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신돌석, #067 청년 신돌석의 역사가 주는 의미

제자에게 들려주는 청년의 역사Ⅲ

by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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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7 청년 신돌석의 역사가 주는 의미


불의한 조직·사회·정부·외세에 저항할 때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무력’은 정부 이외에 사용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제도가 잘 갖추어진 현대 사회에서는 민주주의의 절차에 따라 부당한 부분을 수정해 가는 것이 옳습니다.

아쉬운 점은 기득권층이 만든 기존의 법적 질서를 인정해버리면 정당한 방법으로 사회를 바꾸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기득권층이 자신들이 확보한 물적·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것이기 때문이고, 그런 상황에서 의병을 ‘폭도’로 몰듯이 문제 제기한 사람들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될 때 시민들은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력은 외세의 침략이나 독재와 같이 더 이상 국가로부터 정상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회를 바꾸겠다는 명분으로 무력을 한번 사용하게 되면 앞으로도 사회를 바꾸고자 할 때 그것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사회를 바꾸겠다는 명분으로 무력을 사용하게 되면 세상은 분명 이전보다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대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신돌석의 시대보다 더 성숙한 시민들이 존재하고,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반드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고, 여론을 형성하여 세상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이런 태도라면 어쩔 수 없이 무력에 손을 대야 하는 순간이 닥칠 때도 이성을 잃고 무력을 남용하기보다는 신돌석과 같은 의로움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민족이나 국가는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이것이 실체가 없는,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의미에서 ‘상상의 공동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통해 정체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 민족처럼 오랜 기간 동일한 문화를 공유한 경우에는 민족·국가가 실재한다고 느낍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건, 실존하는 실체이건 중요한 것은 민족·국가를 하나의 덩어리로 추종하기보다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을 중심으로 민족과 국가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과 같이 천황을 위해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행위를 할 수 있고, 조선과 같이 고종의 왕권 유지를 위해 백성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신돌석은 고종의 밀지를 바탕으로 의병을 일으켰는지는 몰라도 그에게 있어서 의병 활동의 본질적인 목적은 일본인에 의해 피해를 당한 지역민 개개인을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의로운 행동의 출발은 민족·국가라는 너무 고상하고 먼 개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을 보살피고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은 실천이 민족과 국가라는 막연한 개념에 의미를 부여하여 이를 살아있는 공동체로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신분제도에 얽매여 있는 양반 의병보다 외세에 저항한다는 본질에 충실한 평민 의병이 위기의 순간에 더 큰 성과를 올렸습니다.

신분 차별을 강조하며 노래를 부르는 행동, 양반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평민 선봉장을 처벌하는 행동, 평민이라는 이유로 지역 총대장에 임명하지 않아 민중의 지지를 잃었던 양반 의병장의 행동은 위기를 더 큰 위기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외세의 침략이라는 긴급한 상황에서도 기득권층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분제 유지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을 더 잘 알고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어딘가 부족하고, 무언가 결핍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절실히 느끼고, 격식 없이 연대하며 본질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낀다면, 바로 그 점 때문에 신돌석처럼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합시다.



경제위기가 심화될 때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찾게 되고, 그런 이유로 공무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이 된 이유가 ‘국민’이 아니라 ‘돈’이라면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의로움을 지킬 수 있을까요?

순창군수는 지방관이지만 의병에 가담했고, 영해군수는 신돌석의 의병 훈련을 묵인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관리는 의병 탄압에 몰두하였고, 일부는 나라가 망한 후에 일본의 충실한 앞잡이가 되어 최고직까지 승진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수많은 청년 공무원이 ‘나라’와 ‘시민’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 언제든지 대한제국 말기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생계의 문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아무하고 연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대를 이루려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현실 문제를 공감시키고, 그들에게 자기희생을 끌어낼 수 있는 ‘의로움’을 지녀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의 의로움은 특정 사람에게만 태어날 때 주어지는 특별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의인’은 하루아침에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의로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고, 의로운 활동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차별도 받아봐야 합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거나 책을 읽으며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것을 실천해보고 실패도 경험해야 합니다. 그렇게 6년의 시간을 보냈던 신돌석은 점차 ‘의로움’에 다가섰고, 의로운 연대를 이끌어 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자신의 현재 모습은, 아마도 의병 투쟁에서 첫 번째 실패를 맛본 보잘것없는 19세 청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진 순간부터 의로움을 다지는 경험은 시작된 것이므로, 평범한 청년이 언젠가 ‘연대’를 이끌어 낼 ‘시대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맙시다.



의로운 행위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역경을 극복하고 통쾌하게 성공하는 결말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고난으로 시작하여 고난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년 신돌석의 삶이 그렇습니다. 자금은 항상 부족했고, 불법이라는 딱지가 따라붙었으며, 추격 속에 혹독한 추위를 피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았고, 화력도 열세였던 데다 체포당하는 자·투항하는 자·배신하는 자들로 사기가 꺾이기도 했습니다.

의로운 행위를 하는 사람들 주위에는 연예인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 안달하는 상황이 아니라 그들 때문에 입을 피해를 두려워 하여 그들과의 만남을 꺼리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불법과 억압은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다수는 탄압이 두려워 의로운 행위에 참여하기를 꺼립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의인들은 의로운 행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탄압을 받더라도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저항하는 행동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다면 이 사회는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세상’이 아닐까요?

의인들의 저항이 고되고, 그들이 겪는 역경이 더 큰 역경이 되는 것은 이들을 탄압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이들을 외면하고 돕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의로운 행위를 존경하고, 불의에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면 불의를 개선하는 기간은 더 짧아질 것이고, 살기 좋은 세상은 더 빨리 찾아올 것입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의로운 행위를 외면하는 사람은 되지 맙시다. 특히 청년 신돌석을 죽여 민족 투쟁에 큰 피해를 입힌 김창렬 형제와 같은 배신자는 되지 맙시다. 그래서 이 사회가 더 많은 의로운 사람들이 '의로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그래서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나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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