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 인 터키
빨래하기엔 조금은 차가울 개울물일 텐데
아낙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정없이 빨래를 해댔다.
아낙의 손을 잡고 빨래터에 따라왔을,
개구쟁이들은 자기들끼리 연신 웃어댔다.
아낙의 빨래 쳐대는 소리와
녀석들의 재잘거림이 한 장의 수채화가 되는 시간이었다.
빨래하는 아낙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었더니,
이방인을 지켜보고 있던 꼬마 녀석들이,
기회다 싶어 우루룩 달려왔다.
아이들의 아우성에 무슨 일이 있는지,
허리를 펴 상황을 지켜보는 아낙.
카메라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잔뜩 무언가를 기다리는 아이들.
아마도 누구 하나가 먼저 가까이 다가왔다면
저 녀석들 모두는 나를 포위하고
사정없이 “포토포토” 했으리라.
이방인을 경계하는 시선과 궁금함이
공존해 있는 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순박하다는 단어로조차로도 규정할 수 없는,
녀석들의 미소와 개울물에 빨래는 쳐대는
일상의 평화가 그립다.
갈비뼈를 있는 대로 열어젖히고 양손을 번쩍 들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녀석의 미소에는
잊혀가고 있던 우리네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