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을 가지고 다니면 문란할까?

콘돔은 언제나 죄가 없다

by 시야

해당 콘텐츠는 바른생각 공식 서포터즈 '띵커스' 활동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적어도 연인 사이에서 섹스는 그 둘만의 이야기다. 연인이 있음에도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바람이라든지, 외도, 혹은 한순간의 '실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연인과의 섹스에 '문란함'이란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붙이지 않는다. 성관계를 문란하다고 판단하는 그 기준은 섹스하는 당시, 상대와의 관계가 얼마나 위태로운가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가 있어도 클럽에서 원나잇을 하는 남자'라든지, '친구의 남친과 바람을 피우는 여자'라든지. 우리가 문란하다고 여기는 순간을 포착한 드라마와 영화는 무수히 많다. 그러한 관계는 모두 아슬아슬하고 조금의 균열에도 무너질 듯 불안정하다.


반대로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섹스는 문란하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금슬이 좋다'라고 치켜세우며, 한편으로는 부러워한다. 이는 성관계를 맺는 대인관계 자체의 안정감 때문이며, 결혼은 섹스가 인정되는 관계 중 가장 이상적인 경지다. 비슷하게 서로가 사랑하여 사귀는 연인도, 결혼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안정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연인 관계에서 합의가 된 섹스는 문란하다고 인식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콘돔'을 소지하고 다니는 행위가 문란한가에 대해 살펴본다. 콘돔을 가지고 다니는 게 문란하다고 보이는 까닭은 '콘돔을 휴대할 정도로 섹스에 언제든 준비되어있다는 사람'으로 인식되거나, 그만큼 섹스를 많이 하는 사람, 섹스를 밝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사연자는 '너 왜 여자가 콘돔을 가지고 다녀?'라는 질문을 친구에게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문란한 여자가 된 것 같은 부정적인 기분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 질문에 가수 비비는 대신 답한다. "섹스하려고, 그럼 콘돔으로 뭐해. 물 담아서 물풍선 만듭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섹스의 빈도가 문란함을 결정한다는 통념이 있다. 이 경우에도 역시, 섹스 이전의 '대인관계'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만약 각기 다른 30명과 원나잇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보고는 문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반대로 1명의 연인과 30번 성관계를 맺는다면? 이때도 문란한가? 적어도 전자가 후자보다 문란하고, 문제라고 인식될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듯 '문란함'은 빈도가 아니라, 결국 어떤 관계에서 섹스를 하느냐, 즉 성관계를 할 당시의 파트너와의 불안정한 관계인가, 안정적인 관계인가에 따라 나뉘게 된다.


따라서 콘돔 소지 여부나, 섹스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는 문란함을 결정하지 못한다. 기준이 되는 건, '그 사람이 어떤 대인관계에서 섹스에 임하는가'이다. 다만, 그러한 은밀한 사정은 쉽게 알 수 없다. 직접 말해주거나, 겉으로 드러내기 전에는 어떤 관계에서 섹스가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문란할 것'이라는 제대로 된 판단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콘돔은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성병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피임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콘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죄가 없다. 거기에 '문란함'이란 수식어를 덧댄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우리는 콘돔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 속에서 이미, 누군가는 문란해져 있다. 하지만,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단순히 '콘돔을 가지고 다닌다는 행위'로 사람의 특성을 파악할 방법은 없다.


그러니 언젠가 친구나 지인의 가방에서 콘돔이 나올 때, 해석이 아닌 인식에서 멈춰도 좋을 것이다. 콘돔은 그저 콘돔일 뿐이다. 그 속에는 문란함도, 부끄러움도 담겨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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