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현상 - 편지

(전략)


착시현상에 대해, 최근에 깨달은 것을 얘기해 볼까 해. 착시현상은, 우리의 눈이 실제와 다르게 물체를 인식하는 현상을 지칭해. 눈의 감각을 속이는 거지. 길이는 같지만 굵기가 확연히 다른 두 막대를 비스듬히 두면, 굵은 막대가 짧아 보이는 식의 현상이지.


착시현상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이유는, 인간이 시각에 많은 지배를 받기 때문이야. 우리는 물체를 시각으로 가장 먼저 인지하지. 진화의 방식으로 유기적 기능을 갖춘 생명이, 이 우주에서 시각을 발달시킨 건, 탁월한 선택이야. 눈이 감지하는 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물질이기 때문이지. 눈의 감각은 빛의 속도만큼 빠른 것이 되는 거야. 다른 감각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어찌 보면, 빛은 원래 다른 감각요소보다 빠르니까, 당연히 시각이 가장 효율적이고, 생명체는 시각이 발달할 유인을 가장 강하게 받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난 조금은 다르다고 봐. 굳이 ‘이 우주’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다른 우주도 있다는 뜻에 더해서, 우리 우주가 빛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이야. 빛으로 이뤄진 세계인 거지. 이 사실은, 냄새로 만들어진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의미라는 거야! 거기선 냄새가 가장 빠르고, 멀리 퍼질 수도 있어.


그렇게 착시현상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착시현상을 단순히 생각하면, <크기나 색채 비교의 미묘한 착오>가 항상 문제이지 않아? 막대를 그냥, 사람이라고 바꿔서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이 내 옆에 섰을 때, 착시현상이 시작된다고 말이야. 근데, 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람에 대해서 그 정도의 차이를 느끼나 싶어. 무슨 말이냐면, 단순한 도형끼리 나타나는 착시현상의 정도보다, 사람끼리 나타나는 착시 정도가 적다는 거야.


왜 그럴까, 생각해 봤지. 은근히 답은 간단한 것에 있었어. 우리가 착시를 가장 많이 느끼는 건, 단순한 도형 같은 것들이야. 그 주체의 형태가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특히 1, 2차원에 가까울수록, 착시가 더 잘 느껴지지. 그래서 착시현상과 관련된 것의 대부분은, 평면을 입체적으로 느끼는 사례인 거야.


그렇다면, 왜 우리는 단순한 모형에 더더욱 많은 착시를 느끼는 걸까? 그건 우리가 3차원을 사는 생명체이기에, 물체에 입체감을 느끼는 기준선을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예를 들면, 우리가 공을 인식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크기가 다양한 공이 있다는 걸 알아. 그것은 3차원의 둥그런 물체지. 우리가 그 공을 3차원적으로 인식하는 그 순간, 그 공의 일반적인 크기(절대적인)가 바로 인식되는 거야.


즉 우린 3차원의 물체에 대해서, 1,2차원보다 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인식한다는 거야. 3차원은 이 우주에서 가장 현실적인 실체니까. 우린 3차원의 존재로서, 3차원 물체에 대한 절대적 기준을 각각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지.


다르게 얘기하면, 우린 착시현상의 재료가 되는, 1, 2차원의 객체를 필연적으로 3차원적으로 인식하려 하기에, 착시현상의 간극이 더욱 벌어진다는 거야. 막대의 예시에서, 굵은 막대를 좀 더 3차원적으로 인식하기에, 옆구리라는 살점을 상상해 버려서, 실제보다 짧아 보인다는 거지.


고로 우린 기하학적으로 합동인 경우에도, 두 물체의 물리적 차원이 다르다면, 같은 수준의 착시현상을 느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거야. 참 이상하지. 착시현상은 우리가 가질 수밖에 없는, 시각적 외곡이야. 아무리 열심히 봐도, 착시현상이 심하게 일어나는 차원에선, 그 물체의 정확한 크기나 색, 정지 여부를 알 수가 없을 때가 많아. 하지만 조금만 차원이 다르면, 그 현상을 마법처럼 지울 수 있다는 거야. 입체가 되는 순간, 우린 그 물체가 가지는 고유의 비율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입시켜, 이 물체가 이 정도 비율이면 이 정도 크기라고,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메커니즘이 우리 안에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우린, 키 작은 사람과 키 큰 사람이 나란히 서있을 경우, 그들에게 3차원적 가치를 대입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신장을 거의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거야. 즉, 키가 120, 140인 경우와 180, 210은 질적으로 다른 비교라는 걸 직관으로 안다는 거야. 수치상 같은 비율의 차이라도, 각 ‘신체부위의 통상적인 비율’이라는 상식을 무의식의 영역에 이미 습득했기에, 어떤 비교군을 상대하든 장신의 사람을 판별해 낼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착시현상을 단순한 눈의 착오로 치부할 수 없을 거 같아. 눈이 착오를 일으키는 지점과 일으키지 않는 지점을 나누는, 중요한 연구거리라고 볼 수 있겠지. 이를테면, ‘2.5차원(우린 그걸 실제로 구현할 기술을 가지고 있지.)에서의 착시현상은, 각 차원에 절반씩만 먹히는 걸까?’나 ‘특정 위치에서만 평면으로 보이는 입체조형도 착시현상으로 볼 수 있는가?’ 등의 주제로 말이야.


착시현상의 문제는 차원을 넘나드는 인식의 실마리가 될 거야. 우린 자주 더 높은 차원에 대한 얘기를 하지만, 정작 가장 단순하고 알기 쉽다고 생각했던 1, 2차원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지. 또한 이 문제는, 우리의 눈으로 각 차원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돼. 세상의 다양한 물체를 사람들이 각각 어떻게 인지하는 지를 보여주는, 인문학적 연구가 될 수도 있어!


착시현상은 우리가 가진 편견과 아주 비슷한 거 같아. 편견을 가지기 때문에 착시현상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 물론 조금 다르지만, 전자는 가까이 있는 두 객체를 비교론적으로 절단하여 판단하는 폭력이 될 수 있어. 후자는 하나의 객체를 일반성이라는 틀에 묶어서, 언제나 객체를 무언가와 비교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느 객체에게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야. 전자는 오히려 착시현상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지만, 후자는 사람을 더 깊숙이 절망시킬 수도 있어.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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