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잔디밭을 닮은 김밥
5월이 되면, 푸르른 잔디밭과 코끝을 간질이는 향긋한 냄새가 떠오른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들고 소풍을 떠나고, 얼굴엔 설렘 가득한 웃음이 번진다. 그 속에서 열 살의 나도 있었다. 가방 속엔 작은 도시락 가방과 과자 두 봉지, 음료수 하나까지 야무지게 챙겨 넣었다.
어릴 적부터 매콤한 맛을 좋아했던 나는 볶은 김치가 들어간 김밥을 제일 좋아했다. 소풍 전날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김밥을 쌌다. 엄마 옆에 찰싹 붙어 앉아, 조심스레 김을 펼치고 밥을 꾹꾹 눌러보았다. 그러나 내 손길이 닿을수록 김은 쭈글쭈글해졌고, 김밥도 제멋대로 엉겨 붙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웃으며 “그래도 맛은 있을 거야”라며 다정하게 말해주셨다. 그 말 한마디가 온 마음을 다 담아주듯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이 취향이지만 나는 김밥을 썰지 않고 통째로 입으로 뜯어먹는 걸 특히 좋아했다. “엄마, 내 김밥은 썰지 말고 그냥 줘!” 소풍날이면 꼭 썰지 않은 김밥을 챙겨 달라 조르곤 했고, 엄마는 그런 나를 귀엽다는 듯 웃으며 부탁을 들어주셨다. 쪼글쪼글 못난이 김밥이었지만, 그 김밥 속에는 엄마를 흉내 낸 듯한 모습에 뿌듯한 내 마음이 담겨 있었다.
김밥을 하고 남은 꼬다리를 집어먹는 것도 좋았다. 그 식은 밥알 속에 배어 있는 볶은 김치의 칼칼함, 매콤한 어묵 볶음의 양념, 바삭하게 씹히는 오이와 당근의 식감. 그 모든 맛을 감싸안는 건 한 조각의 김이 아니라, 내가 건네고 싶은 마음이었다. 따뜻하고 조용하게, 엄마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 시간은 흘러, 이제 내가 엄마를 위해 도시락을 준비한다.
봄이 오면, 그 향긋한 냄새가 다시 떠오른다. 거리마다 만개한 꽃들도, 눈부시게 높고 푸른 하늘도, 알록달록한 사람들의 옷차림도 마치 눈으로 향기를 맡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향은 쑥 냄새다. 그 향은 어릴 적 소풍날 엄마가 김밥을 싸던 그때와, 또 내 손끝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김밥 속의 향과 겹쳐, 한없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나는 쑥의 줄기 부분을 골라내 밥을 안친다. 향긋한 쑥밥에 어울릴 매콤한 제육볶음과 엄마와 내가 좋아하는 야채들을 골라 김 위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얹는다. 손끝에서 밥을 꾹꾹 눌러 단단하게 말아내자, 이제 내 김밥은 더 이상 쭈글쭈글 못난이 김밥이 아니다. 참기름을 발라 윤기 흐르는 김 위로 햇살처럼 투명한 윤기가 퍼지고, 조심스레 썰어 담은 도시락 통 속에 김밥이 하나하나 놓인다. 그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엄마의 손길이 떠오른다. “그래도 맛은 있을 거야”라는 엄마의 웃음이 내 마음에 스며든다.
이제 김밥을 만든 후, 남은 꼬다리 하나는 여전히 입에 쏙 넣는다. 어릴 적의 나와 마주한 것만 같다. 그 맛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이 김밥 속에는 그때 그 시절의 엄마와 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른 엄마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입안 가득 설렘이 퍼진다. 그 설렘은 김밥 속의 맛과 향,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쑥 (쑥잎) 100g
쌀 2컵 (300ml)
당근 1개
오이 1개
시금치 1줌
김 (김밥용) 4장
참기름, 소금
제육볶음
돼지고기 (목살 또는 앞다리살) 200g
고추장 1.5큰술
고춧가루 1/2 큰술
다진 마늘, 생강 1작은술
간장 1큰술
미림 1작은술 (생략 가능)
설탕 1/2 큰은 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추
깨소금 약간
잣크림
잣 30g
캐슈너트 30g
마요네즈 2큰술
레몬즙 1큰술
1. 쑥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군 뒤 잘게 다져주세요.
2. 쌀 2컵을 씻어 물에 30분 정도 불린 후, 위에 쑥을 올려 평소 밥을 짓는 방법대로 밥을 지어요.
(냄비 밥 짓는 법 : 강불 2~3분, 약불 8~10분, 뜸 들이기 5분)
3. 밥이 다 지어지면, 다진 쑥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잘 섞어 주세요. 쑥의 향이 밥에 배도록 섞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4. 당근은 채 썰어서 소금을 약간 뿌리고 중간 불에서 볶아줍니다. 그런 다음 살짝 식혀요.
5. 오이는 채 썰고, 소금으로 밑간 한 후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짜주세요.
6. 시금치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꼭 짜주세요. 소금, 참기름으로 밑간 합니다.
7. 돼지고기는 얇게 썰어서 고추장, 간장, 설탕,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양념을 한 뒤, 팬에서 볶습니다.
8. 양념이 고루 배면, 불을 끄고, 토치로 제육에 살짝 불맛을 더해주세요. (수분을 없애주세요!)
9. 잣과 캐슈너트, 마요네즈, 레몬즙을 넣고 블렌더로 부드럽게 갈아줍니다.
10. 기호게 맞게 소금, 레몬즙을 더 참가해요. 너무 묽지 않게 적당한 농도로 맞춰주세요.
11. 김밥용 김은 약간 구워서 준비해 주세요.
12. 김 위에 쑥밥을 얇게 펼쳐 주고, 그 위에 준비된 속재료 (당근, 오이, 시금치, 제육볶음 등)를 올려주세요.
13. 김발을 사용해 김밥을 단단히 말아주세요.
14. 김밥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살짝 발라서 마무리해 주세요.
15. 취향에 맞게 잣크림을 곁들여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