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사와 긴 작별

by 리온

올해의 가을은 인사하듯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붉고 노랗게 물들기도 전에 올해의 가을은 인사하듯 가볍게 스쳐 지나가고 말았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가 싶었지만, 비 오는 날씨로 인해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웠다. 마치 영국에 오지 않았지만 그곳의 날씨를 간접체험하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오전이었는데, 오후가 되자 금세 회색빛의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가을은 장마처럼 짧고, 예고 없이 스쳐갔다. 그리고 그 끝에는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빠르게 밀려왔다.

급격하게 떨어진 온도에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겨울 옷을 꺼내 들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을 옷으로 가득했던 매장 진열대는 두툼한 패딩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가을은 '잘 지내'라는 인사 한마디조차 남기지 않고, 멀어지는 사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짧았기에 선명하고, 서둘러 지나갔기에 더 아쉬운 계절.

모든 작별은 그러게 짧은 인사로 시작된다.

가을 역시 그랬다.

오래 머물 것 같던 따스함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그 짧은 계절이 남긴 마음의 온기는 아직 식지 않고 오랫동안 나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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