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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원 홈페이지에 네 사진을 계속 올려도 될까?

입양사실 공개에 대한 봄이의 의견이 중요해졌다

by 크레이지고구마
우리는 매년 8월 29일이면, 우리가 가족이 되었던 날인 우리가족탄생일을 축하했다.


2015년 8월 30일 토

무한도전을 시청하면서

오늘 제일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미국으로 입양된 선영씨 사연이었는데

입양삼자 중 입양인인 그녀가 하는 말에,

울음이 터져버렸다.


‘병원에서 가족력에 대해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해외입양되어 자신의 가족력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는 저 말에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 혀 알 수 없는

그녀의 막막함과 허기짐이 느껴졌다.


가족력에 대해서라면

나 또한 비슷한 몇 번의 경험이 있다.


산부인과에서 마지막 출산일을 물을 때,

총 출생아 수가 몇 명인지를 물을 때,

임신당시 상황을 물을 때,

봄이가 입원했는데 가족력을 물을 때,

나는 순간 멈칫하고는 고민한다.


거짓말로 대답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입양을 해서 알 수가 없다고 사실대로 얘기할 것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나의 대답은 일관되지 못했고,

그때마다 달랐다ㅠㅠ


사실대로 말하자니,

어쩔 수 없이 봄이의 입양사실을 밝혀야 하고,

입양사실을 밝혔을 때 느껴지는

그 시선과 반응이 조금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그렇다고 가족력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자니,

혹시라도 모를 검사결과나 다른 연관성이 두렵다.


난 여전히 이 질문들에 대해서는

답을 찾지 못했으나,

대체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편이었다ㅠㅠ


그녀의 가족력 얘기에 너무 공감해서였을까...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이 말에 전혀 울지 않았겠지만

나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생부모와 입양부모가

그녀의 집에서 만나게 된다.

그녀의 양아버지가 생부모에게 건넨 첫 말은...


내 보물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는지

감동받았다고들 었다.


역시 입양원 홈페이지에 봄이 사진을 올리며

봄이 생모에게 늘 인사로 남기는 말이다.


아마도 입양부모라면 뼛속깊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봄이를 포기하지 않고,

건강하게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는,

먼 미래에 봄이의 생모를 만나게 된다

나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 말을 직접 전달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해외 입양된 아이들의 한국어 모임에서,

봄이와 나이가 같은 7살 여자아이가

생모와 위탁모가 보고 싶다고 하는데...

밥을 먹던 봄이가 멈칫하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전까지는 무한도전에 별로 관심 없던 봄이었는데

봄이도 늘 생각하던 말을,

나이도 같은 입양인 친구가 하니

짐짓 놀란 듯하다.


가만히 있는 봄이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봄아~. 봄이랑 나이가 같은 7살 친구는

미국으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인데,

그 친구도 낳아주신 분과

입양 전에 잠시 키워주신 분이

많이 보고 싶은가 봐.

우리 봄이도 낳아주신 분을 보고 싶어 하는데,

똑같네^^”


“응.”


봄이는 아주 짧게 대답을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기만 했다.

더 이상의 어떤 말도, 어떤 액션도 없었다.


“저 친구도, 봄이도 낳아주신 분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슬퍼하지는 말고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 그렇지?”


“어. 근데 얘기하니까 다시 생각나서 조금 보고 싶어.”


“보고 싶은 건 당연하고,

궁금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너도 낳아주신 분이 보고 싶겠지만,

너를 낳아주신 분도 네가 엄청 보고 싶을 수도 있어.

엄마가 입양원에 봄이 사진을 한 번씩 올리거든.

그런데 유독 네 사진 중 조회 수가 높은 게 있어.

낳아주신 분이 그 사진을 계속 보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 수녀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더라.

그리고, 안 그래도 봄이에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입양원 홈페이지에 네 사진 올리는 거 괜찮겠어?

이젠 봄이가 조금 더 자랐으니

사진 올리는 거 불편하고 싫다고 하면 안 올릴게.

지금까지는 엄마가 선택했지만

이젠 봄이가 원하는 대로 할게.

(봄이는 사진을 계속 올려도 괜찮다고 말했다.)

싫으면 언제든지 싫다고 이야기해 줘.

엄마는 네 뜻대로 할 거야.”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난 조금 슬픈 봄이의 눈을 봤다.

그리고 바로 슬픈 눈이 편안해지는 것도 봤다.


무엇이 봄이를 슬프게 했고,

또 무엇이 봄이를 편안하게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봄이가 슬프니, 나도 슬프고 마음 아팠다가

봄이가 금방 편안해지니, 나도 금방 편안해졌다.


봄이에게 언젠가는 입양원 홈페이지에

사진 올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봄이의 의견을 물어봐야지~ 했는데,

무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TV를 보다 보면 입양이라는 소재가

종종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드라마에서 특히 자극적인 소재로 많이 나오다 보니

TV에서 입양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것은 봄이도 마찬가지인데

한 아침드라마에서

어떤 부부가 여자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던 중에

그 아이가 큰 병에 걸려서 아프게 되었다.


아이의 엄마는 지극정성으로

입양아인 딸을 보살피고 간호하였지만

아빠는 아픈 딸이 썩 탐탁지 않았고,

그 집은 부자였는데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아플 때마다 부부는 싸웠고

그 아이아빠는 엄마에게,

아픈 아이를 파양 하자고 화를 냈다.


그 장면을 본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봄이는 분노하며 말했다.


"아이를 입양했으면 잘 키워야지,

아프다고 버리라고 하는 게 아빠야?"


씩씩대며 말하는 봄이에게,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는 말로 안심시키고

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했던 날도 있었다.


입양은 드라마에서 꽤나 자극적인 소재로 사용되는데

우리는 늘 긴장하고 때론 상처받는다.


내 딸 봄이와 모든 입양인들이

TV에서 보이는

입양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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