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장남인지라 매년 명절에는 제사를 지냈다. 물론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건 엄마였지만.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경기가 안좋아졌고 우리집 경제 역시 곤두박질치면서 불필요한 제사는 없애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전례없이 조용히 보내게 되었다. 문제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는 거지만.
지난 이틀내내 집에 자빠져 누워있었다. 집에서 드라마나 예능을 봤다. 가족들은 항상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기에 명절이라고 별반 다르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영상 따위를 보는 것 뿐이었다.
휴식 같지 않았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들이 내게 휴식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햇볕을 쬐며 걷는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를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했다. 활동적인 일이 필요했다. 내게는 그런 일들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요가원 원장님께 카톡이 왔다.
'내일 야외 번개 수련 어때? 몇 명만 모아서.'
'네!!! 너무 좋아요!!!'
당연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실질적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오전에 야외 요가 수련을 했다. 단발적으로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커다란 천막이 우리를 막아주었다. 공기는 축축하고 서늘했지만 햇빛은 뜨거웠다. 시시때때로 자리를 옮겨다니는 해를 느꼈다.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버석하게 말라버린 나뭇잎이 굴러다니는 소리를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느꼈다.
시멘트 상자가 아닌 자연의 품에서 하는 수련은 긍정적인 힘을 준다.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우르드바아사나를 조금 더 버티게 해주었고, 처음으로 컴업을 시도했으며, 조금 더 편안한 할라아사나를 할 수 있었다. 단지 집 밖에 나왔을 뿐인데. 어쩌면 주체자의 마음가짐 차이겠지만, 적어도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시도하는 그런 마음 가짐을 주도록 하는 게 내게는 언제나 자연이었다.
야외요가는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우면 할 수가 없어서, 봄이나 가을에 단발성으로 할 수 있는 특별한 수련이다. 더불어 명절에 하는 야외요가는 친척들의 무가치하고 지겨운 잔소리를 벗어날 수 있고, 홀로 있을 때의 외로움을 진정시킬 수 있고, 진정한 쉼을 스스로 선물할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러니까 지금, 요가를 하자. 잠시나마 불필요한 속박에서 벗어나자. 자연을 벗삼아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따뜻하게 느껴보자. 이게 바로 행복하게 충만하게 명절을 보내는 나만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