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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회사에서는 악마 같은 사람이 잘 나가는 걸까?

"아무나 갈 수 없는 길..."

by 똥이애비

회사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아무리 인적성 검사와 2, 3차 면접을 해서 직원을 뽑는다고 하더라도 조직 내의 다양성은 훼손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기준으로 주변 직원들의 부류를 나누기도 하는데, 아주 친절하고 불만 없이 떠맡은 일을 해나가는 천사 같은 유형이 있다. 마음속으로는 이런 분들이 승승장구해서 조직을 이끌어갔으면 하지만, 사실상 한계에 부딪쳐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주변의 악마 같은 사람들이 이들을 이용하고 본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천사가 호구가 되는 순간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렇게 내 기준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아주 나쁘고 악마 같은 직원들이 있는데, 이들이 회사에선 아주 잘 나간다.


신입으로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나는 내 전공과 맞지 않는 팀 배치로 인해 불만을 품고 전환 배치를 요청하였다. 파트장, 팀장까지는 어느 정도 내 상황을 설득하여 통과되었다. 이제 이 팀을 이끄는 실장이자 임원이던 한 분만 통과하면, 인사과를 거쳐 내가 원하는 곳으로 전환 배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는 임원과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거기서 나온 임원의 말에 나는 뜨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 다른 데 가면, 내 인맥을 총동원해서 자리 못 잡게 할 거야! 차라리 퇴사한다고 인사과에 통보해!"


"너 다른 데 보내줘서 선례를 만들면, 참고 버티고 있는 다른 애들도 줄줄이 나간다고 할거 아냐! 절대 못 보내 준다."


어떻게 약 100여 명의 조직을 이끄는 실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이제 겨우 입사한 지 8개월 된 신입사원에게 할 수 있을까? 신입의 마음가짐으로는 버틸 수 없는 충격이었다. 나는 결국 인사과에 퇴사 통보하였지만, 인사과를 이끌고 있는 임원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내 사정을 딱하게 여겨 이 악마 같은 실장을 직접 설득하였다. 인사과에서는 내가 나가려고 하는 팀에 신입 TO를 주고, 나를 겨우 빼내 원하는 팀으로 배치될 수 있게 해 주었다. 다행이었지만 한동안 악마가 휘두른 발톱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크게 남았었다.


전환 배치 후 새로운 팀에 적응하여 9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지나가면서 또는 엘리베이터에서 악마 같은 그 임원을 마주칠 때마다 예전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런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잘하고 있냐? 배신하고 갔으면 거기선 잘해야지." 주변에서 들리는 말로는 내가 다른 팀에 배치받은 후 그 조직에서 불만을 품고 있었는데 막상 용기 내지 못했던 선배들이 줄줄이 그에게 전환 배치를 신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 이후로 아무도 다른 팀에 가지 못하고 퇴사 처리가 되어버렸다. 그 팀에서 나를 챙겨 주었던 2년 차 선배들 4명 중 3명이 그렇게 회사에서 사라졌고, 내 동기였던 2명도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이렇게 인원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는데도 회사에서는 9년 만에 그를 사장까지 올려놓았다. 이젠 내가 쳐다볼 수도 없는 높이까지 올라가버린 그 악마 같은 임원을 보며 문득 '왜 이런 악마 같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잘 나갈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겪은 이 분 말고도 악명 높은 분들이 회사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해서 그들의 공통점을 대략 추려 볼 수 있었다.


회장에겐 고양이, 직원에겐 호랑이

이런 악마 같은 분들의 기본적인 특성이 상하관계가 아주 뚜렷하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을 자신의 발 밑에 두면서 이리저리 휘두른다. 직원 개개인의 사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내 말을 얼마나 잘 듣고 행동하느냐에만 관심이 많다. 그렇기에 직원들에겐 원성이 자자하지만, 그는 알면서도 모른 채 한다. 왜냐하면 자신도 회장에게는 한없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회장의 말이라면 군인이 명령에 복종하듯 따르고, 회사가 정한 방향대로 간다고 하면 발 벗고 그 길을 닦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물론 회장의 눈에는 아주 충성스러운 모습이기에 그의 승진은 탄탄대로이다. 하지만 본인만 그러면 상관없는데, 그런 충성과 복종을 본인의 아랫사람들에게 그대로 요구하고 있어서 문제다. '너도 나처럼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고 싶으면, 내 말을 들어야 할 거야'라는 희망고문과 함께 직원들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가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회장에겐 조직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신임을 얻는다.


실적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악마 같은 직원이 잘 나가는 이유는 그들이 '실적 주의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회사와 조직이 미리 정해놓은 숫자에 어떻게든 맞추기 위해 모든 것을 갈아 넣는다. 본인의 인생, 아랫 직원들의 삶, 협력업체의 피와 땀 등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넣고 믹서기로 돌려버리면, 어느 순간에 아주 달콤하고 걸쭉한 주스처럼 실적이 뚝뚝 떨어진다. 그것을 한 톨도 남김없이 훑어내어 회장에게 그대로 갖다 바치면, 그만의 '실적 주스'가 완성되었다. 실적 주의를 통해 그의 능력을 회사에서 인정받으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높고 일도 잘하는 프레임이 씌워지게 된다. 그 프레임 바깥에는 그의 실적에 희생당한 불쌍한 어리고 천사 같은 양들이 울고 있지만, 그는 못 들은 채 한다. 오히려 '내가 이렇게 잘 끌고 와줬으니 내 성과가 높은 거고, 너네도 기여는 했으니 보상은 갈 거지만 장담은 못해'라는 탑 다운 방식의 성과 나누기를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최소 인원으로 최대 성과

이런 악마 같은 행태로 인해 아랫 직원들의 원성이 차츰 높아지고, 도저히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줄줄이 이직과 퇴사를 하게 된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람을 갈아 넣어 실적을 만들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일단 사람이 나가도 일이 잘 돌아가는지 지켜본다. 남아 있는 사람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퇴사한 사람의 몫까지 꾸역꾸역 처리하고 있으면, 옆으로 와서 "그놈이 책임감 없이 확 나가버려서 힘들지? 좀만 참아. 내가 사람 뽑아 줄게!"라고 회유의 말을 내뱉는다. 그러고는 몇 달이 지나도 새로운 사람을 뽑아주지 않는다. 그의 생각은 최소한의 인력 운용으로 인건비를 줄여서 실적을 높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렇기에 직원들이 버틸 수 있을 한계까지 업무를 밀어 넣고,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지만 틈틈이 확인한다. 그러고 나서 연말이 되면 최대 성과로 회사에서 상을 받고, 직원들에게 당당히 말한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사에서 잘 나가는 악마 같은 직원의 특징을 정리하고 보니 대부분 관리자의 행태에만 치중해서 쓰게 되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분명 이런 '잠재적인 악마'가 숨어 있을 테다. 아직 본인이 가지고 있는 뿔을 드러낼 때가 아니지만 곧 관리자가 되면 화려하게 등장할 것이다. 그들은 '실적 주의자'일 것이고, 동료의 삶과 사정보단 일과 성과가 더욱 중요하며, 상하관계 또한 아주 뚜렷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가? 그리고 조직의 팀장과 임원과 회장에게 그런 태도를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는가? 그가 바로 차기 임원이자 사장이 될 상이다. 반대로 생각해서 내가 회사 생활을 하는 김에 임원이 되거나 승승장구하고 싶다고 한다면, 이 잘 나가는 악마의 회사 생활을 따라가면 되겠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참 쉽지는 않은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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