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분량 늘리는 법

"작가와 독자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by 똥이애비

공대를 졸업하고 관련 직종의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결론만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맨 앞 쪽에 결론을 요약한 한 페이지를 먼저 보고하고, 필요하다면 뒷 쪽에 근거 자료들을 첨부하여 설명한다. 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대한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회의든, 보고든 간결하게 핵심만 요약하여 말하고 설명한다. 러다 보니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짧고 간결하게 말하려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가나 가족들과 얘기를 나눌 때조차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는 것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듯하다.


글도 결국엔 내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보니, 결론부터 빨리 내리려고 해서 문장이 쉽게 끊어지고 문단이 짧아진다. 물론 독자들도 내 글을 끝까지 쭉 읽어 내려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면 읽을 만한 수준의 글의 양을 채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 지금도 별도로 출판사와 계약하며 원고를 쓰고 있는데, 예전 첫 미팅에서 편집자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차에서 한 꼭지로 쓴 글의 양이 많지 않아서 글의 분량을 좀 늘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엔 그저 좀 더 말을 다듬고 생각난 것을 추가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알겠다고 답했지만, 지금 원고 작업을 해보니 이미 쓰인 글에서 분량을 늘린다는 게 굉장히 고단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원고도 작업하고 별도로 브런치에 글도 쓰면서 분량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았다. 물론 깔끔한 문장 구성과 글의 내용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분량을 어느 정도는 확보해야 완전하게 내 글을 끝까지 읽어주는 너무나도 감사한 독자들에게 읽다만 느낌을 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여러 글을 읽지만, 제목이 관심 있는 주제여서 클릭하여 읽다 보면 1분도 채 안되어 글이 끝나버리고 마는 경우가 꽤 많다. 이제야 글에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아쉬움만 남는 그런 심정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난 하나의 주제로 최소한 3분 이상의 읽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속독하시는 분들은 나도 도저히 어쩔 수 없다.



내가 분량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는 글의 주제에 맞게 내가 겪은 일을 풀어내는 것이다. 근에 겪은 사건일수록 술술 잘 써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날의 날씨, 공간의 분위기, 나의 심리상태까지 아주 상세히 묘사하면 할수록 글의 분량은 점차 늘어난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날 찍은 사진들을 몇 장 꺼내어본 후, 하나하나 그림을 채워 넣듯이 글을 써보면 어떨까. 이를 통해 독자분들도 훨씬 생동감 있는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겪은 일 중에 누군가와의 만남이나 대화가 있었다면, 이를 대략적으로 기억해 내어 대화문의 형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이렇게만 해도 글의 분량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고, 글을 읽는 재미의 요소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분량 늘리는 방법은 인용이다. 인용이란 결국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빌려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리 다양한 글과 책을 읽고, 영상매체를 시청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뉴스에 관심을 갖고,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도 하고, 유튜브나 다큐멘터리 또는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와 깨달음은 글을 풀어내는 데 아주 좋은 재료가 된다. 인용을 하고 그에 대한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글의 분량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 문제는 글의 주제에 맞도록 적절한 인용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들을 모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평소에도 꾸준하게 앞서 얘기한 활동들을 선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 평소에 생각난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인다. 길을 걷거나 일을 하거나 남들과 대화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 그리고 심지어는 잠을 자다가 꿈에서 겪은 일들까지 세세한 생각과 기억들을 짧게라도 메모해 놓으면, 이것이 하나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적어놓은 메모들을 모아 하나의 글로써 완성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엔 시간적인 여유가 있거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면, 미리 적어놓은 메모들을 들춰본다. 그러면 무엇을 쓸까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처음부터 글이 술술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쓰다가 막히면 비슷한 주제의 메모들을 찾아 내용을 풀어내면서 덧붙여 본다. 그러면 어느새 한 꼭지로 발행할 만큼 어느 정도 글의 분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의 분량을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좋은 주제가 떠올라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한 문단을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말이 없어지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더욱 동의할 것이다. 나도 막상 신나서 글을 쓰다가 더 이상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작업 중인 글을 중단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다음 날 다시 쓰다 만 글을 열어보면 덧붙일 글감들이 떠오를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이럴 때 앞서 얘기한 것처럼 내 경험을 떠올려본다거나, 인용할만한 것들을 기억해 내거나, 과거에 메모해 놓은 생각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이런 방식들은 글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뇌를 쥐어 짜내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작가도 독자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을 위해 내용의 적절한 분량을 쉽게 확보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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