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트의 규율
수트는 일반 옷과는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입는 규율’이 있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글을 통하여 규율에 대하여 이야기했지만 이를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고, 설명한 곳도 여타 컨텐츠에서 만나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오늘은 아주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수트를 입을 때의 몇몇 규율을 설명하고자 한다.
1. 재킷
(1) 단추
재킷은 ‘싱글브레스티드 재킷’과 ‘더블브레스티드 재킷’로 구분된다.
‘싱글브레스티드 재킷’은 단추가 1열로 존재하는 재킷을 의미하고 ‘더블브레스티드 재킷’은 단추가 2열로 존재하는 재킷을 의미한다.
이 재킷들에겐 단추를 잠그는 규율이 존재한다.
서 있을 때를 먼저 설명하겠다.
싱글브레스티드의 경우 2버튼(버튼=단추)과 3버튼이 있다.-물론 1버튼도 있다.-
2버튼의 경우, 윗 단추는 항상 잠그고 밑에 단추는 절대 잠그지 않는다.
3버튼의 경우, ‘Sometimes, Always, Never’의 규율을 따른다.
말 그대로 맨 윗 단추는 가끔, 가운데는 항상, 아래는 절대 잠그지 않는다.
더블브레스티드의 경우 6x2를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6은 보이는 전체 단추의 개수를 의미하고, 2는 버튼홀의 개수를 의미한다.
최상위 사선에 존재하는 단추는 장식용으로 잠그는 기능이 전무하다.
그 아래 사각형의 꼭지점으로 위치한 4개의 단추 중 2개만이 잠그는 기능이 존재한다.
이중 윗 단추는 항상 잠그며, 아래 단추는 잠그지 않는다.
더블브레스티드의 경우 내부 단추가 있는데, 이는 항상 잠가야 한다.
서 있을 때를 구분한 이유는 당연히 다른 구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킷은 앉아 있을 때 단추를 잠그는 방법이 상이하다.
이는 오히려 쉬운데, 싱글브레스티드의 경우 단추를 전부 풀고 앉아야 하며 더블브레스티드의 경우는 단추를 풀지 않는다.
(2) 재킷 기장 및 팔 기장
단추의 규율을 이야기했다면 구매할 때 재킷 기장과 팔 기장을 보는 방법이 필요하겠다.
재킷 기장부터 이야기하자면, 재킷은 생각보다 기장이 길다.
따라서 어색할 수도 있다.
올바른 재킷 기장의 재킷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재킷을 입은 뒤 기장 밑단을 잡는 느낌으로 살며시 주먹을 쥐어보면 된다.
밑단이 주먹의 너클 부분(손가락과 손바닥을 잇는 튀어나온 뼈)-혹은 엄지의 첫 마디-에 위치한다면 이는 통상적으로 맞는 기장이다.
팔 기장의 경우에는 팔을 아래로 늘여 틀렸을 때 복숭아뼈를 가리는 위치가 좋다.
+ 만약 웨이스트 코트(조끼)를 입는다면 맨 아래 단추는 절대 잠그지 않는다.
2. 셔츠
(1) 셔츠만 입는 것
먼저 셔츠는 ‘남성의 속옷’이었다는 것은 이미 적은 바 있다.
따라서 어느 상황에서나 재킷을 벗지 않고 항상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옳고, 호스트나 웨이터가 재킷 벗는 것을 허락한다면 벗어도 되며 아주 더운 날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벗는 것이 용인된다.
(2) 재킷과의 관계
셔츠는 필연적으로 재킷을 입었음에도 노출이 된다.
이때 아주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팔과 목이 그 부분이다.
셔츠는 팔 기장이 재킷보다 길어야 하며, 입었을 때 재킷보다 반 인치(0.5inch) 노출 되는 것이 좋다.
목 부분 또한 뒤에서 봤을 때 재킷보다 반 인치(0.5inch)정도 높게 올라와 있는 것이 좋으며, 셔츠의 맨 윗 단추를 채웠을 때 목에 잘 맞아야 한다.
여담으로, 더블브레스티드 재킷을 입을 때는 버튼다운 셔츠를 절대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버튼다운 셔츠란 칼라(목 부분의 깃)를 몸판에 단추로 채울 수 있는 셔츠-
3. 넥타이(Four-in-Hand tie)
(1) 노트(knot)와 셔츠의 관계
다양한 타이 종류 중 가장 친숙하고 많이 매는 넥타이(Four-in-hand tie)를 기준으로 이야기하겠다.
넥타이는 여러 가지 매듭법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쉽고 평균 사이즈의 칼라에 잘 맞는 것은 플레인 노트라고도 불리는 포-인-핸드(Four-in-hand)노트이다.
그 외에는 일반적으로 하프 윈저, 윈저, 프린스 알버트 노트가 있다.
하프 윈저, 윈저, 프린스 알버트 노트의 경우 포-인-핸드보다 노트의 크기가 크기 때문의 셔츠 칼라에 맞춰 하는 것이 좋다.
넥타이의 노트는 단단하게 매어져 칼라 사이에 딱 붙여 위치해야 하며, 셔츠에서 약간 떨어져 곡선-아치-을 그리며 떨어져야 한다.
이는 손가락 두 개를 노트와 셔츠 사이-노트 아래와 셔츠 사이-에 넣어 확인할 수 있다.
(2) 바지와의 관계
넥타이의 길이는 일반적으로 허리밴드를 넘지 않는다.
만약 길다면 바지 안으로 넣는 것이 좋다.
(3) 재킷과의 관계
넥타이의 너비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너비를 고를 때에는 자신이 가진 재킷 라펠(lapel) 비율에 맞춰 매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인 기성 라펠엔 8.5cm가 가장 좋아 보인다.
4. 바지
(1) 기장
바지는 기장이 중요하다.
기장은 복숭아뼈가 보일 정도로 짧지 않은 것이 좋다.
가장 통용되는 것으로는 구두를 살짝만 덮어 쿼터 브레이크-바지와 구두가 만나며 바지에 주름이 생기는 것-가 살짝 생기는 것이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좀 더 깊은 하프 브레이크를 선호한다.
더하여 밑단은 구두의 2/3을 덮는 정도가 좋다.
(2) 턴업(카브라)
바지에 턴업을 하는 것이 좋다.
턴업은 키 178cm미만은 1 5/8인치(4cm), 키 178cm이상은 1 3/4인치(4.3cm)가 적당하다.
5. 양말
필자의 경우는 항상 롱 호스(long hose)-종아리 전체를 덮고 무릎 아래에서 끝나는 양말-를 신는다.
이는 바지 밑단이 올라가도-다리를 꼬거나- 피부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롱 호스를 무조건 신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가 보여서는 안된다.
적어도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양말이 좋다.
절대 스포츠 양말이나 흰 양말은 안된다.
절대로.
당연히 드레스 양말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6. 구두와 벨트
구두와 벨트는 색을 꼭 맞추도록 한다.
개인적으로 벨트는 좋아하지 않아 브레이시스(서스펜더, 멜빵)를 착용한다.
이때엔 해당 사항이 없다.
간략하게 수트의 규율을 알아보았다.
사실 깊게 들어가자면 책 한 권이 쓰일 정도이지만, 기본적으로 알면 좋은 규율을 소개해보았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규율을 지킨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더하여 규율을 지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억압하고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신사들이 젠틀맨이라 불리는 이유중 하나는 이런 사소한 규율마저 지키며 옷을 입기 때문도 있지 않을까?
+ 스키니핏은 절대 피해야 한다.
++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닌 수트 전문 브랜드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 썸네일의 사진은 <어느 늙은 테일러의 구원>에도 적은 '재단대에 앉아 옷을 짓는 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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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이미지 출처 :Unsplash의Llyfrgell Genedlaethol Cymru / The National Library of Wales
06MAR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