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겨울, 보일러가 고장 났다. 덕분에 어젯밤부터 집안에 온기가 하나도 없다. 마치 한동안 집을 비웠다가 들어온 것처럼 방 안은 마치 얼음장이었다. 온기가 있다면 조금 전에 피어 놓은 캔들 하나 정도. 하지만 캔들 하나로 온기를 채우기는 꽤나 큰 방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일러를 다시 확인해 봤지만 여전히 작동되지 않았다. 가뜩이나 우리 집은 창문이 양쪽으로 나있고, 아래층이 지하주차장인 탓에 냉기가 많이 올라온다. 그래서 보일러가 계속 안되면 수리하기 전까지 친구 집에 가서 신세를 지어야 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냉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엄마가 지난번에 보내준 극세사 이불을 온몸에 둘렀지만, 몸은 여전히 웅크린 채로 떨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따뜻한 온기 속에 잠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로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보일러가 고장이 난 것 같은데 오늘 수리할 수 있을까요?”
“네, 먼저 접수하신 뒤에 배정된 기사님 연결해 드릴게요.”
접수를 완료한 뒤, 배정된 기사님께 전화가 넘어갔다.
“안녕하세요. 방금 전에 A/S를 신청했는데요. 혹시 언제 오실 수 있으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늘 오전에는 일정이 다 차서 정확히 몇 시에 갈지는 모르겠네요. 가기 전에 미리 연락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오후에 외출을 할 생각이었는데, 기사님이 언제 오실지를 모르니 꼼짝없이 집에 갇혀버린 신세가 되었다.
수리가 끝나면 바로 나가기 위해서 씻고 준비를 하려고 해도 온수가 나오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찬물로 그냥 씻을까 생각도 했지만, 찬물로 샤워하면서 바들바들 떨고 있을 생각에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어딘가에 고립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
얼마쯤 지났을까요. 여전히 미동조차 없는 휴대폰을 보니, 아무래도 오기로 하신 기사님이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그래도 금방 오실 거라 믿으며 애꿎은 휴대폰만 바라봤습니다. 그러다 아직도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다 잠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