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몸이 가볍게 움직여지는 아침이었다.
양치하고, 씻고, 세탁기 돌리고, 아침 챙겨 먹고.
이렇게 평범한 루틴이 지금의 나에게는 작은 회복의 징표다.
나는 화장대가 없다.
전신거울 옆 수납장 한 켠을 화장대로 쓰고 있다.
하지만 구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관리하는 여자’의 라인업.
정리하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났다.
“그래, 나는 이렇게 나를 관리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안 입는 옷을 정리했다.
입는 옷은 늘 정해져 있으면서도
‘언젠가 입겠지’ 하며 붙잡고 있던 것들이 많았다.
오늘은 마음을 조금 더 단단히 먹고
바지와 상의를 몇 벌 골라 따로 빼두었다.
여전히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이제야 비로소 놓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추위를 많이 타는 몸이라
회복기에는 난방비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도 한밤은 제법 춥다.
여름 이불을 넣어두고
가볍고 따뜻한 목화솜 이불을 꺼냈다.
이불 커버는 수건 빨래가 마치면 바로 세탁해
건조기에 돌릴 예정이다.
이런 사소한 준비들이 나를 살게 한다.
속옷, 내복류 흰빨래 세탁이 끝났다.
일부는 건조기로, 일부는 방안 건조대로.
나는 세탁망을 유별나게 종류별로 쓴다.
속옷, 니트, 민감한 원단, 양말까지
모두 따로 넣는다.
이 작은 차이가 옷의 수명을 지켜준다.
햇살이 좋아 청바지와 운동복은
낮 동안 바깥에 널어두었다.
그리고 빨래 세제도 용도별로 구분한다.
수건용, 속옷용, 흰빨래용, 예민한 의류용—
나만의 분류 체계가 있다. 유별스러워도 좋다.
이건 내가 나를 돌보는 방식이니까.
큰 냄비에 생수를 붓고
넉넉한 다시마를 담가 두었다.
세게 끓이지 않고 오래 우려내는 방식.
그게 가장 담백하고 깊다.
식힌 뒤 물통에 담아 냉장고 깊숙히 넣어두면
여러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가끔 얼어 있기도 한데,
그조차 ‘아, 내가 잘 챙겨놨구나’ 싶은 순간이 된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이 다가왔다.
가자미를 무쇠 그릴팬에 올려
물 조금 두르고 굽는 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수한 향이 집안에 퍼진다.
점심을 먹고 나면
어제 도착한 쌀이며 현미를 통에 옮겨 담고,
국도 끓이고,
다시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오늘의 일과를 이어갈 예정이다.
몸을 움직여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자체가 오늘의 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