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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슬프지 않아. 그런데 생모는 보고 싶어.

용기를 내어, 입양에 대해 엄마인 내가 질문을 했다.

by 크레이지고구마
교회 여름성경학교에 가는 봄이! 우리는 성당을 다니는데, 봄이는 교회의 여름성경학교를 아주 좋아해서 2년 연속 참가하고 있다ㅎㅎ



2015년 7월 18일 토


"봄아~ 요즘은 네가 입양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슬프지 않아?

너를 낳아주신 분이 보고 싶진 않니?"


봄이에게 내가 물었다.


올해 3월까지는

봄이가 입양 이슈로 인해 불안해하거나

입양에 대한 이야기나 상실에 대한 반응을 보이거나

질문을 할 때,

내가 대답해 주거나 감정을 만져주는 정도였다.


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빠른 것 같아서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두루두루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궁금증을 해소시켜줘야 하는 단계라고 한다.


기민함을 타고 난 아이

그리고 예민한 엄마를 만나

그 기민함에 반응해 줄 수 있는 환경,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행이고 이상적이라 하셨다.

어쩌면 우리에겐 참 다행인 부분이다.


이제는 봄이가 먼저 입양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크면 클수록 입양에 대한 감정표현

본의 아니게 줄어들 거라며

이제는 엄마인 내가 먼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하고,

질문을 시작해 줘야한다셔서

오늘 두 번째로 내가 먼저 자연스럽게 물었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아무리 엄마가 입양에 대해 편안히 여긴다 해도

사회적으로는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는 느끼고 알 수밖에 없다셨다)


봄이의 대답은

이랬다.

“음...

난 지금은 별로 슬프지 않아.

그런데...

음...

좀...

어...

사실은...

나를 낳아주신 분은 보고 싶어.”


이 짧은 두 문장을 이야기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 말을 하는 봄이의 표정이 참 애매했다.

7살 아이에게 보기 힘든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생모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기가

눈치가 보였을까? 조심스러웠을까?


나를 배려함이 느껴졌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해 마음을 쓰는 봄이가 괜히 안쓰웠다.

그리고 내 마음 아팠다.


“봄이는 왜 낳아주신 분이 보고 싶은 거야?”


“어, 그냥 궁금해서 보고 싶어.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몸은 어떤지(이건 100% 몸매를 말하는 거다),

신발은 뭔지 궁금해!”


“그렇구나~!

우리 봄이는 낳아주신 분의 얼굴이랑 키랑 몸매가 궁금하구나ㅎㅎ

엄마도 사실 좀 궁금하고 보고 싶어^^”


“그런데 볼 수는 있는 거야?

못 만나지?

왜?”

봄이는 또 한꺼번에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지금은 만날 수가 없어.

어디에 사는지, 무얼 하는지,

지금 우리를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 아무것도 몰라.

그리고 지금 만날 수 있다고 해도 엄마아빠는

지금 네가 낳아주신 분을 만나는 것은 반대야.

봄이가 20살이 되어 그때도 보고 싶다면,

그땐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찾아볼게.

우리 궁금하지만 그때까지만 참아보자~”

“내가 20살이면 많이 기다려야 해?

궁금한데 어쩔 수 없네.

근데 그때 되면 꼭 볼 수 있게

성가정 입양원 수녀님한테 꼭 얘기 잘해줘, 엄마~. ”


“그런데, 엄마.

왜 나를 낳으신 분은 나를 낳고 키우고 싶어 했지?

그걸 모르겠고, 물어보고 싶어.”


봄이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고도 어려웠다.

이상하게 그랬다.


“봄아~.

모든 엄마들은

아기를 낳고 나면 키우고 싶어 해.

아기들은 정말 사랑스럽거든.

너를 낳아주신 분도 그랬을 거야.

너를 키우고 싶어서 6일 동안이나 데리고 있으면서

사진도 수십 장 수백 장을 찍으셨다더라.

그래도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어서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거라 생각해.

넌 누가 봐도 사랑스러워서

키우고 싶었을걸^^”

“내가 아기 때 그렇게 예뻤어?”


“음... 예뻤다기보단 귀엽고 사랑스러웠지ㅎㅎ”


예뻤다고 해도 되는데

난 역시 외모에 대해서라면

빈말을 못하는 이상한 엄마다^^;


“근데 엄마, 아기들은... 어쩌고 저쩌고......”


봄이는 얘기하던 주제와 다른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정말 의미가 없는 말들이었지만

조용히 들으며 웃어주었다.


이렇게 내가 시작한 입양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는

웃으면서 이야기에 꼬리를 물고 물어

다른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되었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를 봄이의 생각과 감정들.


성장하면서 직접적인 표현이 줄어들고 있어

더 파악하기 힘들고,

반응하기 어려워져 버릴 시간들...


이제 내가 한 번씩 꺼내어

편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순발력 있게 반응해줘야 하는 상황들이

꽤 힘들고 버겁다고 느끼면서도

할수록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들어 기쁘기도 하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아이러니한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거칠지는 않지만 잔잔하지도 않은 그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버리고 말았지만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아야 할 텐데

과연 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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