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만 명의 낙태아
해당 콘텐츠는 바른생각 공식 서포터즈 '띵커스' 활동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2025년 1월~2026년 1월까지 태어난 신생아의 수는 25만 4천5백 명이다. 한편, 20년 전에는 2025년 출생아 수보다 9만 명이 더 되는 낙태아들이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 낙태아 수는 34만 2천 명에 달했다. 이는 당시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인 수치였다.
한때 대한민국에 낙태아가 34만 명이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놀랍다. 이러한 고질적인 낙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은 2014년에 런칭되었다. 당시에는 포털 사이트에 '콘돔'이라고 검색해도 성인인증을 해야 할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콘돔 사용률 또한 단 11%로 OECD 하위권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국내에는 번번한 콘돔 브랜드도 없는 환경이었다.
"국내 낙태여성은 35만 명이나 됩니다. 콘돔 보편화 사업으로 낙태여성을 1만 명만 줄여도 뜻깊은 일 아닌가요" (런칭 당시 박서원 대표의 인터뷰 중)
그는 이제 더 이상 바른생각을 떠났으나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20년에는 낙태아 수가 3.2만 명으로 감소했다. 현재 바른생각은 콘돔 브랜드에서 나아가 섹슈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성문화를 위하여 제품, 광고 캠페인,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을 알리고 있다. 본 서포터즈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그런데, 성을 왜 알아야 하는가? 어째서 성을 외면하지 말고 마주해야 하는가? 바른생각의 첫 번째 서포터즈로서 위의 근본적인 의문에 답을 해야 할 책임을 느낀다. 성을 안다는 건, 단편적인 정보에서 그치지 않고, 성을 전체적으로 넓게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의 중심에 섹스가 있는 것은 맞으나, 단순히 섹스와 콘돔을 끼우는 법만 안다고 해서, 성을 전부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성은 그렇게 좁고, 작지 않다. 한때 대한민국이 34만 명의 낙태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도 '성을 아는 일'일 것이다.
성을 즐겁게 마주하기 위한 전제는 '존중'이다. 존중은 알아가는 일이다. 서양권의 사람이 동양에서는 실내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만 그 문화를 존중할 수 있다. 존중은 아는 만큼 가능하다. 성이 일상이 되고, 존중의 경험이 되려면 알아야 한다. 동시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의문을 던져야 한다. 콘돔은 반드시 남자만 사용하는 제품인지, 정말 콘돔을 가지고 다니면 문란한 사람일지, 기능성 콘돔의 종류는 왜 그렇게 다양한지, 관계를 더 풍성히 해줄 도구들은 무엇이 있을지, 관계에서 사용하는 젤 성분은 신체상의 문제는 없는지...
고정관념에서부터 다양한 성도구까지. 그것들을 다뤄볼 예정이다. 너무나 많은 질문이 있다. 그럼에도 물어볼 곳이 많지 않다. 성은 숨겨야 하는 것. 부끄러운 것이라고 잘못 학습받았기 때문이다. 아니,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을 아는 일은 호기심이 충족될 뿐 아니라, 실용적이고, 으레 갖게 되었던 걱정과 불안, 심리적인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체험하는 불쾌한 감정의 원인 대부분은 그 불편함의 주체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어렴풋이 알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쓰인다. 띵커스 1기의 활동의 일환으로 쓰이지만 다분히 필자의 사심이다. 성을 본격적으로 알아볼 기회를 찾아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모든 글은 내심 성을 알고 싶었던 당신을 위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