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죄 - 소설

시와 죄


진통제처럼 시를 찾는

난 아직 있구나.


눈치 없지.



‘얻지 못해 초탈하려는, 나는 참 치졸한 사람이야.’


이건 한 마디로 죄야. 뭔가 교묘히 피해 가는 방법에 의존하는 거지.

우린 항상 그런 식이었어. 별다른 노력 없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거지. 한 때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잖아? 너무 멋있다는 이유로 말이야.

물론 반쯤은 농담이었지만, 내 모든 시도들이 실패한다면, 그쪽으로 도망칠 수도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을 꾸고 있었던 거야. 다시없을 심심한 농담에 심각하게 고민하는 꼴이었지. 아마 우리가 바라는 우리를 얻을 수 없을 거 같으니까. 아무런 지식이 없는 곳에서 이상한 낭만을 꿈꿨던 거야.

“엄…, 그래서?”


(중략)


그런 우리가 정신 차린 건, 아버지의 조언 덕분이야.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지.

“뭘 하든 네 맘이지만, 그 정도 각오로 그 분야에 평생을 바친 사람과 같은 무대에 서려는 거니?”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뭐 어때서? 프리 컨트리! 다 내 맘인데 뭐, 했는데. 사실은 아차 싶었지. 아, 이러는 건 꿈꾸는 게 아니라, 비겁한 거구나.

“다행이네. 그게 시랑 무슨 상관이 있었니?”

우리가 시를, 나아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


알아. 정말 말이 안 되는 거 같지. 우린 평생, 우리만의 글을 쓰고 싶어 했으니까. 그게 정신적으로도 알맞은 일이라고 확신해 왔으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건 말이 안 돼…….”

“어… 저기, 하늘아?”

네가 그러는 거, 충분히 이해해. 널 재워야 했던 이유가 그런 거였으니까……. 하지만 널 재우고도 우린,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여전히 우리에게 문학은, 하나의 스탠드업 코미디일 뿐이야.

“하…….”

“…….”


문학은 우리에게 진통제 같은 거였어. 환각제라고 해도 좋아. 우리의 열등감을 지워주고. 나도 위대하다는 착각을 만들어주니까.

“…….”

누구에게도 말하진 않지만, 평생 그렇게 스스로 속여 왔던 거야. 이런 나도, 멋진 꿈이 있다고 말이야.

“… 하늘아, 이쯤 하는 게…”


아니. 아직 한참 멀었는데?! 이왕 하는 거, 전부 말해주는 게 나아. 며칠이 걸려도 말이야. 오늘은 그래, 처음 문학을 꿈꿨던 때까지만 하면 되겠네.

“…….”

둘 다 불쌍한 표정 지어도, 난 할 거야. 난 그런 부류니까.

“…….”

하…….


그건 한참 겉도는 자신이, 마음에 안 들던 때였어. 우린 불안했지. 마음이 불안할 때, 그걸 잊게 해 줄 무언가를 찾을 수 없었으니까.

“… 그 얘긴 노래가 좀 해줬어. 혼자 노는 아이에 대한……. 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찾고 있었다고…….”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 맞아, 우린 모든 것에 지쳐있는 상태였어. 사실, 놀잇감보단 마음 붙일 곳을 찾는다고 해야겠지.(사실 두 가진, 별 다를 게 없지만) 뛰노는 건 좋지만, 내 분야는 아니었어. 남과 함께하는 건, 성미에 안 찼지. 혼자서 금방 딴생각에 몰두하고, 친구를 잃는 식이었어. 한 마디로, 민폐에 짜증나는 놈이야.


우린 그런 프레임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는 됐어. 그냥 혼자 놀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혼자 공상하는 데엔, 한계가 있는 법이지. 인간은 그렇게 창의적인 동물이 아니야. 게다가 우린, 우리가 평범하기 그지없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지. 여기서 우리의 가장 큰 모순이 만들어졌어.


우린 철저하게 열등감의 동물이었던 거야.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맘에 안 드는 것들을 배척하곤, 스스로 특별하다고 최면을 거는 행동이지. 우린 너무 빨리 인간을 혐오해 버렸어. 자신만은 그렇게 더럽고 어리석지 않을 거라고, 처절하게 믿고 싶었던 거야. 정말 답답한 일이지…….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 이 꼬마는 자기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혐오하기로 했다는 거야. 여전히 동경하면서, 패배감을 피하려고, 그것들이 애초에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버렸지. 그렇게 아이처럼 노는 것도, 아이처럼 배우는 것도, 아이처럼 노래하는 것도, 전부 잊기로 한 거야. 아주 천천히 자신도 모르게, 널 재우기로 한 거지…….

“…….”


그 모든 난관이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된 이유가 뭔지 알아? 정말 아니꼽게도, 우리가 문학을 내걸었기 때문이야.

“!!!!”

정말 코미디는 이제부터지. 우린 시인이 되고 싶었던 거야! 정말 웃기지 않아? 단순히 가장 쉽고 멋지다고 생각해서, 시인이 되고 싶었던 거야!


(중략)


“진정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는 뭐야? 긴의 말처럼, 그렇게 껄끄럽고 비겁한 계기였던 거니?”

네가 이런 대답에 만족할까?

“긴의 말도, 일리 있는 말이야. 애초에 무언가에 대한 이유가 정해져 있는 게, 이상한 법이지. 이유는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니까.”

“즉, 영 헛소리는 아니라는 거네?”

긴장되는걸.

“그럼. 긴이 얘기한 것처럼 우린, 문학에 좀 큰 죄를 짓는 중이야. 우린 그걸, 이용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지.”

“그게 정확하게 뭐야?”


이렇게 생각하면 돼. 우리가 문학을 잘해? 아니지. 우린 좋은 문학을 위해서 문학을 하는 게 아니야. 문학을 이용하면, 하고 싶은 말을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던 거야.

“!!!! 그래, 그런 거였지…….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되는 거야? 문학을 위해서 문학을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순수하게 선택한 무언가를 위해 선택을 하는 경우가 훨씬 드물지 않아? 왜 우린 그거에 죄의식까지 느끼고 있는 거야?”


문학은 예술의 여러 이름 중 하나야. 코미디도 마찬가지지. 누구나 다른 목적 때문에 겨우 상관만 있는 것을 선택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걸 하나의 핑계나 도피처로 사용한다면, 분명 어디에선가 퍼즐이 어긋나는 거야. 우리의 경우엔, 형편없이 게으른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었던 거지.


“항상 그렇지만, 여전히 못 따라가겠어…….”

옛날을 생각하면 쉬울 거야. 우리가 처음 여러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무렵 말이야.

“맞아, 가장 생생한 기억이야. 우린 시인이었어…….”

시상을 즐기는 꼬마였지. 네 기억이 어떻게 끝났는지, 혹시 기억이 나?


“아니, 좀 흐릿한 기억이야. 재밌는 꿈 속에서,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뭔가 넘을 수 없는 것 앞에 막혀버린 거 같은…….”

우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어. 우리가 시를 선택했던 이유는, 단순히 그게 가장 쉬워 보였기 때문이란 걸 말이야. 문학이라는 예술을 알게 되면서, 가장 단순한 표현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과업이란 걸 알아버린 거지.


“!!!! 맞아, 우린 시무룩해지고 말았어. 가장 짧고 쉽게 읽히는 노래야말로 가장 만들기 어렵다는 걸, 금방 알아버렸지…….”

그러곤 우린, 시인을 포기해 버렸어. 예전엔 그게 현명한 선택인 줄 알았지. 주체적으로 포기할 것을 선택하는 과정인 줄만 알았어.


“그렇지 않았던 거야? 그럼 난 왜…….”

그래. 우린 어쩌면, 괜히 널 재워버렸는지 모르겠어. 우린 그냥,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상태를 선택하고 있던 거야. 현명한 이유라는 핑계로, 시도 음악도 코미디도 욕망도 건강도 사랑도 포기했다고 했어. 마치 자신에게, 좋은 글을 세상에 내보내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다녔지.


“우리가 그러고 다녔다고?! 도대체 뭘 위해서?”

계속 게으르게 살기 위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는 삶에 정신적인 이유를 부과하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우리가 문학을 선택한 이유는, 모든 핑곗거리 중에 하나만 세워둔다면, 가장 만만해 보이는 녀석이 좋다는 식이었을지도 몰라.


“…….”

“그래. 너도 저질러주는구나?”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이라면, 충격요법은 나쁘지 않지. 우리 그걸로 정말 많이 배웠잖아? 아, 나만 배웠나?

“그래~. 어련 하시겠어요~. 이젠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

“그럼 넌,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계속 의문형으로 얘기한 건, 네가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구나?! 또 한 편으론, 다르게 볼 수 있는 거야. 항상 모든 게 모호하다는 네 말처럼 말이야.”

!!

“이제 초롱이도, 이 정도는 된단 말이지~.”

정말, 그러게 말이야.

“씨꺼! 난 원래, 이 정돈 하거든!”

“ㅎ! 눈물이나 닦고 얘기하시지~.”

“뭐래, 이건 땀이거든! 여긴 왜 이렇게 더워!”


‘태양이 가까워서?’


“그래. 그렇다면, 대답할 필요는 없겠어. 지금은 말이야.”

“그래~, 이제 됐어~. 너희들은 하나같이 다~ 잘났구나~?”

ㅎ! 맞아.


‘우린…, 우리가 잘난 맛에 살지.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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