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흐름
저는 어릴 적부터 잠에 들지 못하고 싶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잠에 들 때는 방 안에 한 줄기의 빛도 없어야 잠에 들곤 하였습니다. 그 흔한 멀티탭에서 반짝이는 주황색의 작은 빛도, 천장의 불 꺼진 형광등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빛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저의 심장 소리마저 평소보다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날이면 홀로 긴 밤을 지새우곤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눕기만 하면 잠자리에 든다고 하는데, 나는 왜 쉽게 잠에 들지 못할까?” 이유를 찾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들었지만, 답을 찾기 전에도 답을 찾은 후에도 정답은 질문 속에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질문 자체를 하는 것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질문의 시작은 잠에 들지 못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시작되었지만,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들로 빠져버리 일쑤였습니다. 흔히 말해 삼천포로 빠져 버리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한 동안은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자연스레 바뀌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최근에는 쉽게 잠에 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반대로 쉽게 깨기도 하지만요.
지난봄의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흐릿한 눈을 한 채로 노래 하나를 틀었습니다. 한 동안 꽂힌 노래가 있어서 아침마다 듣던 게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죠. 딱히 정해진 노래는 없습니다. 그저 봄에는 싱그러운 노래를, 여름에는 가슴을 뻥 뚫어주는 트로피컬 한 노래를, 가을과 겨울에는 따뜻한 노래를 듣곤 하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 봄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에는 대부분 싱그러운 노래를 두세 번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희미하게 들리는 노래 가사가 선명하게 들릴 때까지 말이죠. 이런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는데, 저는 아마도 그렇게 희미했던 제 삶이 싱그러운 노래와 함께 선명해지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삶의 노랫소리가 들릴 때면 ‘피식’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