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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의 솔직함이 담긴 어버이날 편지

그 편지엔 봄이의 슬픔과 불안이 여실히 드러나있었다.

by 크레이지고구마
어버이날을 앞두고 학교에서 쓴 편지. 초1 봄이의 아주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2016년 5월 3일 화

"학교에서 어버이날 편지를 썼는데,

엄마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


봄이가 편지를 내밀었다.

편지라기보단 메모지에 가까운 작은 종이였다.


맞춤법이 죄다 엉망진창에다 글씨마저도 삐뚤빼뚤한

봄이의 편지를 보자마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내게 제일 하고 싶은 말을 제일 먼저 썼을 봄이...


내 딸이 내게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은...

사랑한다는 말 다음으로

내 뱃속에서 태어나지 못해 슬프다는 말이었다ㅠㅠ


지금까지 여러 번 했었고

지금도 한 번씩 하는 말이지만

말로 아닌 글로 쓰는 건 처음인데

내겐 말보다 훨씬 임팩트가 크다.


내 소중한 딸은

내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음이

도대체 얼마나 슬픈 것일까...

내가 감히 짐작할 수 없어 마음이 더 아프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네가 내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난 세상 누구보다도 널 사랑한다!'

는 말과 사랑 가득 담은 진한 포옹뿐이다.


내가 직접 낳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밤이다.




봄이의 어버이날 편지를 보면

그 당시 봄이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아주 잘 나타나있다.


봄이가 당시 슬프고 불안했음이 여실히 드러나있는데

봄이 초1 때 5월은, 우리 가족 최대의 위기였었다.


봄이는 가족을 잃을까 봐 꽤 불안했을 테고

가족을 잃지 않기 위해 간절하게 편지를 썼다.

자신의 슬픔도 함께 담아서.


다행히 우리 가족은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위기를 극복해 냈고

조금 더 가까워졌다.


봄이의 솔직한 마음 편지는

내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솔직함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봄이를 통해 나는 또 배운다.


그런데, 다시금 이 편지를 보니

그때 우리는 모자라고 부족한 부모였어서

많이 부끄럽다.


그리고 봄이는 내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여전히 힘들고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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