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시절에도, 요상한 풍습이 많았어. 내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한 건, 총기에 대한 것이었지.
모든 군인은 자신의 개인 화기를 지급받아야 해. 이건 현대전에서 최소한의 전투력을 갖추기 위함이야. 하지만 훈련 때, 총기 분출에 걸리는 시간은 10분 정도였지. 물론 어떤 상황이 닥치든, 5분 안에 현장 투입이 가능한 대기조가 있지만, 이건 좀 심각한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 시절에 대한민국 군인이 총을 갖추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군대가 총기를 관리하는 시스템 때문이야. 평소에 무거운 총을 들고 다닐 수는 없는지라, 특정한 장소에 소대원의 총기를 보관할 순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것에 자물쇠를 달고, 열쇠를 중대 행정반에 두는 건, 앞뒤가 이상한 거 아닌가?
당연히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는 반박이 있을 거야. 있지, ‘군인’은 최전선에서 누군가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존재야. 그들의 안전을 바라고 있다면, 그들이 무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무지막지하게 늘리지 말란 말이야.
이건 온 국가와 국민이 군대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중요한 철학에 관한 문제야. 나도 군대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 게다가 그 정도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지. 여기엔 뿌리 깊은 군의 비리와 제도의 문제, 안보인식의 모순, 시대의 변화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사회의 여러 문제가 그러하듯, 이 사안도 결코 쉽게 얽힌 타래를 풀어낼 수는 없겠지. 이 글에선, 내가 증언할 수 있는 진실에만 집중해 볼 거야. 난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어떤 점에서 잘못 인식하고 있는지, 많이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런 의미에서 총기에 대한 문제를 좀 더 살펴보자. 총을 자물쇠 달린 사물함에 넣고, 그 열쇠를 부대가 관리하는 것 말고도, 여러 심각한 일처리가 존재하고 있거든. 일상 경계 임무에서 실탄을 꺼내려면, 사수인 인원이 잘 보이지도 않는 열쇠구멍을 찾아 함을 열어야 하는데, 기껏 연 함은 시끄럽게 경고음을 울려대며, 지휘통제실에 그 사실을 알리지. 심지어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경계 임무는, 경계자가 실탄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아예 제공하지 않는 식이야.
사격훈련에선 사격자의 총구가 정면만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일종의 고리를 채워야 하지. 게다가 총에 맞지도 않는 탄피받이라는 걸 끼워서, 격발수와 회수된 탄피의 수를 맞추는 작업을 진행해야 해. 심지어 비사격훈련에서 병사에게 나눠주는 공포탄 때문에, 총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탄피받이를 상시 착용해야 하지.
위에서 언급한 모든 예시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 우선, 모두 관련한 인명사고가 발생한 후에 시행된 조치들이라는 점이야. 어찌 보면, 직관적인 해법들이지. 문제가 생기는 것에 물리적인 제안을 걸어두는 식이야.
두 번째는 실제 전투상황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조치라는 점이야. 상황이 급박한데, 언제 자물쇠를 풀고 탄피받이를 결합하지? 겨우 사격에 들어가도, 병사는 호(주둔 상태에서 사격을 위해 구축하는 엄폐시설) 밖에서 사격을 해본 적이 없어. 총구를 전방에만 두려면(안전 고리를 장착해야 하기에), 앉거나 서서 사격하는 걸 훈련할 수 없거든.
세 번째는 이 조치들이 일종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점이야. 이런 물리적인 해법은 조직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확실한 증명을 만들고, 우회적으로 비슷한 사건이 터졌을 때,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지. 우리는 필요한 조치를 취했는데, 해당인원이 주의하지 못한 것이다 식으로 말이야.
군부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개인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는 걸 명심해야 해. 대한민국처럼 휴전 상태에, 징병제로 국방의 의무를 해소하고 있는 나라라면 더더욱 그렇지(물론 모병제라고 이런 문제에 자유롭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군대에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몇 명의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제도의 깊은 곳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생각해야 해. 내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문제에 대한 해법이 조직의 본분을 해칠 정도로 얼토당토않은 것임을 파악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개인에 대한 불신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더러운 태도에서 발생하는 수작이라는 것도 이해해야 하지.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의 국방을 좀먹는 방식을 계속 고집해 왔다는 거야. 막대한 국방 예산을 좀먹는 무리들은 공동생활에 어떤 철학이 필요한지 전혀 관심이 없었지. 그렇게 시작된 부조리는 병사들에게 더 많은 부자유와 스트레스를 강요했어. 그런 환경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건, 필연이야. 해마다 입에도 담을 수 없는 비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시행된 조치란, 우리의 소중한 청년들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싸울 수 없는 군대를 유지하는 거였어. 모두가 열쇠와 안전 고리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우린 가장 위험한 상황에 군인들을 집어넣고 있던 거야.
(101번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