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았구나

어떤 것이든 과거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기록을 뒤적이면, 자신이 생각보다 밝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거야. 매일 에세이를 쓰는 입장에선, 하루하루 색다른 자신이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 기가 막히는 사실은, 열역학 제2법칙이라도 작용하는 건지, 시간과 밝음이 정확하게 반비례한다는 거야.


학창시절에 썼던 작품은 물론이고, 랩 가사처럼 끄적인 저주의 말이나, 로미오의 운명을 탐닉하는 러브레터를 다시 봐도, 내가 생각보다 밝은 놈이었다는 걸 느껴. 다신 그 빛을 되찾지 못할 거란 것도, 받아들이게 되지. 난 정말 활기 있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친구야. 머리도 팽팽 돌아가고, 글 쓰는 센스도 있고, 세상의 다양함에 흥분해서 더 팽팽 돌고…….


마음이 씁쓸했어. 한계적으로 내 삶에 익숙해져서, 나의 결정적 변화를 이런 식으로 확인한다는 거 말이야. 많이 무서워지더라. 내가 날 모르는 상황이 펼쳐지는 구나. 시간이란 마수는 그런 거구나. 그래서 그렇게 바보 같은 사람들이, 철판 뒤에서 누군가를 비웃을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어.


뭐, 내게 편지를 받은 I양에겐 좋은 소식이네. I는 분명, 나의 순수하게 귀여운 구석에 설레었을 거야. 분명 풋풋 거리는 맛이겠지. 내가 널 미워하고, 속으로 우롱하는 상상을 더 잘 숨기던 시절이잖아.


아무튼! 다시 밝아지고 싶어. 다시 빛나는 흑역사를 적어가고 싶어. 하지만, 언제나 더 검어질 뿐이야. 난 음침한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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