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기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우울증은 한국인 90프로는 앓고 있는 질병은 아닐까 생각한다. 병적인 것만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적당한 감정은 건강한다고 본다. 이것을 즐기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감히 가늠하기 어려운 듯하다. 정확히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기까지는 조금은 시간이 걸렸기에 말이다. 사랑을 받고 자라진 못한덕에 학창 시절부터 연애로 나를 채워가려 했었고, 성인이 되고서는 점점 더 갈구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가 원하는 진짜 사랑보다는 잠시잠깐의 희로애락을 느끼는 걸로 욕정을 채우면 된다.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나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 점점 더 혼자 있기를 피하게 되었다. 회피형 인간이라,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엔 늘 회피하여 트라우마 또한 마주하질 않았다. 그로 인해 상처의 골이 더더욱 깊어져만 간다. 먼저 나에게 우울증을 마주하고 또 극복하기까지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인지하는 거였다. 내면 안에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한편으론 무서운 걸까, 애써 꺼내어보진 않았지, 그러곤 우연히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으로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고 그 사람은 현 남편이기도 하다. 내 문제점은 안정적이길 원했다. 틀 안에 잡혀있어 어디로 튀어도 그 틀을 벗어나질 않는 것. 나는 틀이 있지 않아 되려 불안하고 홀로 버텨왔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부모의 사랑을 다 못 채웠던 시절. 기댈 곳이 없어 성숙한 아이로 자라 누군가에 기대기보다 혼자 버티는 게 더 익숙했었다. 감정의 선이 곪아버렸다. 그렇다 한들 숨 쉴 구멍은 있는 게 어디 있으랴 학업, 가족, 친구 뭐 하나 되는 거 없이 다 틀어지다 보니 그런대로 시간은 무색하게 흘러만 갔다. 하루하루 내방 안에서 조용히 울면 보내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는 그런 환경에 비해 매우 해맑은 아이였다. 마냥 착하고 밝은 아이라 내면이 이럴 거란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단순함도 있어 아픈 상처가 있어도 굉장히 무디다 못해 파묻힌 걸까,
어쩌면 감정이라는 걸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이 없었기에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우울증이 있다면, 나에게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고, 스스로 마주할 줄 알아야 하는 용기다. 그러곤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내 안에 상처를 계속해서 끄집어 내야지만 비로소 어둠에 갇힌 나를 마주하며 어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어릴 적 삶에 버둥거릴 때 스무 살에 나는 무얼 하고 있을지, 서른 살에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지 종종 궁금해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끄적인 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나이에 당사자인 내가 그날 써왔던 편지를 읽어보니 어느새 조용히 눈물 한 방울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실 그때 나는 나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 힘들었는데, 누구보다 나를 제일 응원하고 힘을 주는 사람이 15살의 어린 나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말없이 안아주고 싶다. 너 충분히 잘하고 있고, 누구보다 멋있는 아이로 성장할 테니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고 전달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어릴 적부터 꿈꾸던 작가를 지금 내가 실현시켜 보니 대단한 작가는 아니더라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따내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알고 보면 멋진 녀석이란 걸 증명해 보니 이제는 남들을 부러워하기보단 남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있는 위치에 있다. 이렇게까지 이겨낼 수 있던 건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수백 번 넘어져도 수천번 일어날 수 있었기에 이뤄낸 현실이라는 걸 넘어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넘어진 숫자에 불과하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힘만 있으면 그것이 쌓이고 쌓여 뒤를 돌아보면 작은 것들이라도 정말 멋있는 나날들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결과로만 대단하다 는 게 아닌 하루를 무사히 버티는 것도 진짜 잘한 일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오늘은 힘들었고, 그 힘듦을 눈물로 지새우며 하루를 보냈어. 이러한 것도 나를 위한 눈물을 흘린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 한편으론 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나를 지키기 위한 눈물이라고 생각이 든다.
오늘 별거 없었어, 나는 이뤄낸 것도 없어서 한심해 이런 생각이 든다면 진짜 오늘 하루 한 게 없을까, 밥이라도 먹을 힘은 있거나, 씻을 힘은 있거나 조금의 힘이 남아두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에너지를 비충시켜놓는다 생각할 수도 있다. 다음의 나를 위해 힘을 아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
또 하나 일러두고 싶은 게 있다. 최근 부정적인 사람들이 늘어난 게 눈에 보이는 것도 유별나게 SNS 댓글들에서 눈에 훤히 보이더라. 굳이 그렇게 해서 나 자신을 추켜올리는 게 정말 좋은 것일까.. 결국 그런 행동은 돌고 돌아 자신을 갉아먹는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내가 보이지 않는 곳이라도 긍정적인 말과 행동을 곱씹어 전달한다면 이 또한 나에게 좋은 영향으로 또 하나 성장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
어쩌라고 그래도 난 나를 사랑해 오늘도 난 멋있어.
- 나는 내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로 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