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가 번진 날, 마음도 함께 번져버렸다.
얇은 종이에 손이 베였다.
사소한 통증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마음에 남았고, 고요함은 오늘따라 무거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 끝에 종이와 펜을 들었다. 단정하게 써 내려가던 글씨는 번지고 말았다.
마치 잉크 속에 담겨있던 감정이 섞여 있는 것처럼..
숨기고 싶었던 서러움, 말로 전부 표현할 수 없었던 괴로움, 그리고 닿지 못한 마음들까지 종이 위로 번진 것이었다.
번진 건 잉크였지만,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과거에 남아있는 상처와 같은 마음.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감정이 잔잔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