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샥슈카, 그게 뭔데?

샥슈카, 작은 팬 하나에 담긴 따뜻한 시간

by 미죠떼

어쩐지 기운이 없던 오후였다.

별일은 없었지만, 딱히 할 일도 없었다. 나는 괜히 주방 주변을 맴돌았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뭔가 하기는 귀찮은데, 배는 또 애매하게 출출하고. 하지만 자극적인 배달 음식은 안 내키는 날. 뭔가 따뜻하고 향긋한 걸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은 그런 날. 냉장고를 괜히 열어보다 문득 한 요리가 생각났다.


“내가 샥슈카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 소파에 기대 넷플릭스를 틀어놓은 언니가 나를 힐끔 보며 물었다.

“샥… 뭐? 그게 뭔데?” “샥슈카. 처음 듣지? 약간 에그인헬 느낌이야. 근데 더 향긋하고 정갈해.”


언니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흥미로운 듯 주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나는 냉장고를 열어 양파, 마늘, 청피망을 꺼냈다. 재료는 별 거 없는데, 이 조합이 어쩜 그렇게 완벽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도마 위에 채소를 올리고 칼을 들었다. 칼끝이 도마에 닿을 때마다 조용했던 오후가 조금씩 살아났다.


똑. 똑. 똑.

탁. 탁. 탁


도마 위에서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 마늘을 곱게 다지고, 양파와 청피망은 큼직하게 썰었다. “이렇게 썰어도 돼? 좀 큼직한데…” 언니가 말하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다 섞일 거야. 모양보다 맛이 중요하지.” 팬을 예열하고, 올리브유를 두른다.


마늘부터 넣자마자, 기름 위로 향긋한 마늘 향이 퍼진다. 언니가 숨을 들이마신다. “헉, 마늘 향 진짜 좋다. 갑자기 배고파졌어.” 마늘이 노릇해질 즈음, 양파와 청피망을 넣고 달달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기 시작할 때쯤, 옆에서 준비해 둔 토마토 홀을 으깨 팬에 넣는다.


거기에 토마토 페이스트 한 숟갈, 소금 약간.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향신료를 넣는 순간. 큐민 가루를 톡톡, 파프리카 가루도 살짝. 페퍼론치노는 손으로 으깨서 조심스레 뿌렸다.마치 무언가를 완성시키는 마법의 가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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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진짜 이국적이다… 무슨 여행 온 것 같아.” 언니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이 작은 모로코 시장처럼 느껴졌다. 향신료 향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따뜻하고 깊은 공간. 소스를 약불에서 천천히 졸이며, 언니는 옆에서 빵을 썰기 시작했다.


“이거 바게트 맞지? 이거 소스에 찍어 먹는 거야?”

“응, 그게 진짜 맛있어. 소스가 묽지 않아서 잘 어울려.”


오늘의 하이라이트, 마무리로는 달걀이다. 소스 위에 달걀 두 알을 톡, 조심스럽게 올린다. 달걀이 익는 동안 팬 뚜껑을 덮고, 나는 언니와 주방 창가에 기대앉았다. 조용히 끓어오르는 소리, 은은한 향신료 냄새. 밖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온다.


언니는 옆에서 장난처럼 말했다. “이거 하면 셰프 되는 거야?” 나도 웃으며 받아쳤다. “음식보다 말이 먼저 익겠다.” 실없는 내 대답에 큭큭 웃는다. “이거 진짜 카페 메뉴 같다.” “그렇지? 근데 설거지는 팬 하나뿐이라는 사실.” 언니와 주고받는 짧은 말들에 서로 자그마한 웃음들이 터진다. 별뜻 없는 가벼운 농담들과 시시덕거림이 오후를 기분 좋게 채워주었다. 뚜껑을 열자, 하얀 달걀흰자는 몽글몽글 익고 노른자는 살짝 흔들린다.


팬째 접시에 올리고, 바질 잎을 떼어 위에 얹었다. 후추를 톡톡 뿌리면 완성. “와… 진짜 비주얼 미쳤다.” 언니가 숟가락을 들고 조심스럽게 한입 먹는다. “헉… 진짜 맛있다. 토마토 맛이 진한데 향신료가 딱 받쳐줘.” 나도 빵 한 조각을 찢어, 소스를 흠뻑 찍어 입에 넣는다. 따뜻하고, 촉촉하고, 매콤하고, 새콤하고. 한입에 담긴 감정이 이리 많을 수 있다니.


“언니, 이거 먹고 나면, 그냥 오늘 하루가 괜찮아지는 기분이야.” “응. 아무 일 없어도 괜찮은 날, 딱 그 느낌.” 조금 낯설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맛. 별 것 없는 하루에, 살짝 마법을 뿌려주는 일상 속 특별함. 그냥 그런 날이었다. 아무 일 없어서 더 좋았던.

샥슈카는 그런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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샥슈카 만들기


재료 (1~2인분 기준)

양파 1/4개 (다짐)

마늘 1개 (다짐)

청피망 1/4개 (작게 썰기)

베이컨 2줄 (작게 썰기)

페퍼론치노 2개

큐민가루 1/4작은술

파프리카 파우더 1/2작은술

올리브오일 약간

달걀 1개

토마토소스 (아래 참고)


토마토소스

홀 토마토 300g

양파 1/4개

마늘 1개

건 오레가노 약간

건 바질 약간

소금 1/2작은술

설탕 1/2작은술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볶는다.

2. 향이 올라오면 페퍼론치노, 베이컨을 넣고 볶는다.

3. 베이컨이 노릇하게 익으면, 청피망과 큐민가루, 파프리카 파우더, 오레가노와 바질을 넣어 섞는다.

4. 준비한 토마토소스를 넣고 잘 저어준다.

5. 팬 가운데에 공간을 만들어 달걀을 하나 깨 넣는다.

6. 뚜껑을 덮고 달걀이 반숙이 될 때까지 약한 불에서 익힌다.

7. 기호에 따라 허브, 치즈, 빵과 함께 즐기면 더욱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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