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한정하지 않는다
71m 로켓이 시뻘건 화염을 뿜어내며 '사뿐히' 내려앉았다. '슈퍼 헤비'라고 불리는 275톤의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마치 힘껏 그네를 타고 내려온 춘향이가 향단이의 손을 잡고 가볍게 땅을 지르밟은 듯했다. 사람들은 감격에 겨워했다. 환호성을 지르고 머리를 감싸 쥐고 박수를 쳤다.
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개발한 사상최대 우주선 '스타십'이 1단 추진체 회수에 성공한 순간이다. 옛말에 7전 8기라고들 하는데, 스타십은 4전 5기 만에 1단 추진체 회수라는 성공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대단한 성공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앞다투어 '역추진의 마법'이라고 표현했다.
경제학적으로도 마법이 맞다.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험 비행에서 실패하며 공중으로, 바닷속으로 버린 돈만 천문학적인 액수다. 하지만 역추진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아낄 수 있는 금액 또한 천문학적인 액수이니, 성공을 위한 투자금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큰 손해는 아닌 듯하다.
스타십의 재사용이 가능해진다면 현재는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55억 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우주선 발사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단다. 비용뿐이랴. 우주 탐사도 가능할 테고, 우주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추진의 마법이라 부를 만하다.
비경제학적으로는 더 많은 가치를 창출했으리라 본다. 일단 아이들에게 '한계가 없는' 희망을 줬다. 30년 전, '원더키디' 세대였던 나는 상상 속의 일들이 하나씩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 소름이 돋는다. 30년 전에는 우주로 나가는 일들이 공상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잠재력에는 한계가 없고, 아이들의 꿈에도 한계가 없다. 오늘날의 추진체 회수는 아이들에게 어떤 자극이 될까. 어떤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떤 원동력을 주게 될까. 지금 기성세대의 상상력으로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기는 할까. 온갖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음표를 낳는다.
개구리는 더 높이 뛰기 위해 몸을 더 움츠린다. 로켓은 더 멀리, 더 자주 날아가기 위해 날았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발사대에 안착했다. 그의 후진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더 크고 넓은 우주 탐사를 위해 길을 열어주기를. 그리고 그 축복을 우리의 후세들이 오롯이 누리기를 희망한다.
개인적으로는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새삼 하게 됐다. 넘어져봐야 일어서는 법을 알듯이, 돌아섬에 대한 안정성과 확신이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을 돌아본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나의 하루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