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멍하니 앉아 있고 싶은 날들이 있다. 아니~매일이 그런 날이다. 그럴 땐 믿을 건 나의 아이템들. 푹신한 슬리퍼를 신고, 앞치마를 해야 겨우 맘을 먹는다. 이제는 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어려움들이 닥치게 될 거야. 발에 걷어차이다 더 더 구석으로 숨는 물건들, 배고픈 하이에나로 변신하여 나의 영혼을 물고 뜯을 세 딸들.
떨어진 과자부스러기 하나를 청소할 때도, 사과 하나를 깎을 때도 앞치마를 한다. 누런 바탕의 꽃무늬 앞치마. 무엇이, 어째서 나를 일하게 만드는지 모를 촌스러운 앞치마다. 조금 게으른 날에도 "앞치마를 하지 않아서 그래. 앞치마만 하면 할 수 있을 거야"하며 게으름을 합리화시켜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도 떡과 커피를 먹으며 창 밖을 보며 앉아있다. 떡 한 입이 나의 배고픔을 달래고. 커피 한 입이 나의 영혼을 깨울 것이다. 템빨을 발휘해 보자. 세 딸이 휘젓고 간 나의 집. 슬리퍼를 신고, 앞치마를 하고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