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피임 실패율'이 18%라고?

그래서, 실제 논문을 뜯어봤다.

by 시야

해당 콘텐츠는 바른생각 공식 서포터즈 '띵커스' 활동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14년 차 산부인과 전문의 김지연 님의 강의를 들었다. 어쩌다어른은 10주년 특집으로 어른들에게 '성교육'을 진행했다. 그중에 사람들이 가장 매섭게 놀라는 부분이 있었다. 생각보다 높은 '콘돔 피임 실패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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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디글 :Diggle

"그냥 콘돔을 대충 썼을 때, 실패율이 18%입니다. 생각보다 높죠? 그리고 타이트하게 진짜 되게 열심히 썼어, 찢어진 게 없는지 확인을 하고 썼는데도 실패하는 확률이 2%예요. '나 콘돔 했으니까 절대 임신 안돼' 이게 아니거든요?"


물론 저런 퍼센트에서 경각심을 얻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콘돔 사용법을 완벽히 숙지해서 98% 피임을 하자'라는 의욕이 든다면, 겁을 먹어도 꽤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포스러운 와중에도 호기심이 앞섰다. 여러 의문이 들었다. '대충 썼다는 건 뭐고, 완벽히 썼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콘돔을 완벽히 썼는데도 2%나 피임 실패 가능성이 있다고?'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김지연 전문의께서 강의에 소개하신 연구결과를 담은 원문을 찾았다. 피임률 수치를 대조하여 논문을 찾을 수 있었는데, 이는 '미국 프리스턴 대학교'의 박사인 트루셀 교수가 2011년에 발표한 '미국에서의 피임 실패(Contraceptive failure in the United States)'라는 이름으로 작성한 논문이었다.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고, 누구나 읽어도 이해할 정도로 작성하고자 노력했으니, 믿고 따라와 주길 바란다. 글을 전부 읽고 나면, 당신이 품게 된 의문들은 싹 다 시원하게 해소될 것이다.


오해 1. 대충 사용과 완벽 사용의 진짜 의미

먼저 트루셀 교수는 논문을 왜 썼을까? 그는 미국에서 통용되는 모든 피임법을 가지고, 각각의 피임률을 비교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기존 연구들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정리했다. 이는 실제 대규모 실험을 진행하여 쓴 논문이 아니라, 기존의 논문을 모아서 작성한 '리뷰논문'이란 의미다. 교수는 연인들이 데이터에 근거해 알맞은 피임법을 선택하도록 돕고자 했다.


그럼, 논문에 나온 '대충 사용', '완벽 사용'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논문은 '완벽사용'의 뜻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used perfectly when it is used consistently according to a specified set of rules)'으로, 매 성관계 시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올바른 방법으로 착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콘돔 사용법대로 콘돔을 착용한 뒤, 섹스를 시작하고 마쳤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18%의 피임 실패율을 보여준 방식, 즉 김지연 전문의가 '대충 사용'이라고 언급한 경우, 논문에서는 '일반 사용'이라고 표현한다. 논문에 따르면 '일반 사용은 피임법을 항상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Typical use does not imply that a contraceptive method was always used)'고 명시하며, 미국 가족성장조사(NSFG)에서는 여성이 스스로 '콘돔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인식하기만 하면 사용자로 분류된다고 설명한다.


즉, 콘돔 '일반 사용'에는 가끔씩만 콘돔을 쓰는 경우도 포함될 수 있으며, 트루셀 교수 또한 '사용'이란 '전적으로 개인의 인식에 의존하는 매우 탄력적인 개념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서, 어제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콘돔을 낀 경우도 '일반 사용' 안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 나아가 섹스를 하루에 두 번 했다고 가정할 때, 처음엔 끼고 했고, 나중에는 벗고 한 경우도 '사용했다'라고 답해도 거짓은 아니다. 즉 '사용'이란 개념이 너무 넓어서 '콘돔을 어쩌다 한번 사용하는 사람'도 충분히 '일반사용'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반사용'시 콘돔 피임 실패율 18% 수치는 콘돔 사용법을 준수하고 성관계에서 A to Z로 착용하는 이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논문에서 사용한 '완벽 사용'이 곧 '학교에서 배운 대로 콘돔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인 것이다. 콘돔을 제대로만 착용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데이터다. 물론, 방심해선 안된다. 사정 직전에 콘돔을 끼거나, 사정 후 콘돔을 바로 빼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는 모두 '일반 사용'으로 들어갈 것이다. 피임을 바란다면 콘돔을 '완벽'하게 제대로 착용해야 한다.


오해 2. 완벽하게 사용해도 2%로 피임을 실패한다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 수치는, '콘돔을 껴도 100명 중에 2명이 피임에 실패했어요!'의 의미가 아니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전문의인 김지연 님조차도 콘돔의 피임 실패율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고 '지식인사이드'라는 356만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바가 있다.

image.png 출처: 지식인사이드

혹시, 앞서 트루셀 교수의 논문은 '리뷰 논문'이라고 소개한 내용을 기억하는가? 이는 다시 말해, '1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2명이 피임에 실패했어!' 식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럼 저 2%라는 수치는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이는 기존 콘돔 피임률과 관련한 논문 3편을 분석해서 얻어낸 '추정치'였다.


안 그래도 트루셀 교수는 논문에서 이러한 한계를 밝히고 있다. 그는 겸손하게도 '우리의 최선의 추측(our best gues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2%의 수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결론부에서는 '완벽 사용 시 임신율에 대한 추가적인 경험적 기반의 추정치가 필요하다'라고 명시한다. 따라서 2%는 제한된 데이터와 여러 가정 위에 세워진 추정치이지, 대규모 실험에서 직접 검증된 확정적 수치가 아니다.


100명 중에 2명이 피임에 실패했다는 실제 데이터는 없다. 단지 과학적으로 유의미하게 기존 논문을 바탕으로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증한 결과로 나온 수치일 뿐이었다. 심지어 그가 참고한 논문 중 '완벽 사용'을 유일하게 언급한 2003년의 논문에서는 6개월간 측정된 콘돔 피임율이 0.7%라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콘돔이 피임에 실패할까 봐', '혹시 나도 2%에 들어가는 게 아닐까 봐' 걱정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실제 실험 데이터가 아닌, 추정치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콘돔이 피임도구로써 기능하기 위한 전제는 '제대로 콘돔을 사용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콘돔만 믿지는 말자'라는 주장은 앞서 김지연 전문의와 동일하지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콘돔을 의심하기 전에, '콘돔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는지 스스로를 먼저 의심해 보자는 것이다.


다음 주 칼럼에는 2% 피임 실패율이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떤 콘돔을 선택하여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근본적으로 '올바른 콘돔 사용법'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참고자료>

1. Contraceptive failure in the United States, 2003, James Trussell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3638209/


2. 잘못 착용하면 피임 실패율이 무려 18%❗ 성(性) 1타 13년 차 전문의가 알려주는 올바른 콘돔 사용법, 2025, 디글

https://www.youtube.com/watch?v=0_7gGgpdrBw


3."충격적인 콘돔 실패율" 피임법만 믿고 막 하면 안 되는 이유 | 김지연 원장 1부, 2026, 지식인사이드

https://www.youtube.com/watch?v=Dwu4nOiQA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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