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입양이라는 방법으로 가족이 된 거야
2015년 9월 2일 수
나의 퇴근길은 늘 봄이와 함께다.
늘 그렇듯이 함께 집으로 걸아가는데,
봄이가 질문을 했다.
“엄마~.
엄마가 이 세상에서
1번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야?”
“그야 당연히 봄이 너지.”
봄이는 아기 때부터
질릴 정도로
자기를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었다.
그것을 5살까지 숨이 막히도록 하다가
6살 봄이 되어서야 모두 충족되었다는 듯이,
우리의 사랑을 이제는 알겠다는 듯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었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씩 사랑을 확인하고
물어보곤 하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그럼 2번은?”
“지윤이 오빠”
“3번은?”
“아빠”
“와~! 아빠 저번에 5번이었는데, 3번된거야?”
“그래. 그냥 3번 해주기로 했어^^”
그럼 4번은? 5번은? 6번은?
하며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 번호 매기기가 시작되었다.
올케와 조카들까지 번호를 매기고서야
봄이는 질문을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다시 질문이 시작되었다.
“엄마! 그런데 왜 난 오빠가 있는 거지?
난 다른 사람이 낳았는데 말이야.”
“그건 엄마가 오빠를 먼저 낳고,
봄이를 입양했기 때문이지.”
“그럼 오빠 낳기 전에 날 입양했으면
내가 누나가 되는 건데,
나를 먼저 입양하지 그랬어...!”
“그게, 엄마는 결혼하면서
아기를 두 명 낳고 한 명을 입양하기로 결심했거든.
그래서 오빠를 먼저 낳은 거야.”
“그러면 난 오빠가 두 명이어야 되는데,
왜 한 명이야?”
“엄마가 지윤이 오빠를 낳은 후,
더 이상 아기를 낳으면 안 된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
이제 엄마 뱃속은
아기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랄 수 없대.
아기가 생겼다가 죽을 가능성도 높고,
잘 견뎌주더라도 건강한 아기를 낳지 못할 수도 있대.
그래서 아기가 잘 생기지도 않지만,
아기를 낳지도 말라고 했어.
그래서 더 이상 아기를 낳을 수가 없었지.
지윤이 오빠도 많이 아프잖아.”
“난 많이 아파도 되는데...
그래도 괜찮으니까 다른 사람이 낳지 않고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고 싶어.”
이 말을 하는 봄이의 표정은
아주 조금 슬퍼 보이기도 했으나,
목소리는 씩씩하고 힘이 있었다.
슬프다기보단 안타까워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 봄이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래도 엄마는 봄이가 건강하고 예쁘게 태어나서
내 딸이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행복해.”
“그런데 왜 나는 다른 사람이 낳고 엄마 딸이 되었지?”
“엄마가 봄이를 입양했으니까, 엄마 딸이 된 거지.
봄이 친구들도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결혼해서 직접 출산해서 가족이 되지만,
입양 또는 다른 방법으로 가족이 되는 사람들도 많아.
우린 입양이라는 방법으로 가족이 된 거야.
그건 네가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생긴 것처럼,
가족이 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지
이상한 게 아니야.”
“그래도 난 오빠보다 먼저 입양되어서
누나면 좋겠어.”
“아마 봄이가 오빠보다 먼저 태어났다면
우리 가족이 안되었을지도 몰라.
왜냐하면, 엄마는 아기를 낳고 나서
입양을 하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봄이가 오빠보다 먼저 태어났다면,
엄마가 결혼 전이거나 임신 중이었거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입양할 자격이 안되었을 거야.”
“엄마는 이 세상에서 1번으로 좋은 사람이 왜 나야?”
“그건 너무 당연하지.
너는 정말 사랑스러운 내 딸이니까.”
“오빠는 엄마가 낳았고, 오빠도 엄마아들인데
왜 내가 1번이고, 오빠가 2번이야?”
“봄이도 1번이고, 오빠도 1번만큼 좋아.
이건 오빠한테는 절대 비밀인데,
사실 엄마는 봄이가 오빠보다 조금 더 좋아!”
오빠보다 봄이가 더 좋다는 말에
봄이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봄이를 웃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쉽다.
봄이는 질문들을 마구 쏟아냈다.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
확인하고 싶어서 하는 질문들이라
대답이 일관되어야 하고 빨라야 한다.
그래서 늘 긴장된다.
봄이는 질문을 하면
즉시 대답을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때론 나는 대답하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지만
봄이를 위해, 나를 위해 해내야만 했다!
요즘 들어 "왜?"라는 질문이
왜 많아지는지 모르겠다는 봄이는,
"엄마에게 아무 때나 질문해도 괜찮아?"
라며, 내게 정중히? 물어보기도 했다.
이젠 입양 이슈가 조금 편안해지고
수용이 되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 때쯤이나
내가 별생각 없이 지낼 때쯤엔
한 번씩 이야기를 꺼내, 내 의식을 환기시킨다.
이제는 입양 이슈가 편해졌겠지...
이제는 조금 괜찮겠지...
잔잔해졌겠지...
하던 내 생각에 작은 돌을 던져,
아니라고,
많이 괜찮은 듯 보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봄이는 그렇게 표현을 해주고 있었다.
시시 때때 슬프거나 심각하거나 힘들진 않지만,
어쩌다 한 번씩 문득 생각이 나면...
그래도 아직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힘들고,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생각이 엉킨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
우리 대화의 마무리는 언제나 "사랑해~"
로 끝이 났는데,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봄이에게
"네 생각을, 네 감정을 이야기하고 나누어주어 고마워! “
로 바뀌었다.
그 말은 진심이다.
작든 크든
심각하든 심각하지 않든
입양이든 아니든...
감정과 생각을 내게 표현해 주어 진심으로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 말로 하는데,
언제까지 봄이는 내게 지금처럼
마음을 활짝 열어줄 수 있을까...
봄이가 마음을 모두 열지 않아도,
알아채고 반응해 줄 수 있는
현명한 엄마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