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우스빌둥 수습기간(Probezeit)

긴장의 연속


수습기간은 독일어로 프로베차이트(Probezeit)라고 하고 아우스빌둥의 수습기간은 법적으로 최소 1개월부터 최대 4개월로 정해져 있다. 아우스빌둥을 하는 아쭈비(Auszubildende)에게는 직업과 회사가 본인과 맞는지 알아볼 수 있고 회사는 아쭈비가 회사와 맞을지 알아볼 수 있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고용주가 피고용주를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고 피고용주도 별다른 절차 없이 사직서를 낼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수습기간이 끝나고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당할 수 없고 아우스빌둥을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8월에 아우스빌둥을 시작했고 수습기간은 4개월, 즉 11월 30일까지였다




나는 뮌스터로 이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8월 2일에 첫 출근을 했다.

이제 넘어야 할 산은 수습기간을 무사히 지나는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긴장했나 싶을 정도로 하루살이처럼 살았던 것 같다. 하루 일정이 끝나면 ‘휴.. 오늘도 안 잘렸다’라는 안도감이 들곤 했다.


수습기간 동안 매일 새로운 걸 배웠고 거기에 집중하고 복습하는 시간이 많았다.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요약해 보면:


1. 출근한다

2. 전날 배운 걸 마무리하고 피드백을 듣는다

3. 새로운 걸 배우고 적용해 본다

4. 집에 와서 복습한다


이것의 반복이었다. 당연히 못 알아들은 독일어도 많기 때문에 틈틈이 기억했다가 집에 오면 찾아보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동료들이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보면 흔쾌히 알려준다는 점이었다. 나랑 아우스빌둥을 같이 시작한 입사동기도 어릴 때 독일로 이민온 외국인이었기에 더 잘 이해하고 도와주었다.



내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먼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료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으면 눈치껏 “내 도움이 필요해?”라고 물어보았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최대한 열심히 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렇듯 나도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즐겁게 일하자 라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내가 너무 열심히 일만 하면 가끔 분위기를 망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너무 집중한 나머지 쉬는 시간에도 일을 하는 사단도 벌어져 약간 눈총을 받은 적도 있었다.


수습기간은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면 힘들었던 만큼 정신이 없었고 바빴기 때문에 금방 지나갔던 것 같다. 수습기간이 끝나고 난 후 특별함 없이 모든 것이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와 상황들을 보며 왜 그렇게 불안해하고 힘들어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습기간을 지내면서 느낀 건 성실함과 책임감은 당연히 갖춰야 할 태도이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인지, 회사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라는 점이다. 그런 점들이 잘 맞고 나 또한 회사가 맘에 든다면 수습기간을 잘 넘길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수습기간이 끝나고 학교에 갈 시간이 다가왔다.





작가의 이전글 독일에서 집 구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