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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lehLee Oct 25. 2023

지구 종말을 지키는 지적 생명체는 문어일 수 있다.  

"당신은 진화론을 믿는가?"

이 질문은 꽤 도발적이다. 안 믿는다고 하면 비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치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대분의 사람들이 진화론을 믿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진화론을 믿는다면 오늘의 이 글은 꽤 불편할 것이다. 불편을 넘어 불쾌하고 수치스러운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 상상을 즐기는 사람이 쓴 글이니 만화를 보듯 재미로 읽으면 된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대략 45억 년으로 보고 있다. 45억 년 전의 지구는 불덩어리였을 것이다. 현재의 지구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돌덩어리들이 쏟아지고 거대한 혜성들이 와 부딪히면서 지구의 모습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을 것이다. 달도 그때 지구 옆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당연히 이 때는 지구에는 생명체가 없었을 것이다. 지구는 원자들이 결합된 분자들의 집합체였을 뿐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생긴 시기는 대략 35억 년 전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단세포 박테리아였다. 지구가 자리를 잡은 지 10억 년이 지난 뒤이다. 이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다. 지금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덩어리 하나를 집어 책상 위에 놓고 이것이 생명체를 가진 박테리아로 변할 것이란 상상이 드는가? 그런 상상이 된다면 당신은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35억 년 전 지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돌덩어리인 무생물에서 박테리아라고 하는 유생물이 생긴 것이다. 무생물 덩어리였던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다.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것이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다. 

 이 하나의 박테리아로부터 생명이 시작되었다. 이 단세포는 수없이 많은 세포 분열을 하다가 두 개의 세포를 지닌 다세포가 되었다. 이것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다양한 종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입과 항문의 개념조차 없는 원시적인 생물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5억 년 전, 그리니까 지구가 생긴 후 40억 년이 되던 시점에 지구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동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1) 이것을 '캄프라기아 대폭발'이라고 한다. 이때에서야 겨우 입과 항문을 같이 쓰는 자포동물을 비롯해 연체동물, 절지동물 등 우리가 아는 것들이 등장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육지에는 동물이 없었다. 인간은커녕 포유류조차 없었다. 

동물 이전에 식물이 먼저 육지를 차지했다. 식물들은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뱉어냄으로 인해 육지에 산소가 차기 시작했다. 이제 비로소 육지 위에 동물이 올라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물고기들 중 일부 용감한 것들, 척추에 뼈가 있어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한 것들이 조금씩 육지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3억 7500만 년 전의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포유류는 아직 없었다. 최초의 포유류가 탄생한 시기는 약 2억 년 전으로 보고 있다. 지구가 생긴 지 40억 년이 넘어서였다. 

이제 인간에 대해서 말할 차례다. 2) 인류의 조상은 350만 년 전에 나타났다고 한다. 오스트랄로 피데쿠스, 호모 에렉투스 등등을 거쳐 현생 인류의 기원인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5만 년 전이라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있었는데 이 두 종은 같은 시기에 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피엔스가 살아남고 에렉투스가 사라진 이유는 두 종의 삶의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육체적인 능력에서는 에렉투스가 월등했음에도 열등한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것은 집단생활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에렉투스도 집단생활을 했지만 그 규모가 작았다. 그리고 다른 집단과의 연대의식이 약했다. 이와 달리 사피엔스는 더 큰 규모의 집단생활을 했으며 타 사피엔스 집단과의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육체적으로 월등한 에렉투스의 공격을 받았을 때, 사피엔스들은 다른 부족들과 연합하여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이로 인해 마지막 승자는 우리의 직계 조상인 사피엔스가 되었다. 

나는 인류의 기원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런 내용들은 인터넷만 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궁금한 것인 인류의 미래이다.

왜 지구상에 인간만이 뛰어난 지능을 가지게 되었을까? 인간의 지능이 100이라면, 80, 60, 40인 동물이 있어야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양잇과 동물이 호랑이-사자-표범-치타-삵-고양이 식으로 신체 능력이 20%씩 차이 나는 것처럼, 지능을 가진 생명체 역시 20%의 차이를 가지면서 존재해야 하지만, 인간의 지능 100 이후 돌고래나 까마귀의 지능이 10에도 못 미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돌이나 나무나 인간이나,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나 원자로 이루어진 물체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의아한 일이다. 침팬지와 인간의 DNA 구조가 95% 같음에도, 또 포유류들과의 차이 역시 크지 않음에도 인간의 지능만이 이토록 높은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이야기를 돌려보자.

포유류가 생긴 시점을 시작으로 하여 인류가 살아갈 시간은 얼마나 될까? 지하철 1호선이 소요산을 출발하여 인천에 가기까지 정류장은 모두 62곳이다. 포유류가 생긴 시점이 2억 년 전이라면 우리 인류의 지하철은 이제 막 소요산을 출발하여 다음역인 동두천에도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즉, 인류는 아직도 61곳의 정류장,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정말이지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이다. 물속에 있으면서 척추에 힘깨나 있던, 그러면서도 용감했던 생물이 육지로 올라온 시점부터 계산해도 별 차이가 없다. 상상하면 아찔한 시간이다. 지구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시간의 몇 백배를 더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진화론을 믿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로 돌아가보자. 당신은 속으로 '믿는다'라고 답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은, 우리를 포함해서, 큰 낭패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이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만이 최고의 지능의 가진 동물로 기록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요산으로부터 10 정거장 떨어진 의정부에 도착했을 때,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으로부터 20억 년 뒤의 일이다. 포유류가 생긴 지 2억 년, 인류가 생긴 지 350만 년 만에 지능 100을 가진 인류가 생겼다면 앞으로 20억 년 뒤에 어떤 생물이 진화하여 인류를 넘어서는 지능을 가질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다른 동물들의 지능이 발달하는 만큼 인간의 지능도 발달하여 저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지만, 지구의 환경이 변한다는 걸 감안하면 다른 동물의 지능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환경에서는 인간의 지능이 높을 수 있는 최적이지만,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져 돌고래의 지능이 인간을 앞서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무려 20억 년 뒤의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래에 우리는 돌고래의 시중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수중에서 활동이 가능한 옷을 입고 그들의 위해 요리를 하고 청소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어쩌면 까마귀의 노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위해 썩은 고기를 찾아와야 하고, 빨래를 하고 나뭇가지를 모아 집을 지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웃 까치나라와의 전쟁에 동원되어 총알받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들에 맞서 싸우는 게릴라 인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돌고래나 까마귀에 적수는 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지금 침팬지들이 인간에 맞서 싸우려 할 때 총 몇 방이면 제압되는 것처럼.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불쾌감이 생겨야 한다. 우리 인류는 단 한 번도 다른 종에게 굴종하게 될 것을 상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시대에, 자식 시대에, 손자에 손자까지 합해 셀 수 없는 시간에 일어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려 20억 년, 50억 년 뒤의 일이라면 어떨까? 돌고래와 까마귀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이 정도가 되면 차라리 인류멸망 시나리오가 더 아름답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나를 향해 말할 것이다. '미친놈...' 

어차피 미친놈이 된 것 더 나아가보자.

열차는 더 지나서 부평 근처를 지나고 있다. 인간을 지배하던 돌고래의 시대도 갔다. 까마귀의 시대도 갔다. 이제는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그 어떤 종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인간은 존재하고 있을까?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일까? 아닐 수도 있다. 인류는 멸종되고 없을 수도 있다. 남은 것은 기록뿐이다. 지구 첫 고등동물이었던 인류의 기록은 띄엄띄엄 남아 있다. 그들, 즉 그 시대의 고등동물에게 인류는 어떤 존재가 되어 있을까? 단지 역사 속 생물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역사 시간은 포에니 전쟁, 2차 대전, 팔만대장경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 돌고래투스, 까마귀타르안...에 이르는 지구 고등동물의 역사가 될 수도 있겠다. 우습지만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당신은 내게 '이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나도 이것이 비약이라는 걸, 상상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원자라는 것, 다른 동물을 구성하는 것 역시 원자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진화론이 그런 것이다. 이것을 부정하고 싶다면 이제 창조론을 믿어야 한다. 창조의 주체가 신이든 자연이든 그것은 창조론이 되어야 한다. 인간은 인간으로, 짐승은 짐승으로 처음부터 창조된 것이라 말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의 질문, '당신은 진화론을 믿는가'에 당신의 대답은 무엇이었는가?

영화 속 지구 종말의 시간에 두 남녀가 두 손을 꼭 잡고 마지막을 맞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인간의 바람과는 다르게 그 마지막 순간에 서 있는 것은 문어나 바퀴벌레일 수도 있다. 인간만이 이 지구의 처음과 끝이라는 생각은 오만이다. 지구의 역사는 길고, 진화의 속도는 빠르다. 다만 이 길고 긴 열차의 여행 속에서 인간의 삶은 너무나 찰나이기에 실감할 수 없고 느낄 수 없으며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뿐이다. 

참고문헌

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저, 바다출판사 296p

2) 같은 책 321p

그리고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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