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을 없애는 무궁무진 가지의 대변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를 하나 고르라면, 주저 없이 가지를 고를 것이다. 볶아도 맛있고, 튀겨도 맛있고, 심지어 오븐에 구워도 그만이다. 이 사랑스러운 보랏빛 식재료를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릴 적 나는 가지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정확히 말하면, '가지볶음'을 싫어했다. 색깔은 거무죽죽하고, 젓가락으로 들면 흐물흐물 흘러내리는 데다,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찐득한 식감이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다.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그 특유의 미끈거림은 나에게 늘 거부감으로 다가왔다. 초등학생 시절까지 가지를 보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고, 식탁 위의 가지는 항상 내 앞에서 외면당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행사로 한정식 집에 갔다. 가지튀김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고, 난 그걸 가지인지도 모른 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맛은 충격적이었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 감춰진 가지는, 내가 알던 그 흐뭇한 채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부드럽고 고소하며, 묘하게 감칠맛까지 돌았다. '가지가 이런 맛이었다고…?'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못 먹었던 가지를 마치 보상하듯 열심히 찾아 먹기 시작했다. 가지튀김은 물론, 가지덮밥, 가지스튜, 오븐구이까지. 가지가 이렇게 요리하기 좋은 식재료였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됐다.
요새 내가 가장 즐겨해 먹는 가지 요리는 '가지 그라탱'이다. 가지튀김은 맛있지만 손이 많이 가고, 뒷정리도 번거롭다. 반면 가지 그라탱은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뚝딱 만들 수 있다. 토마토소스를 곁들이면 가지 특유의 풍미도 부드럽게 살아나고, 치즈까지 얹어 녹이면 고급스러운 맛까지 더해진다.
편식은 단순히 그 음식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가지볶음은 거부감의 상징이었지만, 가지튀김은 그 채소와 친구가 될 수 있게 해 준 요리였다. 사실 맛이라는 건 그 재료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만났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가지도 그랬다. 볶음으로 만났을 땐 도무지 마음이 안 가던 재료가, 튀김으로 바뀌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음식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얼굴이 있다는 게, 그때 참 신기했다.
또한, 우리는 자라며 조금씩 변화한다. 나도 변했다. 어릴 때는 그 맛을 몰랐고, 그 식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입맛도 자란다. 사람도 자라고, 생각도 바뀌고, 싫었던 걸 좋아하게 되는 날이 오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내 취향이 만들어지고, 나만의 밥상이 채워지는 중이다.
어릴 적부터 편식은 좋지 않다고 배웠기에, 나는 요리를 통해 편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린 동생과 밥을 먹을 때도 그가 꺼려하는 음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금씩 접해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못 먹는 것이 있더라도 사람은 계속 성장하고, 입맛도 변화한다.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던 것들을 언젠가 좋아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변화일 뿐, 스스로 그 변화에 열려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어릴 적 내가 싫어했던 음식들도, 결국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맛있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편식은 한 번 시도해 보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언제 올지, 어떻게 올진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지금 뭔가 못 먹는 것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어쩌면 아주 우연한 날에 그 음식과 딱 맞는 방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평소 외면하던 음식에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음식을 바라보는 내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질 것이다. 이 넓은 세상에, 비슷하던 내 식탁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다.
지금도 누군가 가지를 싫어한다고 말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라탱으로 한 번 만들어 먹어봐.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도 있어."
가지 1개
양파 1/4개
양송이버섯 1개
마늘 2알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토마토 홀 (캔) 50ml
건 바질, 건 오레가노 각 1/3작은술
치킨스톡 1작은술
밀가루 20g
버터 20g
우유 1컵 (약 200ml)
모짜렐라 치즈 적당량, 그라나 파다노 1큰술
소금, 후추, 파슬리 파우더
식용유 25ml
1. 가지는 얇게 슬라이스 한 뒤 소금 한 꼬집을 뿌려 10분 정도 절인다.
2. 물기가 생기면 키친타월로 닦고,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후 노릇하게 구워준다.
토마토소스 만들기
3. 양파, 마늘, 양송이버섯을 잘게 다진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재료들을 볶다가,
5. 토마토 페이스트, 토마토홀, 물(약간), 건 바질, 건 오레가노, 치킨스톡을 넣고 끓인다.
6. 부족한 간은 소금과 후추로 맞춘다. 약불에서 5~7분 정도 졸인다.
베샤멜소스 만들기
7. 냄비에 버터와 밀가루를 넣고 약불에서 볶아준다.
8. 밀가루 냄새가 사라지면 우유를 천천히 부으면서 거품기로 섞어준다.
9. 걸쭉한 농도가 될 때까지 저어가며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약간 조절.
10. 내열 용기에 구운 가지 → 토마토소스 → 베샤멜소스 순으로 겹겹이 쌓는다.
11. 마지막으로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올린다.
12. 전자레인지에 넣고 치즈가 녹고 노릇해질 때까지 돌린다.
13. 취향에 맞게 그라나 파다노와 파슬리 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한다.
(오븐이 있다면 180℃에서 동일하게 치즈가 녹을 때까지 진행한다.)
비건으로 바꾸면 더 가볍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어요.
모짜렐라 치즈 → 비건 치즈 or 너트 치즈 (캐슈치즈 등)
버터 → 식물성 마가린 or 올리브 오일
우유 → 두유, 아몬드 밀크, 오트 밀크 등 식물성 우유
치킨스톡 → 야채스톡 or 미소된장 약간 (감칠맛 대체)
올리브 오일 또는 식물성 마가린 20g
밀가루 20g
식물성 우유 1컵
소금, 후추, 넛맥 약간 (향을 살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