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테시아 Mar 02. 2023

향수 - 터키 어느 마을에서

필링 인 터키

빨래하기엔 조금은 차가울 개울물일 텐데 

아낙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정없이 빨래를 해댔다.


아낙의 손을 잡고 빨래터에 따라왔을,

 개구쟁이들은 자기들끼리 연신 웃어댔다.


아낙의 빨래 쳐대는 소리와 

녀석들의 재잘거림이 한 장의 수채화가 되는 시간이었다. 


빨래하는 아낙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었더니,

이방인을 지켜보고 있던 꼬마 녀석들이,

 기회다 싶어 우루룩 달려왔다.


아이들의 아우성에 무슨 일이 있는지,

허리를 펴 상황을 지켜보는 아낙.

카메라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잔뜩 무언가를 기다리는 아이들. 


아마도 누구 하나가 먼저 가까이 다가왔다면 

저 녀석들 모두는 나를 포위하고

사정없이 “포토포토” 했으리라.

 

이방인을 경계하는 시선과 궁금함이

 공존해 있는 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순박하다는 단어로조차로도 규정할 수 없는,

녀석들의 미소와 개울물에 빨래는 쳐대는

일상의 평화가 그립다.


갈비뼈를 있는 대로 열어젖히고 양손을 번쩍 들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녀석의 미소에는 

잊혀가고 있던 우리네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변화하는 시간, 변하지 않는 그 무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