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겁쟁이
혼자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멀쩡한 두 다리가 있기에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무작정 걸어본다. 어느 순간 사는 게 즐겁기 시작했다. 혼자라는 게 외롭다는 건 지울 수는 없지만 그걸 받아들이고 즐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왜인지 나이 드는 게 기대되기 시작한 거 같다. 쓸쓸히 나이 먹는 게 무서웠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앞날이 두려웠고 나이 먹는 모습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한다. 생각의 전환점이 되기 시작한 건 아이를 낳고부터였다. 갈구했던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니 작은 희망이 보였던 것일까, 나날이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메말라있던 땅속 깊이 아이들이라는 작은 씨앗이 심어져 뿌리가 자라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물을 머금으며 홀연히 자라고 있었나 보다.
삶은 서로가 햇빛이 되어주고 물이 되고, 거센 바람이 몰아치면서 약하디 약한 새싹이 나무가 되어 태풍이 몰아치고 빗물에 젖어 나무 겉면이 퉁퉁 불어버릴 때도 나무에 금이 가기도 하면서 돌처럼 단단하게 그자리를 지켜낸다. 인간도 그와 같다 본다.
오롯이 한 곳만 바라보며 자라면서 햇살이 주는 작은 희망들이 나를 더더욱 큰 나무로 만드는가 싶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혼자이기 익숙한 거이지 않을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사실은 어렵기도 어렵다. 사람들과 공존하는 세상에서 홀로 있는 게 왜 그리 어려운 건지....
여행을 다니며 혼자인 거 자체는 누군가에게 맞추지 않고 나 자신만 챙기면 될 수 있기에 상대방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 그저 가고 싶은 곳 발이 닿는 어디든 계획하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기대하지 않고 가던 식당이 의외로 맛있기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인연이 생길 수도 그러다 보면 정말 재밌게 느껴진다. 어린 나에게 꼭 하나 전달해주고 싶은 것 중 하나. 혼자이길 무서워하지 말라는 점이다. 고독은 쓸쓸한 단어가 될지 모르지만 그 고독을 아는 즐거움은 인생의 지혜를 주기도 한다. 나를 성장시켜 주고 어른으로 가는 지름길일수도 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성숙해진다는 건 좋은 일이다. 현재를 중요시하고 뭐가 더 중요한지 알기에 나를 더 사랑하고 지금을 열심히 살고 즐길 테니까
나이가 들면 여행을 많이 다니며 집에만 있지 않는 어른이 있다. 특히 우리 집 어르신들 특징이다. 이들은 알고 있다.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을지 모르니까 지금에 충실하며 놀러 다니는 거다.
이제는 만들어진 조형물을 바라보기보단 자연이 만들어낸 것에 더욱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지 몰랐으니까 말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는 냄새, 온기, 풍경, 색깔 모든 것이 다르다. 나는 아직도 고등학교 점심시간 후문 앞 계단에 친구와 나란히 앉아 햇살을 쬐는 게 너무나도 기억이 선명하다. 사진보다 그 순간을 온전히 기억하면서 눈을 감고 햇살이 주는 따스한 온기와 시원한 향기가 기분을 너무나도 좋게 해 주었다. 어떤 일이던 작은 것에 하나씩 기억하다 보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소소한 것에 행복을 즐기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사는 거 별거 없지만 욕심은 적되 감사함은 배로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제대로 즐길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