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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Dec 27. 2022

직장인의 상상과 현실 사이

"나는 과연 어떤 꿈을 갖고 회사 생활을 하는가?"

  지금은 직장인 10년 차이지만, 이 회사를 처음 입사했을 때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아마도 대학교 시절부터 조금씩 그 꿈을 키우고 있었으리라. 몇 년 동안 꿈을 키운 결과가 고작 직장인일 뿐이지만, 그래도 난 그 직장 생활에서의 특별한 로망을 꿈꾸고 있었다. 4년 간의 대학생활과 1년 간의 취업준비 끝에 결국 취업을 하게 되었고, 내가 정말 원하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안정적인 회사라고 여겼다. 합격 통지를 받고서는 난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너무 멀리까지 가버려서 살짝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때 그 시절에 이런 상상을 했다는 것 자체로 흥분되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오늘은 그때의 상상의 세계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보, 현실과 얼마나 괴리감이 있는지를 따져보고자 한다.


정장 입고 하하 호호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당연히 정장을 입고 다니는 줄 알았다. 그게 비즈니스 매너라고 생각했고, 각종 드라마에서는 당연하게도 정장을 입은 멋진 모습만 나왔다. 그러고는 멋들어지게 인상을 찌푸린 채 집중하며 모니터를 바라보거나, 중역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깔끔하게 해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남녀 직원들이 섞여 함께 회식으로 회포를 푸는 모습과 넥타이를 일부러 늘어뜨려 흐트러진 모습들, 하하 호호하며 즐겁게 수다를 떠는 모습들이 모두 내가 회사생활 동안 원하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상당히 달랐다. 청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출근하기에, 뒷모습만 보면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실적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맞추기 위해서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서로 예민해진 상태라 말 걸기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대부분 남자들 투성이기 때문에 군대에서 겪었던 분위기들이 회사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일은 서로 떠넘기거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회피하고, 실적이 난다 싶으면 어떻게든 다리라도 걸치려는 수작을 부린다. 겨우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회식을 할 때도 서로 술 취해 싸우지 않으면 다행이다. 상상은 화려했지만, 현실을 질했다.


돈을 쓸어 담자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 금세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거라 여겼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체계적으로 나누어 소비와 저축과 투자를 계획했다, 이제부터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아도 내 앞가림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진정한 성인이 된 것이라 생각했다. 계획한 대로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노후를 대비하고, 아이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을 했었다. 게다가 회사에서 승승장구하여 승진하고, 임원도 되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연봉을 받으며 떵떵거리며 사는 부유한 직장인의 모습을 그렸다. 생각해보니 모두 드라마에서 본모습들이고, 내 회사 생활 상상의 대부분에 영향을 미친 듯싶다. 직장인의 현실적인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월급은 카드값으로 스쳐 지나가기 일쑤고, 무리한 투자로 대출금에 허덕일 때도 있다. 겨우 겨우 맞벌이를 해야만 아이 하나를 풍족하지는 못해도 부족하지는 않게 키워낼 수 있다. 당연히 노후는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임원은커녕 만년 부장으로 정년까지 어떻게든 버티려고 용을 쓰게 되고, 잘리더라도 변변치 않은 직장에서 직장인 수명만 겨우 연장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인사권을 쥐고 있는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치고 올라오는 아랫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보전하려고 애쓴다. 주변에서 본 이런 현실적인 모습들이 나를 더욱 염세적으로 만드는 듯하다.


능력자들

  회사에 입사하면 신입사원의 눈으로 모든 선배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럼 모두가 능력자들 같다. 어떻게 전화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자료를 금방 만들어 버리고, 보고에 회의까지 모두 참석하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능력자들과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여기며, 나도 빨리 업무를 익혀서 이들과 같은 능력자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렇게 스스로 성장하고 본인의 역량을 개발하면서 발전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능력자들의 모습이 처절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오늘만큼은 야근을 피해보고자 발버둥 치고, 이번만큼은 윗선에 보고할 때 깨지지 않도록 애쓰는 선배들의 모습이 보인다. 심지어 그런 선배들의 모습이 불쌍하고 처량해 보이기도 하는데, 나도 결국 아무리 애써도 선배들처럼 될 거라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처음 선배들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이 선배들처럼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으로 뒤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10년의 직장생활을 직접 겪고, 주변 직장인들의 모습을 쭉 관찰해보니 드라마에서나 보던 입사 전 상상들이 실제로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앞서 언급한 현실의 내용들은 상상과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부정적 상황을 많이 기술하였지만, 아무래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현실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보았다. 나도 실제로 겪은 것과 주변에서 봐온 것들이므로, 대체적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런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나는 어떤 꿈을 갖고 회사 생활을 이어나가야 할지 근원적인 물음을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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