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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낳았으니까 오빠를 더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랑의 모양은 달라도 크기는 똑같아.

by 크레이지고구마
오빠에게 사랑해 해주자~ 했더니, 하트를 만들었던 손 한 개를 오빠 머리에 갖다대어주었던, 봄이는 정말 사랑 그 자체였던 아가였다. 내가 이 아이의 엄마였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2015년 10월 8일 목


“엄마는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했지?”


“그래”


“그런데, 엄마가 오빠를 낳았고,

나는 다른 사람이 낳았는데,

왜 엄마는 오빠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거지?

엄마가 오빠를 직접 낳았으니까

오빠를 더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훅 들어왔다.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이상하잖아. 나는 다른 사람이 낳았는데,

엄마는 오빠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니까 이상하지...”


“그게 뭐가 이상해?

오빠는 오빠대로 많이 사랑하고,

봄이는 봄이대로 많이 사랑해.

그게 이상해?”


“어. 난 이상하고 이해가 안 돼!”


“왜 엄마가 오빠를 직접 낳았으니까

오빠를 더 사랑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네.

엄마는 정말 너희 둘 다 너무너무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배로 직접 출산한 아이도 있고,

또 가슴으로 낳았다고 표현하는

입양으로 출산한? 아이도 있잖아.

둘 다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둘 다 너무너무 사랑해.

둘 중에 누가 더 많이 좋고,

누구를 더 많이 사랑하고 그런 건 없어.

그런데 혹시 다른 사람한테 무슨 얘기를 들었어?

누가 뭐라 하든 그런 얘길 하는 사람은

입양부모가 아닐 가능성이 높은데,

입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엄마 마음을 모를걸?!

왜 직접 낳은 사람을 더 사랑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경험으로 그건 절대절대 아니야!!

그래도 이해가 너무 안 되면,

네가 커서 결혼한 후에 엄마처럼

아기를 직접 출산하고 또 입양도 해봐.

그럼 엄마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거야.”


봄이는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왜 내가 지윤이를 더 사랑할 거라고 생각하고

더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무슨 얘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진 것일까...

나에겐 이 질문이 굉장히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워서

대답도 장황하고 길었다.


내가 봄이를 1번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걸까?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무엇이 봄이를 불안하고 의심하게 만들었을까


생각이 많아진 봄이만큼

내 생각도 아주 많아져버렸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느끼지만

아이들이 자랄수록 생각과 마음을 읽기가 힘들어진다.


봄이는 입양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곧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봄이만의 방법으로

상실을 잘 애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봄이의 몇 마디 말에

갑자기 모든 것이 흐릿하고 뿌연 회색빛으로 변했다.


봄이는 상실을 잘 애도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너무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갑자기

생각도 많아지고

자신 없어지고

내가 한없이 작아진다.


봄이의 질문에 대한

나의 의연한 대처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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