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끝나는 곳에서 다시 시작되고

25. 에필로그 - 나마스떼

by 여행꽃


'10월 26일에 인도를 가다'라는 뜻의 goindia1026은 나의 아이디이며 '나를 인도하소서' 브런치북의 주소이다. 나는 인도에 갔었고 영향을 받았고 내 모든 시작이 그곳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왜 인도로 떠났을까?

수많은 여행 에세이에서 만난 인도는 지상 낙원이었고 현실에 지친 이들의 쉼터였다. 인도에 가면 모두 깨달음을 얻고 영혼의 안식처를 찾았다. 길거리 성자를 만나 깨달음을 얻고 인생을 해답을 얻는 수많은 이야기에 나는 오래도록 인도를 꿈꿨다. 처음 꿈이 좌절되었을 때, 패배감으로 자책으로 또는 무력감으로 나의 영혼은 잠식되고 있었다. 문득 떠오른 단 하나의 미련이 인도여행이었다. 그래서 배낭을 쌌고 길을 떠났다.



내가 만난 진짜 인도는?

막상 인도에 와 보니 책 속에서 만났던 판타지 같은 인도는 없었다. 미화되고 잘 포장된 소설 같은, 에세이들에 등장하는 돈에 관심 없고 세상에 해탈한 인도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사기와 구걸, 위험이 난무했고 더러움 속에서 나를 지켜야 했다. 친절은 언제 사기로 바뀔지 몰랐고 사심 없는 배려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런 혼돈의 인도는 내가 그렸던, 상상했던 인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시궁창 같은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남달랐다. 그들이 보여준 세계는 그동안 알았던 세상과는 너무나 달랐고 따뜻했다.



나의 몽상과는 달리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는 인도의 실상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분명 인도는 내게 충분히 특별한 곳이었다. 막연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몽상의 실체를 볼 수 있었기에 알을 깨고 나의 세계를 나올 수 있었다.




인도는 진짜 깨달음의 나라인가?

긴 이동시간, 언어의 한계, 낯선 문화, 비위생적인 도시, 매연과 경적, 호객행위와 구걸에 시달려야 하는 인도, 인도여행자라면 모두 겪게 되는 이런 열악한 환경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불편함, 부족함, 불확실성, 고통과 같은 조건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게 만들었다.



깨달음이란 단순한 정보의 습득이나 순간적인 영감이 아닌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며,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깊은 변화다.



그러한 깨달음은 대개 순탄한 길을 걸을 때보다는, 오히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바닥을 마주할 때 찾아오는 것 같았다.




무엇을 깨달았는가?

나의 부족함과 직면했다. 스스로를 굉장히 자유롭고 대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인도에서 마주한 나는 편견으로 가득 찼고 겁쟁이 었고 소심했다. 떠나는 용기는 있었지만 선택마다 주저했고 무모한 실행력은 노력 없이 행운을 빌었다. 여행할수록 언어의 장벽을 느꼈고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나의 꿈과 열정, 미래를 내동댕이 치고 싶어 길을 나섰는데 인도는 오히려 내게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건네주었다. 끝난 줄 알았던 길은 어느새 다시 시작되었다. 하고 싶은 것이 생겼고 다음 여행지를 떠올렸다.




인도여행 이후?

인도를 다녀온 후 영어공부와 여행,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게 되었다. 6개월 이상의 일한 경력이 필요했고 물론 비행기 값도 여행경비도 필요해서 취직을 했다. 당장 호주로 떠나고 싶은 생각과는 달리 떠나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빨강머리 앤



인도 여행에서 드라마틱한 인생의 반전을 기대했지만 큰 삶의 변화는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상에 젖어들었고 곧 수많은 다짐들을 잊었다. 그러다 어느 날 불현듯, 잊혀진 여행의 기억과 설렘이 예고 없이 찾아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음 이야기는 호주에서 보낸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 입니다. 인도와는 전혀 다른 여행을 하게되는 호주에서의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그동안 '나를 인도하소서'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럼,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