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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Dec 20. 2022

나는 얼마나 일에 매몰되어 있는가?

"중요한 건 매몰이 아닌 몰입"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이십 대 후반에 취업하여 60세 전후로 퇴직할 것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어서 퇴직하는 나이는 천차만별이다. 난 60세까지만 이 회사에서 일해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삶은 아직 고민해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 무슨 일이든 일을 해서 노후까지 먹고살아야 할 테니 말이다. 그만큼 일이라는 게 내 평생을 함께 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된다. 예전 신입사원 교육 때 임원 특강에서 한 임원이 이런 말을 했다.


"일은 내가 직접 컨트롤해야 할 대상이지, 내 인생이 매몰되어버리는 대상이 되면 안 됩니다."


그땐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10년 정도 하다 보니 이제야 어떤 의미로 임원이 이런 말을 했는지 차츰 깨닫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일을 끌고 가도 쉽지 않은데, 일에 멱살 잡혀 끌려다니면 그것만큼 곤욕스러운 게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이라는 것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그래서 일이 재미있는지, 더 알고 싶은지, 보람을 느끼는지를 계속 자문해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일에 매몰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능동적인 매몰과 수동적인 매몰이 있을 수 있다. 능동적 매몰을 앞서 얘기했듯이 일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자발적으로 일에 매몰되어버리는 경우다. 수동적 매몰은 일에 흥미도 없는데 윗사람의 강요나,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자발적으로 매몰되는 경우가 되겠다.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일에만 매몰된 워커홀릭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게 결코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나는 한번 얼마나 일에 매몰되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기로 했다. 회사에 있지 않아도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과 일과 연관된 시간들을 모두 포함시켰다.


1) 출퇴근 시간 : 2시간 30분

2) 업무 시간 : 9시간(야근 포함하여 평균 냈을 때)

3) 업무 외 시간 : 1시간(개인 시간 동안 회사 관련된 메일, 전화, 메시지 확인 등)


내 보통날들은 회사 생활 동안 대략 12시간 30분 정도는 업무와 관련되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지는데, 실제로 일과 관련된 시간이 절반이 넘어가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잠자는 시간 7시간을 제외하면 개인 시간은 고작 4시간 반 정도만 남을 뿐이다. 이 시간에 개인적인 일을 보고, 육아하고, 집안일하고, 취미 생활을 해야 한다. 무나 빠듯한 하루다. 그저 일에 관련된 시간만 정리했을 뿐인데도, 내 삶이 일에 엄청나게 매몰되어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래서 직장인은 노예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매몰과 몰입은 또 다르다. 주로 여기선 시간적인 매몰을 따져봤지만, 몰입은 깊게 집중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아마도 매몰된 시간보다는 한참 적은 시간일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매몰되는 시간을 줄이고, 몰입하는 시간을 늘려서 조금 더 가성비 있게(?) 업무를 해나갈 수 있을까?


1) 출퇴근 시간을 줄인다.

2) 야근을 줄인다.

3) 퇴근 후에는 업무 관련된 연락을 끊는다.


개인적을 할 수 있는 것들은 이게 최선이지만, 사실 개인이 이를 해내기에는 장애물들이 많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면 회사 근처로 가야 하는데 통 회사 근처의 집 값은 상대적으로 높고, 나처럼 육아 도움을 받기 위해 처가댁 근처에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야근을 줄이는 것 또한 우선 업무량 분배가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윗사람들은 적은 인원을 갈아 넣어서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므로 힘없는 일개 팀원이 이를 컨트롤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퇴근 후 연락 끊기도 사실상 급하거나, 윗사람의 콜이라면 무시하기 어렵다.

 

  단지 내가 윗사람과의 갈등 없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업무 몰입도이다. 즉, 집중 근무 시간을 늘리면 저절로 성과는 따라서 올라간다. 성과를 내면 그나마 윗사람들의 눈치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있고, 그렇다는 건 불합리하게 일에 매몰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효율적으로 일해서 내 일에 대한 매몰 시간을 줄였지만, 윗사람이 더 많은 일을 준다면 둘 중에 하나로 결정해볼 수 있겠다. 하나는 추가로 주어진 업무 또한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버텨서 임원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이만큼 성과를 냈고 더 많은 업무는 부당하다고 쳐내는 것인데, 기존 업무에서 성과를 이뤘기에 그나마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이다. 윗사람도 잘하고 있는 사람이 빠져나가는 것만큼 불편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일의 매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불필요한 일도 쳐내는 게 좋다. 내가 생각하기에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정리해야 할 업무가 아니라면, 알아먹을 수 있게만 정리하고 대강 처리한다. 굳이 PPT로 자료를 만들지 않고, 메일로 보고한다. 또한 굳이 메일을 쓰지 않고, 구두로 전달한다. 그래도 윗사람이 보고할 자료를 요구한다고 하면, 업무 방향이 돌아가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초안을 공유한다. 이런 식의 업무 처리를 통해서 능동적으로 일을 끌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내 삶이 일에만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하루 일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회사에서 지나가다 보면 좀비처럼 또는 노예처럼 영혼 없이 일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나 또한 바쁠 때 그런 경우가 많았다. 너무나 안타까운 직장인의 현실 속에서 조금이라도 일에 매몰되는 시간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그나마 생기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일의 몰입도를 높여 빠르게 실적을 내고, 불필요한 일은 과감히 쳐내서 불합리하게 일에 매몰된 시간을 스스로 없애 나가도록 하자. 그게 능동적인 매몰이든 수동적인 매몰이든, 중요한 건 매몰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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