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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작가 Mar 02. 2024

일본어 공부 도전기 2

아직 멀었지만...

매일 아침 9시면 집을 나선다. 집 근처가 아닌 시내에 있는 학원을 선택한 건 괜찮은 선택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니 꽤 걸을 수 있다. 방송국을 다닐 때 1등으로 출근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학원 수업에도 다름없이 일찍 간다. 대신 늘 맨 뒷줄에 앉는다. 실력도 떨어지는 데다, 좀 부끄럽기도 해서 뒷줄 자리를 사수하는 중이다.


1월 말 2단계 진급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2월 3단계로 진급했다. 3단계 반은 수강생 수가 늘어서 16명이나 되었다. 역시 이 반의 최연장자는 딱 봐도 나다. 그리고 이 반에서 제일 못하는 사람도 나다. 3단계가 되니 시제가 나오고, 온갖 변형이 나오면서 문법이 어려워졌다. 아직 가타카나도 못 외웠고, 한자는 아예 손조차 못 대고 있다. 그나마 한자는 배운 가닥이 있어 종종 찍기도 한다. 일본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매일 유튜브로 해왔던 영어 공부는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두 가지 외국어를 동시에 공부하려다 다 망할 것 같았다.


이틀에 한번 외워야 하는 단어 수도 늘었다. 그나마 작문 숙제는 그날 배운 것만 활용하면, 그럭저럭 할 만했다. 문제는 말하기. 선생님은 당일 배운 문법을 활용해 문장 만들기를 돌아가며 시켰다. 문장 한 줄 정도는 괜찮았지만, 두 문장 이상 넘어가면 버벅버벅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수강생들은 이전에 배운 것과 섞어서 유연하게 말을 잘한다. 게다가 다들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도 열심히 보는 것 같았는데, 나는 문법 복습에 단어 암기하느라 아예 시도도 못하는 중이다. 어느새 집에 돌아가면 책상에 앉게 됐다. 중요한 약속이 아닌 건 일단 3월 이후로 다 미뤄두었다. 매일 3,4시간을 앉아서 공부를 하다 보니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고, 당 떨어지는 소리가 마구 들린다. 이것저것 엄청 먹다 보니 어느새 둥글둥글 곰이 되어가고 있다.  


진급 시험은 여전히 나를 긴장시켰다. 3단계 진급 시험하필 설 연휴 다음 날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엄마 집에서 하루 자고 왔을 텐 데, 시험 걱정에 점심만 같이 먹고 후다닥 집으로 왔다. 당연히 전 날은 밤샘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3단계 진급 시험은 작문이 반이나 됐다. 공부했는데도 91점을 받았다. 이제 마침내 기초 문법반의 마지막, 4단계에 다다랐다. 1단계 처음 등록하는 날, 접수처 직원이 4단계에 좌절하고 포기하는 수강생들이 많다고 했다. 재수강자도 많다고 했다. 나도 몇 년 전, 4단계가 어려워 다음을 기약하며 포기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4단계 수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의지형, 가능형, 가정형, 수동형, 사역형.. 매일 문법이 하나씩 추가됐다. 여기에 지난 한 달 반 동안 배운 것을 섞어야 했다. 숙제를 하다 보면, 초반에 배운 것조차 기억이 안 나서 다시 1단계 책부터 꺼내 들어야 했다. 그런데 그날은 갑자기 왔다. 문득 간단한 문장을 고민하지 않고 써 내려간 나를 발견한 것이다. 심지어 꿈에서 그날 외운 단어들이 막 나왔다. 물론 그렇다고 내 실력이 확 올라간 것 아니다. 4단계 진급 시험 날,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나, 공부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러지..  심호흡을 하고 다시 시험지를 노려봤다. 그제야 문제를 풀 수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시험 끝나는 날, 날아갈 것 같은 기분! 오랜만에 그 기분을 만끽했다.


마침내 두 달 만에 4개월 기초 문법 과정을 모두 마쳤다. 아직도 두렵긴 하다. 다행인 건, 슬슬 공부가 재밌어지고 있다. 언어는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해야 한다. 3월, 나는 일본어 회화반에 도전한다. 진정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할 차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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