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살아가며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선택의 순간에 놓이고 그 결정으로 누군가는 후회를, 또 다른 누군가는 후회하지 않는 척을 한다. 절대 후회하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라는 무수히 많은 명언들이 있지만, 나는 많은 선택을 하고 많은 후회를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여행에 있어서 만큼은 예외이다. 당시엔 즐겁다는 생각도 안 들고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이자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기에 나는 여행을 떠나고 떠나옴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하지 않을 단 하나의 선택이 있다. 여행의 적기란 없다고 생각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덥든 춥든 그때에만 알 수 있는 저마다의 매력이 있고 뭐든 겪어보는 게 좋은 거라 여겼다. 그러나 그건 아주 오만한 착각이다. 여행에도 분명 피해야 하는 시기와 여행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한 여름의 두바이, 일명 중동의 도시들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나 ‘아부다비’ 같은 도시를 목적지로 삼기보단 경유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 가는 길목에 잠깐 들러서 사막투어를 하거나 세계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 몰’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 7성급 호텔이라 일컫는 ‘부르즈 알 아랍’ 정도만 둘러볼 요량일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의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그저 스쳐가는 도시로 여겼던 그곳이 목적지가 되어 나타났다. 그렇게 6월의 어느 날, 나는 두바이로 떠났다.
두바이의 첫인상은 “뜨겁다”이다. 건물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흘렀다. 다들 어디에 있는 건지 걸어 다니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낮 동안엔 야외 상점은 문조차 열지 않았고, 사막투어마저 휴식기였다. 여행의 모토를 ‘천천히 느리게 최대한 많이 걷기’로 삼으며 대중교통보다는 튼튼한 두 다리에 의지하는 나였지만, 두바이의 여름에는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주 이동수단은 택시, 목적지는 실내몰이다. 매일의 루틴을 두바이 몰 The Dubai Mall에서 시작하고 끝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두바이 여행은 어느새 축구장 50개 크기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쇼핑몰, “두바이 몰 탐험하기” 로 바뀌어 있었다. 두바이 몰에는 백화점과 전통시장은 물론 레스토랑과 카페, 수족관, 아이스 링크, 극장도 있었다. ‘팀홀튼’과 ‘아라비카’의 아이스커피는 나의 생명수였고 나이키 매장은 숨겨진 뷰 맛집이었으며, 두바이 분수쇼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엔 슈퍼마켓에 들러 간단한 간식거리도 샀다. 굳이 중동의 뙤약볕으로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느새 나는 여행의 모토를 충실히 실천하며 아주 정성스레, 그리고 철저히 두바이 몰을 여행을 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여행이 그렇듯 두바이의 여름 역시 나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돌아갈 이유이기도 하다. 그때는 사막에 누워 쏟아질 듯한 별무리를 온몸으로 맞이하고, 야외 전통시장도 구경하고 싶다. 그리고 정처 없이 걸으며 두바이의 거리 풍경과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고 싶다.
잊지 말자! 두바이의 여름은 뜨겁다.
Tip!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한 여름의 여행지로 두바이를 고려하고 있다면 정말 그것이 최선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40도 이상의 기온, 높은 습도와 체감온도 50도를 견딜 수 있거나, 경유지로 잠깐 들러 실내 쇼핑몰과 호텔에만 있을 거라면 굳이 말리진 않겠다. 말 그대로 줄줄 흐르는 땀과 숨이 턱 막히는 더위를 경험하고 싶다면 한 여름의 두바이는 최고의 여행지다. 다만 중동 여행의 최적기는 10월부터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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