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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기억, 브로콜리 샐러드

브로콜리는 맛없지 않아!

by 미죠떼

가짜 배고픔을 판별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있다.

뭔가 먹고 싶을 때 브로콜리를 떠올려 보라는 것이다.

만약 먹고 싶지 않다면, 그건 진짜 배고픔이 아니라는 말. 다이어트를 해봤던 사람도, 관심 없던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나 역시 분명 밥을 먹었는데도 허한 느낌이 들 때, 종종 브로콜리를 떠올려 본다. 이상하게도 브로콜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맛없는 음식'으로 기억된다. 너무 초록초록해서 그런지, 단단한 식감 때문인지, 혹은 그저 ‘건강한 맛’이라는 이름 아래 억지로 먹었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옷이 얇아지면 사람들은 다시 ‘관리’를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늘 먹던 익숙한 야채들에는 슬슬 물리고, 그렇다고 맛없는 음식을 참고 먹고 싶진 않다.


그때 문득, 어릴 적 초장에 찍어 먹던 브로콜리가 떠올랐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는 아이였다. 브로콜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꼬맹이들이 대체로 싫어하는 그 초록 채소를, 나는 초장에 듬뿍 찍어 잘 먹곤 했다. 매콤 새콤한 그 맛이 브로콜리의 퍽퍽함을 덮어줬고, 주변 어른들에게 칭찬들과 괜스레 어른 흉내를 내는 것 같단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브로콜리를 좋아했다기보단 초장을 좋아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기억 덕분에, 지금도 브로콜리를 조금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정답은 역시 양념이다. 재료가 뭐든, 양념이 맛있으면 제법 먹을 만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장 대신 샐러드드레싱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브로콜리는 식초를 푼 물에 30분 이상 담가 깨끗하게 세척한다. 브로콜리는 꽃봉오리처럼 생긴 구조라 틈 사이에 흙이나 벌레, 먼지가 숨어 있기 쉽다. 흐르는 물로만 헹구기보다 이렇게 식초물에 담가두면 잔류 농약과

표면의 세균까지 제거할 수 있어 안심하고 먹기 좋다.


브로콜리가 담겨 있는 동안 샐러드 재료를 준비한다. 적양파, 치즈, 베이컨은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썰고, 견과류와 건과일은 집에 있는 걸 활용하면 된다. 나는 찬장을 열어 남아있던 해바라기씨와 크랜베리를 반 줌씩 꺼냈다. 베이컨은 바삭하게 볶아 준비하고, 브로콜리는 한 입 크기로 썬 뒤 끓는 물에 1분간 데쳐준다.


드레싱은 간단하지만,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비건 마요네즈로 만든다. 비건 마요네즈에 사워크림을 섞고, 레몬즙과 알룰로스 한 큰 술을 넣어 잘 저어주면 된다. 요즘은 이런 비건 제품이 참 잘 나와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이제 모든 재료를 볼에 담고 드레싱을 부어 버무리기만 하면 끝. 맛도 식감도 만족스러운 브로콜리 샐러드가 완성된다.


이 레시피와 함께면 브로콜리를 억지로 먹던 기억은 이제 초록의 씹는 즐거움으로 바뀔 것이다. 가끔은 한 입의 기억과 한 스푼의 양념이, 식탁을 기분 좋게 바꿔준다.



재료 (2~3인분 기준)

브로콜리 1송이

적양파 ¼개

베이컨 2줄

슬라이스 치즈 1장

해바라기씨 1큰술

건 크랜베리 1큰술


드레싱

비건 마요네즈 3큰술

사워크림 1큰술

레몬즙 1큰술

알룰로스 또는 꿀 1큰술


재료 손질 및 조리

브로콜리를 식초를 푼 찬물에 30분 이상 담가 세척합니다. 식초 1큰술 + 물 1L 기준 브로콜리 사이사이 숨어있는 먼지, 벌레, 잔류 농약 제거

적양파, 베이컨, 치즈는 작게 네모 모양으로 썰어줍니다.

베이컨은 팬에 바삭하게 볶아 기름을 제거합니다.

브로콜리는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끓는 물에 1분간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줍니다.

해바라기씨와 건 크랜베리도 준비해 둡니다.

볼에 비건 마요네즈, 사워크림, 레몬즙, 알룰로스(또는 꿀), 후추를 넣고 잘 섞어줍니다.

기호에 따라 소금 한 꼬집 추가해도 OK.


샐러드 완성

큰 볼에 브로콜리, 양파, 베이컨, 치즈, 견과류, 건과일을 모두 넣습니다.

만든 드레싱을 부어 골고루 버무립니다.


TIP

베이컨 대신 닭가슴살 또는 병아리콩을 넣으면 단백질 보강!

더욱 새콤한 맛을 원할 땐 머스터드소스 소량 추가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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