 45~55분 정도는 나의 자유 시간이다. 이 시간에 얄밉게도 일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잡담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피곤해서 잠을 좀 잘 거라고 핑계를 대고 자리에 앉는다. 컴퓨터 모니터를 다시 켜진 않는다. 남들에게 내가 점심시간에 뭐하는지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의 뉴스는 대략 살펴보았지만, 좀 흥미로운 기삿거리는 자세히 읽어본다. 웃긴 얘기나 재밌는 댓글들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살짝 풀어주고, 본격적으로 모바일 어플을 활용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점심시간은 나만의 독서시간이다. 출근길에서 읽다만 책을 마저 꺼내 읽는다. 책을 읽지 않는 날에는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현장에서 회사 생활에 대 글을 쓰니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글도 물론 핸드폰으로 쓰는데, 쓰다 보면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것이 너무 많아 손가락이 엄청나게 바빠지는 경우도 있다. 읽고 쓰고 하다 보면 피곤이 몰려올 때가 있는데, 그럼 15분 정도 눈을 붙인다. 이 정도의 쪽잠만으로도 오후를 더욱 상쾌하게 맞이할 수 있고, 일의 능률도 상당히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50분 정도의 점심시간을 이렇게 나만의 시간으로 활용하니, 좀 더 인생을 꽉 채운 느낌이고, 뭔가 괜히 뿌듯함도 느낀다.


지속 가능하기를

  코로나가 아직은 끝나지 않았고,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이지만 나는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더라도 '자발적 혼밥'을 유지할 생각이다. 주변에서 나를 그렇게 놔둘까. 가능한 방법은 남들이 잘 안 먹는 건강식을 나는 지속적으로 먹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혼자 먹을 수 있다. 건강식을 안 먹더라도 방법은 있다. 최대한 팀원들 뒤에 줄 서고 느리게 행동하여 팀원들이 다 앉았을 때 다른 자리로 가 앉는다. 이건 눈치챌 수도 있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니, 그냥 맘 편하게 건강식을 먹기로 한다. 그럼 줄도 안 서니까 나만의 점심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입맛만 좀 버린다면, 건강도 챙기고 시간도 챙기고 1석 2조다. 언젠가 식당에 칸막이도 없어지고, 실내 마스크 의무도 해제되겠지만 나의 치열한 '자발적 혼밥'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 몇 년간 이렇게 혼자 먹다 보니, 최적의 구석자리를 찾았고, 팀원들은 여기까지 올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은 팀원들과 식사를 하며 서로 소통하는 자리이다. 배식을 받고 자연스레 앉다 보면, 일로는 전혀 관련이 없는 팀원들과도 이런저런 잡담을 할 수 있다. 잡담 속에는 업무시간에 하기는 볍고, 따로 시간 내서 말하기는 부담스러운 그런 업무 얘기도 껴있다. 하지만 좀만 더 생각해보면, 이런 소통과 업무 얘기는 충분히 업무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굳이 하루 8시간 근무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점심시간에 눈치까지 보면서 이런 거추장스러운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점심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시간으로 만들어 근무시간을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패턴을 만든다면, 그게 회사 입장에서도, 내 입장에서훨씬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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