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비합리 - 소설

“넌 너한테 귀찮을 거 같은 것을 전부, 그냥 비합리적이라고 부르는 거 같아. 왜냐면 네 말에서 비합리를 ‘싫다’로 바꾸는 게, 더 어울리는 거 같거든.”


(중략)


“틀린 말은 아니야. 귀찮음은 합리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지. 아무리 효율적으로 보여도, 시작도 전에 귀찮다고 느낀다는 건, 아직 난해한 요소가 있다는 말이니까.”

얘도 상당히 변태네~.


“귀찮은 건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닌데? 그게 얼마나 힘이 든다고 예상하든, 귀찮은 건 그냥 귀찮은 거 아니야? 아무리 단순한 일도 귀찮아질 수 있다고! 숨 쉬기조차 귀찮아질 때가 있는 거처럼!”

“그건 귀찮음이 아니라, 나태라고 부르는 거야. 매우 유사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봐.”

오늘도 난 무사할 수 있겠지?


“그럼 보리의 예를 들어 볼까? 물론, 보리의 귀차니즘은 나태함에 살짝 걸쳐있지만, 그 이전에 귀찮음에 대해 오해하고 있어.”

응? 그래?!

“무슨?”


“보리의 문제는, 귀찮음을 감정으로 이해한다는 거야. 그저, 스쳐 가는 느낌일 뿐이지. 이건 보리의 장점이자, 단점이야. 직관적인 녀석이니까. 자신이 바라는 건 누구보다 빠르게 알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거지. 감정과 영감이 항상 우선이라면, 무언가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기 마련이야.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귀찮음이란 감정마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데도 말이야.”

으어~~~~@@.

“…….”


“아, 초롱인 잘 모르겠구나? 귀찮음은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이야. 예를 들면, 대형마트의 구조를 볼까?”

?

“응! 그게 좋을 거 같아.”


“좋아! 먼저, 대형마트에 가는 이유가 뭐지?”

“그야, 거기 다 있으니까!”

“바로 그거야. 마트는 살면서 필요한, 귀찮을 만큼 많은 준비물을 모아 놓은 곳이야. 그럼, 마트가 물건 말고도 파는 건 뭘까?”

아!

“귀찮음을 덜어준다는 말이구나!”


“맞아! 다른 말로, 편리하다고 하는 거지. 합리적인 건 편리한 거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거야.”

아……. 맞는 말이야. 근데, 왜 난 이 말이 마음에 안 들지?


“마트는 귀찮음을 덜어주는 곳이야. 현대인을 귀찮은 물건 구하기에서 해방해 주었지. 일부러 물건을 널브려서, 집어가기 쉽게 만들었어. 일부러 물건을 분류해서, 찾기 쉽게 했지. 게다가 보관하기 힘든 물건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시스템을 갖추었어. 그곳은 마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공간인 거 같아. 겉으로는 말이야.”

“…….”


“뭐든, 표방하는 것을 잘 살펴보면, 그 목적이 뭔지 알 수 있어. 마트가 표방하는 건, 건강하고 합리적인 소비인 거 같아. 그렇다면, 그들의 노림수는 정 반대야. 마트가 우리에게 바라는 건, 중독되고 비합리적인 소비야. 노래의 말처럼,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거지!”

“…….”


“자본주의 사회는, 재화를 모든 것과 바꾸게 하는 발명품이야. 마트는 서비스와 편리함을 주고, 재화를 받길 바라고 있지. 사람들이 생각 없이 물건을 사 주면, 제일 좋다는 거야.”

“…….”

“너무 놀라진 마. 원래 세상은 잔혹하잖아?”


뭔가 무서운 이야기야. 예감이 좋지 않아. 분명 내가 싫어하는 얘기일 거야. 하지만 얜 이 얘길 왜 하려는 걸까? 왜 껄끄러움을 피하지 않는 걸까? 자기가 그렇게 잘난 걸까? 아냐. 적어도 그건 아니야. 세상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별생각 없이 그럴듯한 말을 만들고 있다는 쪽이 훨씬 설득력 있어. 그래! 차라리 그게 나아. 아니, 그런 거여야 해.


“아무튼, 더 편리한 소비도 인간의 발명품이기 때문에, 간사한 거야. 그들은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지. 삶에 필요한 것들을 쉽게 얻는다는 건, 필요 없었던 거에도 욕심이 생긴다는 말이니까.”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 그건 네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한 거야. 다른 어떤 존재들도 그러지 않아. 자기가 지금 필요한 것 이상을 먹거나 축적하지 않지.(물론, 때로 보관 정도는 하지만) 마치 그것이, 결국엔 화를 부른다는 진리를 아는 것처럼. 오직 인간만이 편리한 소비 때문에, 쓸데없는 것을 더 만들어서 소비하고 있어.”


“이를테면?”

“인간만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잖아. 인간에게만 비만이 있고. 인간만 별장을 가지고 있지.”

“아니,…”

“알아. 모든 걸 먹어 치우는 메뚜기떼나, 비만이 된 애완동물 같은 걸 말하고 싶은 거지? 그들은 인간에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물론, 메뚜기는 산업 혁명 이전에도 그런 이상 현상을 일으킨 적이 있어. 원래 그건, 환경이 이상해지는 예외적인 상황을 조정하는 장치였지. 그들은 주변 환경이 너무 풍족해서 개체 수가 많아지면, 비상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파괴적으로 주변을 정리하게 되어 있거든. 인간은 그들이 그런 상태에 훨씬 많이 이르도록, 환경 자체를 비틀고 있어. 오직 인간과 관련된 것에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우리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면 더 많이, 더 빠르게, 이상한 파멸이 계속될 거야.”


역시 듣는 게 아니었을까?

“그냥, 마트 얘기나 더 하자…….”

“그래, 뭐. 마트는 편리한 소비를 미끼로, 더 많은 쓰레기를 팔아 재끼고 있지. 그게 자본주의적인 합리성이야. 분명 괜찮은 이론인데, 어딘가 왜곡되어 있지. 우리의 교환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하지만, 지구에 남아있는 가치를 끌어 모아, 쓰레기 더미로 만들고 있어.”


“긴, 그만!!”

으! 짜증 나!

“왜?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야. 엔트로피인 거지!”

으! 제발,

“그냥 마트 얘기만 하자. 머리 아프단 말이야. ㅠㅠ”

“알았어, 알았어. 요점은 귀찮음이라는 감정도 에너지 지표를 활용하면,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거야. 그 정도에 따라 본능이나 나태 등의,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지만, 난 그것들이 결국은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해.”


“…….”

“간단할수록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 참고로, 그들도 그런 점을 매우 잘 알아. 그거로 마케팅 전략을 발전시키는 거지.”

“그건 또 무슨 소리니?”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게. 마트에서 즐겁게 쇼핑하다가도, 계산대에 가기 껄끄러웠던 적 있어?”

!?

“확…실히… 그랬던 거 같아.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게 계산대로 가는 게 힘들었어.”


“그건 하나의 마케팅 전략 때문이야. 계산대의 지대가 내부의 지대보다 살짝 높게 설계되었기 때문이지. 들어와서 카트를 끌면, 행복하고 쉽게 쇼핑을 시작할 수 있지만, 그걸 끝내는 건 쉬웠던 만큼 어렵지.”

“아니, 그게 그 정도로 기울어져 있는 거야? 기울어져 있다고 해도, 정말 미세할 텐데?”

정말 이상한 일 아니야?


“인간은 본능적으로, 좀 더 편한 걸 선호하게 되어 있어. 아주 약간이라도 더 편한 걸 찾아가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지. 사실, 이 점은 모든 존재가 그래. 다만, 인간은 게으름과 나태란 이름으로, 그 무의식을 과격하게 실현하고 있지. 그 탓에 수억의 골 아픈 문제를 만들더라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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