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스페이스, 마보
약 일주일 전, 이태원에서 압사사고로 150여 명의 사망자와 17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인터넷은 삽시간에 관련 콘텐츠로 가득 찼다. 부정적 감정은 너무나도 빠르게 전 국민의 감정을 물들여놓았다.
싱싱한 식료품을 새벽 배송으로 내 문 앞에서 받아볼 수 있고 해외 품목도 버튼 하나로 직구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술이 가져다준 혜택이다. 하지만 그 이면의 어두움도 분명 존재한다. 현대인들은 매일 방대한 양의 정보에 노출된다. 그리고 그 노출은 이제 습관이자 생활이 되었으며 더 이상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 섭취하는 방식이 아닌 밀려오는 정보의 파도 앞에 내 몸뚱이를 그저 두는 형식으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그 '정보'에는 비명을 지르는 이태원 참사 현장 동영상, 절규하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날카로운 칼이 달린 댓글들이 상당량 포함되어있었다. 기술을 이용하여 가치와 행복을 더 빨리 내 곁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되었지만 부정적인 에너지 역시 너무 빨리 전달되어 온다. 국가 및 지자체 단체에서도 이러한 트라우마 반응을 예상했고 현재 무료 심리상담 제공 등의 도움을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
이러한 현대인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명상이 대두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명상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떤 인상이 떠오르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향의 피운 조용하고 어두운 방, 비틀듯이 꼬아놓은 다리, 그리고 종교적 의미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미 명상이 정신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연구가 다수 발표되었으며 해외 시장에서 명상은 웰빙 수단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IT 회사에서 명상수업과 관련된 지원을 복지로 제공하고 권장하는 것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고 특히 구글의 엔지니어 출신 명상 전문가 차드 멍 탄이 진행하는 Search inside yourself라는 사내 명상 클래스는 대외적으로도 그 명성이 대단하다.
허나 명상이 좋다는 건 알겠다지만 우리가 모두 구글에 다니는 것도 아니며 그것을 혼자 시작하는 데에는 분명 장벽이 존재한다. 그 장벽을 해소하는 대표 프로덕트가 바로 헤드스페이스(Headspace)이다. 헤드스페이스는 구독형 모바일 앱으로서 다양한 종류의 가이드형 명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헤드스페이스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비전 아래 승려 출신의 창립자 앤디 푸디콤(Andy Puddicombe)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와 그의 공동창업자인 리차드 피어슨(Richard Pierson) 두 사람은 모두 명상을 자신의 삶에 도입함으로써 인생의 로우 포인트를 극복한 뒤 새로운 도약을 이뤄낸 경험을 했고 그 명상의 효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그렇게 그들은 명상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 형식의 명상 콘텐츠 앱을 만들었다.
2010년 앱으로 시작한 헤드스페이스는 꾸준히 성장했고 지금은 다수의 인수합병을 거치며 시가총액 30억 달러의 기업이 되었다. 현재 190개 국가에서 7000만 유저가 헤드스페이스를 사용 중이며 분기당 매출은 약 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 추정되고 있다.
이것은 비단 헤드스페이스만의 단독 성과는 아니었다. 명상 시장 자체가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 명상 앱 마보가 발행한 명상백서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명상 시장은 2020년~2027년 사이 약 10%의 연평균 성장률이 기대되며 2027년에 90억 달러의 시장규모에 이르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에서 2012~2022년 사이의 명상 인구는 3배 증가했으며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많이 구매된 건강 앱 카테고리가 명상이라고 한다. 그 뒤로 영양과 수면 트래킹 카테고리가 2, 3위를 차지했다. 먹고 자는 것만큼 마음을 챙기는 일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오디오 기반 명상 플랫폼이 성행하면서 그 수요가 검증되었으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VR을 활용한 명상 경험 시장은 내년까지 30억 달러의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명상 시장은 현재의 우리나라보다 성숙도면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장 패턴이 곧 국내 시장에서도 발견될 것이라는 점이 다양한 조사 결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초반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꽤나 기괴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음식과 화장실 휴지 등의 생필품을 사재기 해가는 현상도 벌어졌다. 마트에서 텅 빈 진열대를 보고 있자면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공포감이 들었다. 백신은커녕 전염의 경로조차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던 극초반기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심리적 불안뿐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병마에 시달리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명상 앱은 판데믹을 거치며 큰 성장을 이루었다.
헤드스페이스를 제일 처음 시작하면 온보딩 과정에서 유저가 이 앱을 찾아온 목적에 대해서 묻는다.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는 우울감 극복, 불안감 해소, 불면증 치료 등의 보기가 주어진다. 명상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활동이다. 그리고 그 기원의 목적은 너그러움을 추구하고 지식과 자유에 가까워지기 위함이라고 한다. 영적 계몽에 다다르기 위한 수행이라고 설명한 글도 있다. 결론적으로 명상이 우울감 극복과 불면증 치료를 위해서 탄생된 것은 아니지만 현대에 와서 그 활동과 정신건강 증진 사이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었고 이젠 일종의 치료 요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집중력 향상 등의 자기 관리 목적으로 명상을 찾는 이들도 매우 많지만 사회적 불안감이 높은 시기에 명상 시장이 성장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국내외로 명상 앱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마음 챙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술이 발달한 만큼 부정적인 에너지가 우리를 덮치는 속도도 빨라졌다. 우리는 필터링되지 않은 정보의 파도를 매일 매 순간 맨 몸으로 맞고 있으며 그 와중에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직원으로서 등등의 역할도 헤쳐나가야 한다. 발달한 정보기술이 나에게 부정적 에너지를 파도로 만들어 보낸다면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그를 방어하는 것 또한 지혜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마음 챙김의 수단을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제대로 된 십 분의 명상 세션은 삼십 분간 러닝머신에서 달리고 온 듯한 정신적 청량감을 준다. 내가 헤드스페이스를 사용하는 이유를 적은 글을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출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