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발랄영아 Jan 11. 2024

나에게 롯데란?

나의 소원은 롯데우승

라떼는 말이야 사직야구장 안에서 자전거도 타고, 고기도 구워 먹었었지. 내가 처음 야구장에 갔던 1990년대에는 그랬다.


야구장에 가기 며칠 전부터 설레었고,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은 긴장됐고, 선수들의 이름을 외칠 때는 흥분했고, 드디어 부산갈매기를 부르는 순간은 환희를 느꼈다. 야구장에 못 가는 날이면 라디오나 티브이로 경기를 보고, 들었다. 이기면 이기는 대로 하이라이트를 보고 또 보고, 선수들의 기록까지 확인하느라 바빴고, 지면 왜 졌을까 분석하느라 바빴다. 롯데의 승패는 다음 날 나의 하루를 결정했다. 행복함으로 가득 차기도 했고, 우울함으로 가득 차기도 했다. 롯데팬이면 다 알다시피;; 우울함으로 가득 차는 날들이 더 많았다.


1 때 모둠 친구들과 적던 일기장에 전날 야구장에 갔던 일을 적은 적이 있다. 9회 말 2 아웃에서 역전을 해서 롯데가 이긴 날. 그 순간을 장황하게 적고, '인생은 9회 말 2 아웃부터라고 들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늦은 것이 아니다'라고 마무리했던 것 같다. 아이돌 오빠에게만 관심이 있던 친구들은 풋~하고 웃었고, 그래도 선생님은 '야구를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네'하며 건조한 답글을 달아주셨다.


8살 어린이날 아빠의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간 날, 예매권 당첨선물로 글러브를 받은 날, 친구들과 먹던 치킨과 맥주가 유난히 맛있었던 날, 결혼 후 10년 만에 야구장에 갔던 날, 야구장에서의 추억은 늘 즐겁다.  1999년 호세가 역전 홈런을 쳐서 승리 한 날이 그중 최고의 날이었다. 역시 야구는 직관이지.


육아로 지친 날들에는 야구에 대한 관심이 살짝 시들했었다. 관심을 쏟을 에너지조차 바싹 말라 있었다. 내 삶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면서 롯데에 대한 열정도 살아났다.


만 명 중에 내 응원이 없어도 이기고, 나의 열정이 선수에게 닿을 리 없다는 것을 안다. 나의 시간을 기꺼이 쓰는 것은 그냥 좋아서이다.


꿈같은 9연승으로 나의 매일매일이 행복함으로 가득 찼었다. 순위표 맨 위에 롯데의 이름을 본 날이 언제였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지는 날이 왔고, 앞으로의 매 경기에서 기쁨과 우울이 교차하겠지만 지금을 즐기자. 우천취소가 계속된 요 며칠이 제일 우울하다. 아잇~


롯데 자이언츠 우승이라는 나의 소원은 열 살에도, 스무 살에도, 서른 살에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마흔 살에는 이루어질까?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제발~


토닥토닥

작가의 이전글 말의 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