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이 되자마자 입양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4일 월
역시나 봄이는 갑작스럽다.
“엄마! 내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야!!”
봄이는 샤워 중이었고
아무런 시그널도 없이
정말 뜬금없이 말했다.
“그래. 내가 널 직접 낳지 않았다는 게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봄이 너에게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맞아. 나에게는 그건 중요한 문제야!
근데 엄마, 입양이 뭐야?”
8살이 되면 입양이 무엇인지
다들 물어본다고 했었는데
봄이도 8살이 되고 4일 만에 물어보았다.
“입양은 가족이 되는 방법 중 한 개인데,
직접 출산으로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낳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이 낳은 아기가,
다른 가정으로 들어가 그 집의 가족이 되는 거야.
봄이를 엄마가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봄이를 낳으신 분이 너를 키우지 못하게 되었고,
엄마는 여자아기를 가족으로 맞이하길 원하던 중에
너를 만나 우리는 가족이 된 거야.
이게 입양이야.”
입양에 대해 설명해주니
이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봄이에게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내(엄마) 뱃속이다.
어떤 날은...
"엄마가 나를 낳지 않았지만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 라든가,
"내가 엄마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았는데도,
엄마는 직접 낳은 오빠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니 너무 고맙고 사랑해~"
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게 아닌데도
나를 덜 혼내니까 좋아"
라고 말하기도 한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음' 이라는 사실이
봄이를 괴롭히고 있음이 틀림없다.
내가 어떤 말을 봄이에게 건네야 도움이 될까...?
여기에 대한 Q&A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입양을 하면서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입양과정이나 절차 같은 것들이 아니라
입양아가 자신의 입양사실을 수용할 때
나타내는 반응이나 감정에 대한 표현,
질문과 그에 대한 부모들의 대답이었다.
그것이 궁금해서,
입양에 관련된 책을 모두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고
입양가족 카페에 가입해서 글을 읽거나
입양가족 모임에 참석하거나 함께 캠핑을 가기도 했다.
입양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좋았다.
입양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행복하지만 힘듦과 불편함이 있는데
그것을 함께 나누며 울고 웃고 위로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꽤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내 의문에 대한 답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 누구에게서도 내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 답을 다른 가족에게서 듣고
찾으려고 했었던 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
그땐 몰랐었지만,
나는 그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아나가고 있었다.
그 당시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나고 나니 그때 그 시간들을 함께하며
답을 찾아나가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입양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한 봄이는
앞으로 어떤 질문과 감정적인 표현들을 하게 될까...
그 어떤 답도 준비되지 않은 나는
그 컴컴한 동굴 속에서 어떻게 빛을 찾아나갈까
두렵고도 기대되는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