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거야.
2016년 4월 11일 월
걸어서 봄이의 등교와 출근을 함께 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우리는 손을 잡고 또는
봄이는 킥보드를 타고 나는 걸어서,
등교와 출근을 하고 있다.
10~15분을 아침마다 걷게 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덜 힘들고 상쾌해서
아직은 할 만하다.
요 며칠 아침 등굣길에
손을 잡고 걸으며
봄이가 두세 번 반복적으로 얘기했다.
"엄마~! 나를 낳아주신 분이 너무 보고 싶어~!"
자신의 생각을 편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게
다행이고 고마우면서도
봄이가 하는 얘기를 듣기만 할 수밖에 없어서
때론 마음이 아프다ㅠㅠ
"엄마는 엄마를 낳은 사람의 얼굴을 알지만,
나는 나를 낳아주신 분의 얼굴을 모르잖아.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보고 싶어.
나를 낳아주신 분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
봄이의 작고 단순한 이 궁금함은
앞으로 12년 동안은 절대 해결할 수가 없다.
12년 후에도 생모가 원하지 않거나
다른 사정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봄이에게는 늘 한결같은 말로 설명을 한다.
“봄아~.
지금은 네가 낳아주신 분을 보고 싶어도
그분의 사정으로 못 볼 수도 있고,
연락이 안 되어서 못 볼 수도 있어.
또 엄마아빠는 네가 성인이 되기 전에
낳아주신 분을 만나는 건 원치 않아.
네가 20살이 되면 만날 수 있도록
엄마가 최선을 다할게.
궁금하고 보고 싶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
미안해.”
이렇게 구차한 변명 같은 얘기들을 하고 나면
봄이는 늘 마음이 큰 아이처럼 말한다.
그 말이 내겐, 꼭 나를 안심시키려는 말 같이 들린다.
"엄마! 난 괜찮아.
엄마가 싫어서 나를 낳아주신 분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거야.
키는 크고 날씬한지, 예쁜지 안 예쁜지.
나는 나를 낳아주신 분이 예뻤으면 좋겠거든."
봄이는 생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내 표정이나 기분을 은근히
그리고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느껴진다.
혹시 내가 서운해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것 같다.
나는 정말 괜찮은데
아무렇지도 않은데
봄이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봄이의 생모를 찾아서
사진 한 장을 컴퓨터 하드에 저장해 두었다.
봄이의 생모라고 누군가 확인시켜 준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봄이의 생모라는 것을 나는 알아보았다.
봄이가 낳아주신 분이 보고 싶다고 할 때마다
예전에 싸이월드에서 우연히 찾아놓았던
봄이의 생모 사진을
컴퓨터 하드가 아닌
다른 곳에 저장해 둘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봄이의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진이 있다한들 과연 봄이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봄이 아빠가 생모 사진을 봄이에게 보여주는 것을
과연 허락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찾아놓았던 봄이의 생모사진이
컴퓨터를 포맷하며 사라져 버려
오늘따라 유난히 아쉽다가도...
어차피 보여주지도 못할 텐데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다 싶기도 한
생각이 뒤죽박죽 정리가 안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