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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근매력 Dec 01. 2022

정신장애가 있는데 공무원이라고요?

이런 저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조현병으로 정신장애 3급의 진단을 받은 공무원이다.

하지만 당시 진단을 받을 때 보다 많이 호전되어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고 한다. 물론 장애 전형으로 입직하였다.

그러나 말 못 할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정신장애인걸 다른 사람이 혹시 알까 봐 항상 불안했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나로서 살아가는 게 아닌 사회적 가면을 쓰고 조직에서 원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처음 발령받았을 때는 일 배우는 게 너무 서투르고 인간관계도 너무 어려워서 여러 가지로 지적받기 일쑤였다.

공무원이 되기까지 알바나 다른 사회생활을 해본 적도 거의 없었고 수능과 대학 그리고 공무원 시험을 겪으면서 공부만 했던 시절이 길었기 때문이다.

성격상 외향적이지도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서 노는걸 더 선호했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접해본 경험도 또래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었다.

물론 그러한 단점이 오히려 공부에 집중하게 된 장점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공부 잘한다고 잘하는 게 아니어서 내가 열심히 한다고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정신장애 3급이라는 것을 인사팀에서나 알지 옆에서 근무하는 주무관님들은 잘 모른다는 사실도 근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지적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처럼 겉으로 표시 나는 게 아니어서 눈에 보이는 배려는 받기가 힘들었고 일과 사람이 힘들어서 고충을 이야기해야만 어느 정도 배려가 이루어지는 정도였다.


나 같은 공무원인 정신장애인이 드문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공무원 시험 자체가 필기시험을 잘 봐서 성적 높은 사람대로 채용하는 형식인데 정신장애인은 공부라는 정신적 활동을 하기가 다른 장애인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 같은 경우는 조현병에 걸리기 전까지 꾸준히 계속 공부를 해왔고 그러한 실력이 공무원 시험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겨뤄야 하는 경쟁시험에서 정신장애인인 사람이 더 힘들 수 있고 그래서 정신장애인으로 근무하는 공무원의 수가 적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질환을 가지고서 어떻게 공무원을 할 수 있지 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공무원은 물론 박봉에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인 것은 맞으나 사회적 약자에게는 좋은 직장이라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정신질환 때문에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였으나 공무원 장애인 전형으로 일반전형보다 낮은 커트라인 시험 점수대로 합격할 수 있었다.

장애도 있고 대학도 졸업 못한 나 같은 스펙으로는 어느 기업이라도 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점일 것이다.


물론 근무하면서 퇴사하고 싶고 그만 다니고 싶은 적도 많았다. 발전이라고는 없고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없고 정치질 가득한 곳. 그러나 여기를 그만두면 나는 앞으로의 생계를 이어나갈 방도가 딱히 없기 때문에 열심히 다녀야만 한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이건 모든 직장인의 숙명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휴직제도나 주말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서 내가 이 직업 말고도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다른 활동들을 꾸준히 해나가려 한다.

그런 활동 중 하나가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남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를 공유하고 또 나를 보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써 나가는 것이다.


혹여나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거나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다면 저를 보고 힘을 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한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아낸다면 그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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